들썩이는 공공재개발 후보지…"LH 못 믿어" 불신도(영상)
입력: 2021.04.05 00:00 / 수정: 2021.04.05 00:00
지난달 29일 발표된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의 2차 후보지로 선정된 송파 거여새마을의 모습이다. /송파=이진하 기자
지난달 29일 발표된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의 2차 후보지로 선정된 송파 거여새마을의 모습이다. /송파=이진하 기자

[더팩트|이진하 기자] "여기는 1종 주거지역이 많기 때문에 사업성이 낮아 공공재개발 밖에는 답이 없었는데 너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요."(송파구 거여새마을 주민 A 씨)

"얼마나 더 살겠다고 아파트 지을 때까지 기다립니까. 지금 여기저기 난리인데 저는 재개발 반대예요."(천호동 주민 B 씨)

"예전 같았으면 공공재개발 선정됐다고 환호했겠죠. 그런데 LH공사 문제 터지고 발표가 되니 주민들 의견도 분분해요. 못 믿겠어요."(신길동 주민 C 씨)

정부가 발표한 서울 공공재개발 사업 2차 후보지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지역별로 사업성과 조합의 분위기 등이 제각각인 만큼 주민들의 의견도 저마다 달랐다.

1일 오후 찾은 송파구 거여새마을은 한적했지만, 전기선이 얽혀있는 전봇대와 자동차가 드나들기 힘든 골목 사이 공공재개발 2차 발표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나부꼈다. 현수막에 '경축'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이 동네에서 2대째 부동산을 운영한다는 홍 모씨는 "이곳은 주민들의 재개발 의지가 높아 한 달 보름 만에 주민 동의율이 약 85%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곳은 원래 그린벨트였고 제1종 전용 주거지역이 많아 사업성이 낮은 곳으로 분류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민간 재개발보다 공공재개발이 다른 지역보다 더 필요한 곳이라는 설명이다.

거여새마을에 사는 60대 이 모씨는 "여기에서 월세를 받으며 생활했기 때문에 예전에 개발한다고 할 때 반대했다"면서도 "지금 아파트 가격도 많이 올랐고 주변을 전부 개발하고 있는데 우리만 그대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개발에 찬성한 배경을 밝혔다.

영등포구 신길 1구역도 공공재개발 2차 선정지가 된 것을 기념한 현수막이 걸려있었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분분했다. /영등포=이진하 기자
영등포구 신길 1구역도 공공재개발 2차 선정지가 된 것을 기념한 현수막이 걸려있었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분분했다. /영등포=이진하 기자

송파 거여새마을과 비슷하게 고령자 주민 비중이 높은 천호동 A1-1구역은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이 곳은 송파와 다르게 곳곳에서 지역주택조합 간판을 찾아볼 수 있었다. 가장 많았을 때는 조합만 약 7개가 됐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환영'과는 분위기가 멀어 보였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 유 모씨는 "여기는 공공재개발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하필 LH사건 터졌을 때 이런 발표가 나니까 호응도 그다지 좋지 않은 눈치"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골목골목 낙후된 곳이 많기 때문에 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생각이 다 다른 것 같다"며 "또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이랑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보니 주민 간 갈등도 많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어둠이 깔린 천호동 거리는 골목마다 불그스름한 가로등이 길을 드문드문 비췄다. 벽에는 지주택조합 간 갈등을 보여주는 안내문도 보였다.

70대 주민 이 모씨는 "살아봤자 얼마나 살겠나. 공공이든 민간이든 재개발에 반대할 것"이라며 "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에 살기도 싫지만 여기서 월세로 생활했는데, 어떻게 버리겠나"라고 말했다.

2일 찾아 간 영등포구 신길 1구역은 학교 주변부 시장 거리가 형성된 골목에 역시나 공공재개발 사업 선정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주변에 있는 부동산 관계자들은 모두 휴대전화를 들고 분주했다.

S부동산 관계자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민간 재개발 규제를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기 때문에 민간 재개발 방식으로 돌아서는 주민이 속속 등장하면서 갈등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LH공사의 문제가 터지면서 정부의 대한 불신이 있어 공공재개발이 주민에게 어떤 이득이 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신길에 10년째 거주 중이라고 밝힌 한 주민은 "시장 선거도 있고, 내년에 대선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가 있어 고민이 많다"며 "LH공사나 SH공사 등 정부 산하 기관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시점에서 그들에게 사업을 맡겨도 되나 의문이다"고 말했다.

jh31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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