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탐사보도팀] 민식이법이 제정된 지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스쿨존 사건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18일 인천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25톤 화물차에 초등학생이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화물차 운전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학생을 보지 못했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왜 이런 사건 사고들이 반복되는 것일까요. 등굣길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상황들. 실제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10살 수영 군. 수영 군의 눈높이에 카메라를 설치해 실제로 등교하는 길을 따라가 봤습니다. 집을 나선 지 채 얼마 되지도 않아 한 차량이 수영 군의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갑니다. 횡단보도 위에 떡하니 불법 주차되어 있는 차량이 시야를 가리기도 합니다. 불법 주정차 차량을 지나 인도없는 도로를 또 한참을 걸어가야 합니다.
서울의 또 다른 초등학교의 통학로. 이곳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등굣길 학생의 시야에 정차되어 있는 오토바이가 보이고 뒤쪽에서 차량이 접근해 옵니다. 진로가 막힌 학생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가 차량이 지나간 뒤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짧은 거리를 걷는 동안에도 수많은 차량들이 학생의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갑니다.
아직 키가 작은 아이들은 불법 주정차와 도로에 쌓인 쓰레기, 적재물 같은 작은 방해물에도 시야 확보가 어려워져 안전에 위협을 받게 되는 겁니다.
[학부모: 이쪽으로 사람들이 나와서 차량이 나오면 애들이 한 쪽으로 붙어야 하는데 이렇게 인도가 확보되어 있지 않으니까 상당히 위험하죠. 천천히 가는 차량도 있지만 쌩하니 지나가는 차량도 상당히 많거든요. 그래가지고 애들이 갑자기 피해야 하고 오토바이 같은 게 오는 경우도 많고 그래요. 애들이 좀 키가 작고 이런 아이들은 잘 보이지 않으니깐 놀라서 당황하고 멈추거나 이런 경우도 많죠.]
하지만, 키 작은 아이들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렵기는 운전자들 역시 마찬가집니다.
[화물차 운전자: 업무상 통학로를 안 지나다닐 수 없는데 애들이 워낙 작다 보니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갑자기 사각지대에서 튀어나온다거나... 이런 거는 저희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죠. 저희는 이제 차에 볼록거울들이 사각지대를 예방하기 위해서 있으니까 그런 볼록거울을 다 확인하면서 다녀야죠.]
[배정한 기자: 과연 아이들의 사각지대와 어른들의 사각지대는 어떻게 다른 것인지 실험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이곳은 경기도 성남의 한 초등학교 통학로입니다. 운전자는 스쿨존 규정 속도 30km/h를 준수하며 운행 중이고, 아이는 횡단보도 위에서 길을 건너려 하지만, 코너에 세워진 불법 주정차 때문에 시야가 굉장히 좁아 보입니다.
같은 시각, 운전자 역시 불법 주정차 때문에 코너를 돌기 직전에서야 간신히 아이를 발견합니다. 만약 실험이 아닌 실제였다면 아찔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입니다.
스쿨존 지정, 민식이법 제정 등 희생을 줄이기 위한 여러 노력이 계속되어왔지만,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는 존재합니다.
관련 법이 시행된 뒤 지난해 말까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는 모두 269건. 전년 대비 30% 넘게 감소한 수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한 등교 중지를 감안한다면 법이 얼마나 실효성 있었는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회장: 광주광역시에서 어린이와 함께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일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사고가 있었어요. 이 사고의 원인은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었기 때문인데 사고 예방을 위한다며 횡단보도를 없애버렸습니다. 바로 이런 점들이 이제 문제라는 거죠. 운전을 할 때 시야 확보가 어려우면 속도를 줄여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운전자의 기본이 아닐까요? 어린이는 당연히 판단력이 부족하잖아요. 그렇다면 누가 먼저 어린이 안전을 위해 노력을 해야 되겠습니까?]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무고한 피해자만 계속해서 낳고 있습니다. 아직도 남은 과제가 많은 만큼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탐사보도팀=이효균·배정한·이덕인 기자·윤웅 인턴기자>
<구성=장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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