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해 부동산 거래량 증가로 인해 취득세 등이 많이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남용희 기자 |
취득세 등 세수 늘어 1조원 마련 가능…'포퓰리즘' 논란은 불가피
[더팩트|이진하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시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이 나오면서 재정 여력이 되는지 관심이 쏠린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최근 "서울시민에게 현재 가장 절박한 과제는 코로나19 극복과 일상의 회복"이라며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시장 1호 결재로 재난지원 계획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서울시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 원씩 블록체인 기반의 KS서울디지털화폐를 지급하겠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소요되는 서울시 총예산은 약 1조 원으로 추산된다.
서울시민 전원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이 처음 나온 건 아니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4일 입장문을 내 시민에게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가 공약을 발표한 날에도 "10만 원씩 시민들에게 드린다고 가정할 때 약 1조 원이란 예산이 예상되지만 코로나 장기화 속에 시민들이 기댈 언덕이 되어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일단 서울시가 1조원을 지급할 재정 여력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 측은 지난해 서울시의 세입이 당초보다 많은 약 4조 원의 순세계잉여금(일반회계 3조4653억 원, 특별회계 5474억 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중 일반회계 순세계잉여금인 3조4653억 원에서 교육청과 구청 및 타 회계 전출금 등 법정전출금과 통합재정안정화 기금 등 약 2조1500억 원을 제외하면 약 1조3153억 원의 재정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유세단이 26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앞에서 박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
시가 지난해 4차례 추경을 집행하면서 '마른 수건을 짠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예산상 고충을 토로했던 점을 볼 때 박 후보 측 주장은 이해가 쉽지않은 대목이다.
시는 지난해 추경예산을 집행하면서 코로나19로 취소된 축제 등의 사업비와 오프라인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남는 비용을 긁어모았다. 지난해 5월 2차 추경 때 서울시가 정부지원금을 제외하고 충당한 예산은 약 56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올해는 세수가 급증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김인호 의장은 "지난해 부동산 취득세, 자동차세 등 몇몇 항목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시세수입이 두 배정도 증가했다"며 "서울시민에게도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된다"고 밝혔다.
특히 시는 지난해 부동산 취득세를 4조6300억원을 예상했으나 부동산 거래가 증가하면서 2조8400억원이 늘어난 7조47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한 세수분은 자치구, 서울시교육청 등과 나누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결산을 해본 결과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3조8000억 원의 잉여금이 남을 것으로 예상돼 서울시민에게 재난지원금을 10만 원씩 지급할 수 있는 여력 비용인 1조3000억 원 정도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찬성하는 여론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가 25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부의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76.6%가 찬성했다. 이들 중 '전 국민 지원'(보편 지급)을 찬성한 이들은 40.0%, 선별 지급 찬성은 36.1%로 나타났다.
김인호 의장은 "서울시민은 다른 지역보다 과감한 방역대책으로 다른 지역보다 어려움이 컸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도 1년이 다 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의 보편적 재난지원금은 시민들의 공동체 전체를 조금씩 회복시켜나갈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재정 여력과 별도로 '선심성 행정', '포퓰리즘' 논란은 불가피한 상태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재난지원금 공약을 제시한 박 후보를 두고 "금권선거 후보", "돈풀리스트 후보"라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위로금 명목으로 지원하겠다는 재난지원금이 박 후보 개인 돈인가, 자기 돈이면 10만 원씩 준다고 주장하겠느냐"라며 "민주당이 벌써부터 금권선거 조짐을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