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서울교통공사, 서울신용보증재단 콜센터 직원의 직고용 정규직가 추진 석 달이 지나도록 첫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SH·교통공사·서울신보 직고용 방침 권고 3달째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서울교통공사, 서울신용보증재단 콜센터 직원의 직고용이 추진 석 달이 지나도록 첫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18일 SH공사와 서울교통공사, 서울신용보증재단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각 사에 공문을 보내 그동안 위탁 운영하던 콜센터 직원들을 직고용하는 방식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권고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시절 꾸준히 추진했던 비정규직 정규직화 작업의 하나로, 업무 특성 상 위탁운영하는 경우가 많은 콜센터 직원까지 대상에 넣은 것이다. 대상 인원은 SH공사 60명, 서울교통공사 35명, 서울신용보증재단 17명(조합원 기준) 등 110여 명이다.
3개 기관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따라 노사전(노·사·전문가) 협의체를 구성, 세부 내용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권고 이후 3개월 넘게 3개 기관 모두 협의체 구성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각 기관별로 기존 직원들 사이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는 등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관계자는 "노조 내부에서 찬성하는 분도 있고 난색을 표하는 분도 있다"며 "서로 의견이 다른 조합원이 많아 노조 공식 입장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노사정 협의체에 노조가 들어가야 하는데 노조 측에서 아직 검토 중이다"며 "새로 집행부도 구성해야 하는 등 상황이 맞물려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서울교통공사, 서울신용보증재단 콜센터 직원의 직고용 정규직가 추진 석 달이 지나도록 첫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SH공사콜센터 노조가 10일 오전 SH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 /SH공사콜센터 노조 제공 |
특히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지난 2018년 국정감사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채용 비리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홍역을 치렀기 때문에 더욱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당시 감사원은 감사 결과 일부 채용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관계자는 "원래는 시에서 다산콜센터로 통합하는 방침이었으나 박 시장 사후 어그러져서 각 기관에 자체적으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바뀌었다"며 "시에서 책임을 각 사에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내 또다른 노조인 한국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는 올 2월 직고용 방침을 철회하라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초 시는 각 기관 콜센터 직원들을 다산콜센터로 통합하는 방식으로 정규직화를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법률 검토 결과 관련 조례에 따라 다산콜센터는 다른 기관과 통합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리는 것이 차단돼 있어 직고용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시의회의 소관위원회인 기획경제위원회 소속 최선 의원(더불어민주당·강북3)은 "조례 개정도 가능하지만 다산콜센터 소관 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이 다산콜센터에 대해 불신이 상당했다"며 "다산콜센터 재단으로 바뀌고 난 뒤 고객 만족도가 떨어진 실정이라 다른 콜센터를 통합해 조직을 불리는 데 의원들이 동의하지 않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서울교통공사, 서울신용보증재단 콜센터 직원의 직고용 정규직가 추진 석 달이 지나도록 첫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통합노동조합 조합원이 2월 1일 서울시청 앞에서 콜센터 직원 직고용 방침을 철회하라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교통공사통합노동조합 제공 |
내부 갈등 외에도 각 기관들은 정규직화 절차를 비롯해 예산 마련 등 다른 부분에서도 부담을 느끼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에 더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다가오면서 3곳 중 어느 곳도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지 노사전 협의체에서 폭넓게 대화가 돼야 하는데 구성부터 막혀 있는 상황"이라며 "노조의 참여를 강제할 수도 없기 때문에 노조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시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의원은 "각 기관도 시에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시하면 더 좋을 텐데 자체적으로 맡겼기 때문에 다들 괴로운 상황일 것"이라며 "시가 각 사에 권고안만 주고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있다. 계속 공식적으로 각 기관에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는 등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직고용을 할 지 안 할 지 각 기관별로 임의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전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아직은 검토 절차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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