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를 막아 세워 응급환자를 숨지게 한 전직 택시기사가 2심에서 2개월 감형받았다. /이선화 기자

2심서 징역 1년10월…1심보다 2개월 감형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구급차를 막아 세워 응급환자를 숨지게 한 전직 택시기사가 2심에서 징역형을 두달 감형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3부(김춘호 부장판사)는 특수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전직 택시기사 최모(32) 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했다. 최 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이날 2개월이 감형됐다.

재판부는 "죄질이 불량하다"면서도 최 씨가 반성문을 여러 차례 제출한 점, 일부 보험사와 합의한 점 등을 근거로 감형했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반성문을 써냈고, 반성하고 있다. 1심 판결 이후에도 변호인을 통해서 가족들이 탄원서를 제출했다. 다 읽어봤고 감안해서 판결을 하게 됐다"고 했다.

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구급차를 막은 행위와 환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고의로 구급차에 환자가 탑승해 있는 것을 알면서도 환자 이동 업무를 방해했다"면서도 피고인의 행위로 환자가 사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1심 판단을 수긍했다. 다만 "행위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분명 남는다"고 덧붙였다.

구급차에 타고있던 피해자 유족은 판결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족의 법률대리인은 판결 직후 취재진과 만나 "아직까지도 사과라든지 어떤 말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원심 유지가 아니고 감형된 것이 많이 아쉽다. 더 중형을 선고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유족은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하는데 무엇을 반성했는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택시 운전을 하던 최 씨는 지난해 6월 8일 서울 강동구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 한 도로에서 고령의 말기 암 환자 A씨를 태운 사설 구급차와 접촉사고를 냈다. 최 씨는 사고 처리를 요구하며 구급차를 약 10여 분간 가로막았다. A씨는 뒤늦게 병원에 도착했으나 끝내 숨졌다.

이 사건은 A씨의 아들이 처벌해달라며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최 씨의 유사 혐의가 드러나기도 했다. 최 씨는 2015년부터 2019년 9월까지 전세버스나 택시, 트럭 등 운전업에 종사하면서 여러 차례 가벼운 접촉사고를 빌미로 합의금과 치료비 등을 챙겼다.

2017년 7월에는 서울 용산구 한 도로에서 사설구급차의 진로를 고의로 방해하고 협박해 돈을 받아내려 한 혐의도 받는다.

최 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1심과 같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