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버티는 익선동, 무너지는 명동…핫플레이스 쌍곡선(영상)
입력: 2021.03.12 05:00 / 수정: 2021.03.12 10:31
삼청동, 명동은 빈점포들과 사람들의 발길이 줄었으나 익선동과 연남동(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은 여러 시민들이 변함없이 찾았다. /이진하 기자
삼청동, 명동은 빈점포들과 사람들의 발길이 줄었으나 익선동과 연남동(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은 여러 시민들이 변함없이 찾았다. /이진하 기자

'젊음의 거리' 연남동·익선동은 꿋꿋…관광객 붐비던 삼청동·명동 울상

[더팩트|이진하 기자] "코로나 전보다 매출이 줄었지만 여전히 이곳은 신규 사업자가 눈독 들이는 곳이죠. 주말이면 20~30대 젊은 고객이 찾아주니 고마워요." (익선동 A 부동산업자)

"보면 몰라서 묻나요? 지금 여기 사람이 다니는지. 평일에도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던 거리에 사람이 없으니 다 문을 닫았지. 저도 겨우 버티고 있어요." (명동 A 상인)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지역 상인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상륙한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서울 거리 곳곳에 상흔이 깊다. 다만 주 이용층과 상권 특성에 따라 라 천차만별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가 즐겨 찾는 익선동과 연남동은 코로나 종식 희망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던 삼청동과 명동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텅 비었고, 빈 점포들도 즐비했다.

익선동은 평일 낮에도 많은 시민들이 찾아 음식을 사먹거나 카페를 찾았다. /이진하 기자
익선동은 평일 낮에도 많은 시민들이 찾아 음식을 사먹거나 카페를 찾았다. /이진하 기자

◆ 다양한 세대의 공간 '뉴트로' 익선동 "힘들지만 버틸만해"

3~4년 전부터 '뉴트로'(New+Retro의 합성어로 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단어)가 인기를 끌면서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익선동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다. 좁은 골목골목 사이에 옛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오락실, 비디오방부터 한옥으로 된 카페, 수제 맥주집까지 다양한 상점이 한 곳에 몰려있다.

이곳에서 40년 동안 문을 연 한 국수가게는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2시쯤에도 코로나 시국이 무색할 정도로 손님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 가게 상인은 "다른 데보다 이곳은 피해가 많이 없는 편이긴 하지만 예전보다 1/3 정도 매출이 줄었다"고 털어놨다.

국숫집을 지나자 삼겹살 굽는 냄새가 풍겨왔다. 분주하게 손님을 맞던 고깃집 상인은 "서울에 코로나 확진자가 많았을 때는 손님이 뜸했지만 여전히 주말에 젊은 고객들이 찾아줘 버틸 만하다"며 "여기는 지역적 특성상 낮에는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이 오지만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젊은 손님들이 와서 최악의 상황은 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일 낮이었지만 한옥풍 카페 곳곳에는 청년들이 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식당에는 나이 지긋한 세대가 반주와 식사를 즐겼다. 광진구에 산다는 20대 김 모 씨는 "근처 볼일이 있어서 지인과 식사를 하기 위해 익선동을 찾았다"며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하고 좋다"고 말했다.

익선동에 온 지 10년이 넘었다는 한 부동산업자는 "코로나 영향이 아예 없을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타격이 있다"면서도 "익선동은 신규 사업자가 여전히 눈독 들이는 곳이기 때문에 공실이 생기면 빠르게 나간다"라고 설명했다.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쪽에 있는 연남동의 시민들의 모습. /이진하 기자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쪽에 있는 연남동의 시민들의 모습. /이진하 기자

◆ 연남동, 식당은 '썰렁' 카페는 '북적'

홍대입구역 9번 출구를 나오면 도심 속 드넓은 잔디가 펼쳐진다.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연남동, 젊은이가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다. 거리마다 각각 개성이 담긴 아기자기한 상점과 골목골목 맛집들이 가득했다.

코로나가 전파되면서 이곳 상황도 그리 좋지 않다. 8일 오후 저녁 시간을 앞둔 5시 30분쯤 봄기운과 함께 시민들이 몰려들었지만 막상 상점을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6시가 되기 전부터 맛집 앞에 늘어선 줄이 낯익었지만 이날은 전혀 달랐다.

연남동에서 2년째 일본 음식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코로나 이후로 손님들이 줄은 선 적이 없다"며 "예전에는 저녁 손님들도 오픈하는 5시부터 와서 6시에는 대기 인원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또 가게가 작고 거리두기 등으로 손님을 많이 받지도 못해서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다만 감염 불안이 상대적으로 덜한 넓은 공간의 카페는 북적였다. 특히 실외 테이블에는 커피를 마시며 한껏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도 가득찼다. 마포구에 사는 30대 이 모 씨는 "사는 곳이 근처라 가끔씩 차를 마시러 나온다"며 "식당보다는 주로 카페를 많이 오는데 연남동에는 작은 식당이 많아 불안함도 있고 그래서 보통 배달음식이나 포장을 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연남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곳도 코로나 타격으로 공실이 이전보다 늘기는 했고 유동인구도 줄었다"며 "그러나 거리두기가 완화된 후 10시에 지하철을 타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보면 뉴스에서 보는 다른 지역들처럼 직격탄을 맞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사라진 명동 거리 모습. /이진하 기자
외국인 관광객이 사라진 명동 거리 모습. /이진하 기자

◆ 외국인 사라진 명동·삼청동…상인들 '울상'

평일 낮에 찾은 명동과 삼청동은 익선동, 연남동과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낮에도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던 거리에는 발걸음이 끊긴 지 오래다. 명동 거리 한가운데 줄을 지었던 노점상들도 사라지고 한집 건너 한집 꼴로 '임대문의'가 붙었다.

명동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명동에서 10년 일했지만 이렇게 사람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며 "관광객이 대부분 매출을 올려줬는데 죽을 맛이다. 버티다가 다들 못 버텨서 빚 떠안고 가게마저 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호소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주변 직장인들이 점심이나 저녁에 가끔 찾지만 서울 확진자가 많았던 12월에는 그마저도 없어서 정말 하루에 한 두 테이블 손님만 받은 적도 있다"며 "정부에서 도움도 주지만 올해까지 더 버틸 수 있을지 장담은 못하겠다"고 말했다.

또 명동역에는 유명 해외 브랜드 매장부터 한국의 패션 매장들이 많았지만 점차 힘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특히 명동역 5번 출구를 나와 바로 앞에 3층짜리 매장을 보유했던 유니클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여파까지 겹치면서 지난달 폐점했다.

손님을 기다리는 삼청동 한복대여 상점의 모습. /이진하 기자
손님을 기다리는 삼청동 한복대여 상점의 모습. /이진하 기자

삼청동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한때 관광객이 밤낮으로 찾아들어 거주자들이 떠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대명사였지만 믿기 힘들 만큼 조용한 모습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자 상인들은 울상이었다. 화려한 색으로 유혹하는 한복 매장들도 문을 굳게 닫았고 액세서리와 음식을 파는 가게들도 손님이 뚝 끊겼다.

삼청동 주변 관광객들의 길을 안내하는 서울시관광협회 안내원은 "지난해 7월부터 일했는데 코로나 3차 유행 때부터 사람들이 보이지 않더니 지금도 관광객은 물론 한국 사람들도 잘 보이지 않는다"며 "물론 날씨 영향도 있겠지만 삼청동을 찾는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줄어든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지역마다, 점포마다 사정은 다 달랐지만 목소리는 같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마무리되고 하루 빨리 일상이 회복되길 바랄 뿐이에요."

jh31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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