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부 장관, LH사장 재직 시절 의혹 사과 대신 "청렴도 높여라"
[더팩트ㅣ탐사보도팀]
[과림동 주민 B: 쫙 심어놓더라고. 다 알겠지, 모르고 했겠어?]
[과림동 주민 A: 개발된다고 하니까 보상 좀 받으려고 하는 거겠지.]
[재개발 및 재건축 관련 업체 직원: 신도시 개발은 LH 직원이나 시청 도시계획과 직원들만 다 알 수 있죠.]
제가 나와 있는 이곳이 지난 2019년 LH 직원들이 매입했다는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토지입니다. 벼농사를 지었다는 이곳은 이제 버드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과림동 주민 A: 버드나무라고 하던데. 이제 뭐 개발된다고 하니까 보상 좀 받으려고 하는 거겠지.]
[과림동 주민 B: 작년까지 벼농사 지었나?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와서 저거(버드나무로) 심어놓더라고. 다 알겠지, 모르고 했겠어?]
이곳에 버드나무를 심은 이유는, 보상 방법 등 내부 정보를 확실하게 아는 사람이 투기 목적으로 땅을 사들인 것이라 의심해볼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투기 의혹을 받는 직원은 현직에 있는 13명과 퇴직한 직원 2명으로 현재 13명은 LH에서 직위 해제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실제로 이 직원들 중에서는 '신규 택지 토지보상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도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이들은 단순히 땅 투기뿐만 아니라, 보상액을 높이기 위한 전문적인 수법까지 동원했다는 것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점점 짙어지면서 국민들의 공분도 커지고 있습니다.
[과림동 주민 C: 막말로 아는 사람이 도둑질한다고... 우린 몰라서 못했잖아. 알면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지. 1~2년 밖에 안돼가지고 땅값이 저렇게 뛰어 버리면 이것보다 더한 로또가 어딨어? 아유 근데 나도 돈 있으면 해, 없으니깐 못하지.]
LH 땅 투기 의혹 사태에 대한 질타뿐 아니라, 3기 신도시의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거 문제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LH의 국정감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만 하루도 되지 않아 3000명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고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일 열린 국토부 산하 기관장들과의 신년 간담회에서 광명-시흥 신도시 일대에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청렴도 제고를 당부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있습니다.
변 장관이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기관 단속에 나선 것이지만, LH 직원들이 본격적으로 토지를 매입한 시기와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했던 시기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입니다.
또, 변 장관이 기관장이었던 시절 벌어진 의혹에 대해 별다른 사과 없이 도리어 산하 기관장을 탓하는 식의 발언만 하면서 일부에선 ‘유체이탈’을 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건설업체 대표: 장관이 자신이 재직했던 시절에 대해 반성은 안 하고 남 탓을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줘야죠.]
내부 정보를 이용해 LH 직원이 매입해 불법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토지. |
과연 이 같은 지적에 대해 LH의 입장은 어떤지,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기자: 그 당시 (토지매입 시기과 변 장관 사장 재임 기간)에 시기가 겹친다고 얘기가 나오던데요?]
[LH 관계자: 겹친다는 부분이 2018년부터 2020년이잖아요? 저희 사장님이 2019년에 왔거든요. 그 당시에 조금 겹친다고 하는 것 같아요. 전체는 아니고….]
해당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법적 책임은 물론 변 장관이 그동안 내세웠던 ‘공공기관이 주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침에 크나큰 치명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표방해왔던 ‘투기세력 근절’ 노력이 무색해질 뿐 아니라 공공기관 내부 단속이 엉망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입니다.
3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총리실 지휘 아래 국토부와 합동 전수조사를 통해 LH 직원의 투기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했습니다. 변창흠 장관도 이번 투기 의혹과 관련해 책임론이 제기되는 만큼, LH 사장으로 재직했던 시기의 의혹을 직접 나서서 해명하길 기대합니다.
<탐사보도팀=이효균·배정한·이덕인 기자·윤웅 인턴기자>
<구성=장윤경>
탐사보도팀 jeb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