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팔에 가죽만 남아"…정인이 어린이집 원장 법정 증언
입력: 2021.02.18 00:00 / 수정: 2021.02.18 00:00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이 열리는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입양부 A씨가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이 열리는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입양부 A씨가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양천구 입양아 학대' 증인신문 본격화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 재판에 생전 정인 양의 모습을 봤던 어린이집 원장과 사회복지사 등이 증인으로 나섰다. 이들은 정인 양의 온 몸에 멍이 들고, 날이 갈수록 또래보다 말라 갔다고 증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17일 정인 양의 양어머니 장모 씨, 양아버지 안모 씨의 두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지난달 첫 공판에서 장 씨에 대한 주위적 공소사실로 살인 혐의를 적용한 뒤,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한 증인 17명을 신청했다.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는 이날 재판부터 시작됐다.

◆ 정인양 어린이집 원장 "아기 팔에 가죽만"

첫 증인은 정인양이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 A씨였다. A씨는 양부모의 아동학대를 의심해 신고하고 정인 양을 병원에 데려가기도 했다. A씨의 신고 이후 한동안 어린이집에 나오지 않던 정인 양은 사망 한 달 전인 지난해 9월 다시 등원했다.

A씨는 "너무나 많이 변한 율하(입양 뒤 이름)를 보고 저만이 아니라 다들 너무 힘들어했다"며 "몸이 너무 많이 가벼웠고 무게감도 없었다. 팔을 만져보니 살이 채워졌던 부분은 없어지고 가죽만 남아있었다"고 기억했다. 이어 "아이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다리를 바들바들 떨며 걷지 못했다. 그렇게 떠는 아기는 처음 봤다"고 덧붙였다.

결국 A씨는 정인양을 보호자에게 연락하지도 않고 병원에 직접 데려갔다. 왜 보호자 연락이라는 절차를 밟지 않았냐는 검사의 질문에 A씨는 "아이가 너무 불쌍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고 답했다.

A씨는 정인 양이 숨지기 전날인 지난해 10월 12일의 기억도 꺼냈다. A씨는 "10월에 온 율하는 심각했다. 등원할 때부터 힘이 없었고, 맨발이었는데 손과 팔이 너무 차가웠다"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 멍자국 묻자 "몽고반점·마사지 자국"

두번째 증인은 정인양 입양과 사후 관리를 맡았던 홀트아동복지회 사회복지사 B씨였다.

B씨는 지난해 2월 정인양이 양부모에게 입양됐을 당시에만 해도 "건강상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학대신고가 접수된 뒤 방문했을 때 배와 귀 뒤에 멍자국이 있었다고 밝혔다. 상처의 원인을 묻자 장 씨 등은 '몽고반점이 많다,' '마사지하다 그런 것 같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B씨는 지난해 7월 다시 정인 양을 방문했을 때에도 아이의 이마에 눌린 상처를 보고 원인을 물었지만 장 씨는 "엎드려서 자다가 생긴 것"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당시 장 씨는 정인 양을 차량에 30분가량 방치해 신고당한 상황이었는데 B씨는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착잡해했다. 억울, 불쾌해 하는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9월 무렵 정인 양이 일주일 넘게 음식을 먹지 못 한다는 전화를 받은 B씨는 '빨리 진료를 받으라'고 권유했지만 장 씨는 일정상 이유로 병원 방문을 미뤘다고도 진술했다. B씨는 "장 씨는 '불쌍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불쌍하지 않다'는 말을 하고 일정이 있다며 일주일 넘게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B씨는 장 씨와 연락이 제대로 닿지 않았고 양아버지인 안 씨를 통해 같은 해 10월 15일 가정방문 날짜를 잡았다고 밝혔다. 정인 양은 B씨가 방문하기 이틀 전인 10월 13일 사망했다.

수개월간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생후 16개월 정인이 사건의 첫 공판을 하루 앞둔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 피의자 양부모에게 살인죄 기소를 촉구하는 근조 화환이 서 있다. /남윤호 기자
수개월간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생후 16개월 '정인이 사건'의 첫 공판을 하루 앞둔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 피의자 양부모에게 살인죄 기소를 촉구하는 근조 화환이 서 있다. /남윤호 기자

◆ 마지막으로 안았던 교사 "또래보다 발달 빨랐지만…"

이날 재판의 마지막 증인은 정인 양이 다니는 어린이집 교사 C씨였다. 그는 숨지기 이틀 전 상태가 악화된 정인 양을 계속 안고 있었다.

C씨는 지난해 3월 처음 만난 정인 양의 첫인상에 대해 "또래보다 발달도 조금 빠른 편이었다"며 "낯선 환경에도 빨리 적응하려 하고 무언가를 잡고 걸으려 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학대 신고가 거듭된 같은 해 10월 12일 또래에 비해 야위고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고 기억했다. C씨는 "표정도, 뭘 하려는 의지도 없었고 손을 내밀거나 만지려고도 하지 않았다"며 "눈만 뜨고 숨만 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인 양의 몸이) 말라 있었는데 배만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윗배를 눌러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빵빵하게 불러 있었다"며 당시 정인양의 몸 상태를 묘사했다.

장 씨를 놓고는 평소 아이에 애정이 없어 보였고, 학대 신고를 당한 뒤에는 상처를 물을 때마다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고 증언했다.

C씨는 "처음에는 어린이집에서 신고한 줄 (장 씨가) 몰랐을텐데, 이후부터 상처에 대해 물어보면 예민하게 반응했다"며 "(정인 양 상처) 사진을 찍어서 보내드리면 저한테는 말 안하고 원장한테 불쾌하다고 말하거나, 그냥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앞서 C씨는 수사기관에서 '장 씨가 아이를 잘 안아주지 않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날 법정에서도 C씨는 "장 씨가 '율하에게 모성애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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