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는 매춘부' 하버드 교수에 美 정치권도 비판…논란 거세져
입력: 2021.02.12 12:05 / 수정: 2021.02.12 12:05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하는 논문을 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한국자생식물원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을 향해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영원한 속죄의 동상 모습. /더팩트 DB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하는 논문을 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한국자생식물원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을 향해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영원한 속죄의 동상 모습. /더팩트 DB

미 하원의원 영 김 "역겹다"…日 역사학자들은 램지어 교수 공개 지지

[더팩트|한예주 기자]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하는 논문을 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에 대한 비판이 미국 정치권으로 번지면서 점차 가열되는 양상이다.

11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인 영 김(한국명 김영옥·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진실이 아니고, 사실을 오도할 뿐 아니라 역겹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왔다고 소개한 뒤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신매매와 노예 피해자를 지원해야 한다. 이들의 인격을 손상하면 안 된다"며 "램지어 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램지어 교수는 위안부 여성이 계약을 맺었고, 금액 등 계약 조건을 자유롭게 협상했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집필했다.

논문의 내용이 일본 산케이신문을 통해 먼저 공개되자 하버드대 한인 학생단체들은 규탄 성명을 내고 하버드대 교내 신문 '크림슨'이 비판적 시각의 기사를 펴냈다.

하버드대 로스쿨 재학생인 조지프 최와 졸업생인 크림슨에 기고한 '일본의 위안부 침묵에서 램지어가 맡은 역할'이라는 글을 통해 "램지어의 논문 발표는 독립적 사건이 아니라 역사를 다시 쓰고 성노예 피해자를 침묵시키려는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노력"이라고 비판했다.

하버드 안팎의 역사학자들도 공개 비판에 나섰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됨에 따라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앞세워 역사적 가해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려는 일본 보수파의 시도는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지만, 일부 일본 역사학자들은 램지어 교수를 공개 지지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영 김 의원의 트위터 캡처
미국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지만, 일부 일본 역사학자들은 램지어 교수를 공개 지지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영 김 의원의 트위터 캡처

학술저널 측 역시 해당 논문에 대해 '우려 표명(expression of concern)' 표시를 붙였다.

국제법률경제리뷰(The 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를 발행하는 엘세비어 홈페이지 공지에 따르면 "국제법률리뷰는 (램지어 교수의) 태평양 전쟁 당시 성계약'이란 논문에 있는 역사적 증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는 것을 독자에게 알리기 위해 우려 표명을 발행한다"고 했다.

이어 "이와 같은 주장은 현재 조사 중"이라며 "가능해지는 대로 추가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우려 표명이란 독자에게 해당 논문이 신뢰성이 낮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조치다. 해당 논문에 대한 평가를 유보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연구 부정 또는 증거 오류에 대한 진실성 조사가 진행 중일 때 편집위원회가 발행하고 조사 절차 끝나면 논문 취소 또는 수정 등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일본의 극우 역사학자 6명이 해당 학술지와 편집인들에게 램지어 교수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에자키 미치오 일본 역사인식연구협의회 부회장이 지난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한 '램지어 교수를 지지하는 공개서한'에 따르면 에자키를 포함한 일본 내 역사학자 6명이 문제의 논문을 싣기로 한 국제법경제리뷰 편집진 등에 논문 지지 의사를 밝혔다.

공개서한에는 일본인 학자 5명과 제이슨 모건 일본 레이타쿠대 부교수 등 모두 6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미국식 '철회문화'(cancel culture)의 새 타깃이 됐다"며 문제의 논문을 가리켜 "놀랄만큼 광범위한 원자료에 근거한 탁월한 학술적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칭찬받아 마땅한 위대한 성취물이지 검열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램지어 교수의 공식 직함은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다. 이 자리는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이 1970년대 하버드에 150만 달러의 기부금을 주는 조건으로 만들어졌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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