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하림, 도시계획 기준 어겨"…양재 화물터미널 개발 갈등
입력: 2021.02.03 17:58 / 수정: 2021.02.03 17:58
서울시가 양재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을 두고 하림그룹 측이 도시계획 기준을 어기고 무리한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청 전경. /남용희 기자
서울시가 양재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을 두고 하림그룹 측이 도시계획 기준을 어기고 무리한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청 전경. /남용희 기자

"서울시가 사업 지연" 주장에 반박…市 "용적률 400% 지켜야"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서울시가 양재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을 두고 하림그룹 측이 도시계획 기준을 어기고 무리한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림 측에서 시가 양재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 사업을 지연시킨다고 주장하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3일 오후 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그동안 수많은 연구·논의를 통해 확립된 해당 부지의 도시계획 기준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하림 측이 국토부 물류시설개발종합계획에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로 선정·반영됐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도시계획과 배치되는 초고층·초고밀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며 "개발여건과 시 상위계획 등에 걸맞고, 예상되는 심각한 부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정규모의 첨단물류와 R&D가 잘 어우러지는 좋은 계획을 제안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곳은 과거 파이시티 개발이 좌초된 뒤 시가 지난 2015년 양재·우면 도심형 R&D혁신지구 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시 개발이 본격화됐다. 이듬해 하림그룹이 부지를 매입했고, 이 곳은 국토부의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 공모에 선정됐다.

국가 정책 상 도시첨단물류단지로 선정되면 관련 법적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인허가를 위해 거쳐야 하는 8개 정도의 심의위원회를 일괄 진행할 수 있고, 용적률을 각 지자체 조례 상 상한까지 완화할 수 있다. 또 공공기여도 최대 용적률을 받더라도 25%를 상한으로 하는 등 특례가 주어진다.

시는 도시계획과 국가 정책 사이의 혼선을 막기 위해 국토부에 이 개발사업이 자체적인 R&D 육성 개발 가이드라인 방향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국토부는 도시첨단물류단지는 시도지사가 지정권자로, 개발계획과 시 정책과의 부합여부는 시가 지정단계에서 판단 가능하다고 회신했다.

이후 시는 '양재 테크플러스시티' 조성 계획을 발표했고, 양재 R&D 혁신 거점 조성을 위한 특구 지정, 지단 수립 등 7대 실행전략을 세웠다.

그런데 2018년 하림 측은 용적률 800%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시에 제출했고, 시는 정책 및 상위계획과의 정합성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 뒤 지난해 하림 측은 다시 용적률 800%(지하 포함 1684%), 높이 70층(339m) 등 계획이 담긴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시는 그대로 개발이 이뤄질 경우 상습 교통정체 지역인 양재IC 일대 극심한 부작용과 특혜논란이 예상되는 만큼 이 지역의 도시관리계획 기준인 용적률 400%이하, R&D 육성 기조 등 도시계획 기준과 원칙에 부합되는 개발계획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하림 측은 시가 부당하게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상황이다.

서울시가 양재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을 두고 하림그룹 측이 도시계획 기준을 어기고 무리한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용희 기자
서울시가 양재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을 두고 하림그룹 측이 도시계획 기준을 어기고 무리한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용희 기자

이 국장은 "1982년부터 이 지역은 상업지역이지만 도시계획 시설 중 유통업무설비라는 제한적인 시설로만 활용할 수 있는 도시계획으로 결정돼 있었다"며 "이 지역 일대가 상습교통정체 지역이라는 여건 등을 감안, 오랜 논의를 통해 용적률 400%이하로 관리되고 있으며, 도입용도를 R&D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지구단위계획 변경 절차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지는 유통업무설비라는 매우 강한 규제가 있는 부지다. 유통업무설비라는 제약을 해제하면서 개발하려는 건 부지 소유자 입장에선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런 요구가 도시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보면 공공성, 형평성 등에 비춰 공정한 행위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도심 대형 개발사업인 GBC에 대해서는 "GBC는 상업지역이 될 수 있는 전제가 돼 있는 땅이어서 (용적률) 800%가 가능했다. 그래서 최초 매입 시 10조 5500억 원에 매입됐고, 공공기여도 1조7491억으로 36.7% 규모였다"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하림 부지는 도시계획 상 서울의 가장 외곽에 있는 지구중심에 있기 때문에, 또 유통업무설비라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됐기 때문에 매입가도 4525억 원이었고, 관련 법 특례에 따라 공공기여도 25%로 3659억 원이다. 그런데 용적률은 800%를 다 찾아가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지역은 교통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 그런 검토도 없이 도시첨단물류단지라는 이유 만으로 800%, 지하 포함 1600% 개발이 이뤄지고, 주변의 다른 13개 부지는 별도의 도시관리계획을 적용해 400% 이하로 개발되고 많은 공공기여를 해야 한다면 이것이 시민 정서에 맞는 형평성 있는 행정인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honey@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