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 '아시타비'…뜻은 '내로남불'
입력: 2020.12.20 14:17 / 수정: 2020.12.20 14:17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꼽았다. /교수신문 제공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꼽았다. /교수신문 제공

"코로나에도 소모적 투쟁"…신조어 선정은 처음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의미를 지닌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한자어로 옮긴 것으로 사자성어보다는 신조어에 가깝다.

교수신문은 7~14일 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88명(32.4%·복수 응답)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를 선택했다고 20일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정치·사회 전반에 소모적인 투쟁이 반복됐다는 이유다.

아시타비는 같은 사안도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의미를 한자어로 표현한 것이다. 1990년대 정치권에서 이중잣대를 비판하는 관용구로 쓰이던 '내로남불'에 이어 아시타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신조어가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수들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국가적 위기에서도 정치·사회적으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아시타비의 자세가 두드러졌다고 봤다. 특히 정치권에 대해 "다수당 입장에서는 다수결 원칙에 따른 의사결정이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지만, 소수당 입장에서는 그것이 권력의 전횡이요, 독재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타비'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시타비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사실에 서글픈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올 한해 유독 정치권이 여야 두 편으로 갈려 사사건건 서로 공격하며, 잘못된 것은 기어코 남 탓으로 공방하는 상황이 지속했다"며 "정치적 이념으로 갈라진 이판사판의 소모적 투쟁은 이제 협업적이고 희망스러운 언행으로 치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타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396명(21.9%)의 선택을 받은 사자성어는 '후안무치'(厚顔無恥)였다. 낯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빗댄 '첩첩산중'(疊疊山中)은 4위에 올랐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류인플루엔자와 돼지 열병까지 겹친 현실을 나타냈다는 평가다.

이번 설문조사는 6개의 사자성어 후보를 두고 906명의 교수가 각각 두 개씩 골라, 모두 1812표가 집계됐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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