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윤갑근 구속, 술접대 검사 기소…김봉현 '데스노트' 열리나
입력: 2020.12.13 00:00 / 수정: 2020.12.13 00:00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폭로한 야당 정치인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이 구속됐다. 김봉현 전 회장이 옥중서신에서 윤갑근 전 고검장 관련 의혹을 밝힌지 2개월 만이다. /뉴시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폭로한 '야당 정치인'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이 구속됐다. 김봉현 전 회장이 옥중서신에서 윤갑근 전 고검장 관련 의혹을 밝힌지 2개월 만이다. /뉴시스

옥중서신 주장 일부 사실로 드러나…나머지 의혹도 주목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폭로한 '야당 정치인'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이 구속됐다. 김봉현 전 회장이 옥중서신에서 윤갑근 전 고검장 관련 의혹을 밝힌 지 2개월 만이다.

김봉현 전 회장은 지난 10월16일 한 언론사에 친필 편지를 보내고 각종 의혹을 폭로했다. 그는 편지에서 지난해 7월 현직 검사 3명과 변호사 1명에게 1천만원 상당의 술접대를 했다는 의혹부터 검찰이 여권 인사만 수사하는 등 '짜맞추기 수사'를 한다는 것까지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김 전 회장의 편지로 법조계와 정치권이 술렁였다. 급기야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각에선 김 전 회장증언에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일부는 사실로 드러난 상태다. 특히 '검사 술접대 의혹'의 당사자는 재판에 넘겨졌다.

◆범죄자들은 입만 열면 거짓말?…'글쎄'

옥중편지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라임 사건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다. 추 장관은 김 전 회장이 주장한 의혹에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법무부는 "현직 검사들에 대한 향응 접대와 다수의 검찰 관계자에 대한 금품 로비가 있었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받고도 관련 보고나 수사가 일체 누락됐다"며 "향응을 접대받은 검사가 수사팀장으로 수사를 주도했다는 의혹 등이 일부 사실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의 이같은 결정에 정치권을 비롯해 여기저기서 비판이 나왔다. 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의 말을 믿고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다는 주장이었다.

검사장 출신의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김 전 회장의 편지가 "허점투성이"라며 신빙성을 의심했다. 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범죄자가 작성한 엉성한 입장문 내용 가지고 국회에서 더 이상 볼썽사납게 의혹 제기하며 정쟁할 것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회장이 법정에서 진술을 자주 뒤집었고, 입장문을 배포한 시기 역시 의문스럽다는 것이었다.

1세대 프로파일러이자 국민의힘 성폭력대책위원으로 위촉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장관님은 범죄자들이 입만 열면 거짓말을 얼마나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교도소를 다녀보면 숨 쉬는 것 말고는 다 거짓말인 사람들이 정말 많다"며 의문을 표시한 바 있다.

김 전 회장은 옥중 편지에서 올해 6월 라임자산운용 전 부사장이 야당 유력 정치인이자 검찰 간부 출신인 변호사에게 2억원을 지급하고, 그 변호사를 통해 우리은행 행장과 부행장에게 로비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임영무 기자
김 전 회장은 옥중 편지에서 올해 6월 '라임자산운용 전 부사장이 야당 유력 정치인이자 검찰 간부 출신인 변호사에게 2억원을 지급하고, 그 변호사를 통해 우리은행 행장과 부행장에게 로비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임영무 기자

법무부의 수사의뢰를 받은 서울남부지검은 김 전 회장의 의혹 제기에 대한 수사를 착수했다. 특히 '술접대 의혹' 특별 수사팀을 꾸렸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을 여러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현직 검사의 사무실과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붙였다.

두 달의 긴 수사 끝에 검찰은 실제 접대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8일 남부지검은 현직 검사 A씨와 전관 이모 변호사, 김 전 회장을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아울러 '야당 정치인 로비' 의혹도 수사 중이라고 알렸다.

김 전 회장은 옥중 편지에서 올해 6월 '라임자산운용 전 부사장이 야당 유력 정치인이자 검찰 간부 출신인 변호사에게 2억원을 지급하고 변호사를 통해 우리은행 행장과 부행장에게 로비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 전 회장이 언급한 로비 의혹의 주인공은 윤갑근 전 고검장.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윤 전 고검장에게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도망할 염려가 있고, 증거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사 술접대 의혹과 야권 정치인 로비 의혹 등 김 전 회장이 주장이 어느 정도 밝혀진 셈이다. 다만 검찰은 윤 전 고검장 의혹과 관련해서는 "김 전 회장이 아닌 제3자로부터 사전에 의혹을 이미 제보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하며 김 전 회장의 폭로와는 선을 그었다.

◆ 나머지 의혹은 증거 없다?…그것도 '글쎄'

수사결과를 발표한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나머지 의혹제기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봤다. 강기정 전 청와대 수석 등 여권 인사와 관련해 '검찰이 김 전 회장을 회유, 협박했다'나 '짜맞추기 수사'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선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특히 '검사 술접대' 은폐 의혹과 관련해서는 "라임 수사팀이 술접대에 관한 제보를 받았다거나 서울남부지검 지휘부와 대검찰청이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 내부와 관련된 의혹에는 대부분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접대 비용이 100만원이 안된다며 검사 2명을 불기소한 것과 맞물려 검찰 수사 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 전 회장은 수사결과에 대해 "납득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김 전 회장은 측근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애초에 우려했던 바와 같이 검사의 비위를 검사가 조사한다는 것이 모순이고,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철저히 재조사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봉현 전 회장의 옥중편지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라임 사건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다. 추 장관은 김 전 회장이 주장한 의혹에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임영무 기자
김봉현 전 회장의 옥중편지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라임 사건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다. 추 장관은 김 전 회장이 주장한 의혹에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임영무 기자

아울러 김 전 회장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만한 증거를 검찰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전 회장 측은 "술접대 이외는 김 전 회장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없었기도 했지만, 검찰이 제 식구인 검사의 비위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며 "증거를 검찰이 아닌 언론에 제공해 공수처나 특검과 같은 객관적인 곳에서 수사가 이뤄질 경우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봉현 전 회장의 폭로 결과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침묵'은 길어지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필요한 조치를 하고 국민께 사과드릴 일이 있으면 사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총장은 아직 입장을 내지 않았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관과 총장의 대립 상황에서 여러 번 성명을 냈던 일선 검사들 역시 침묵하고 있는 상황이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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