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3만8천원 차로 구사일생…검찰의 룸살롱비 계산법
입력: 2020.12.10 05:00 / 수정: 2020.12.10 05:00
검사 술접대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8일 현직 검사 A와 전관인 이모 변호사, 김봉현 전 회장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임영무 기자
'검사 술접대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8일 현직 검사 A와 전관인 이모 변호사, 김봉현 전 회장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임영무 기자

2시간·밴드비용이 가른 운명…'맞춤형 불기소' 비판도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두 달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현직 검사 술접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현직 검사 3명과 전관 출신 변호사 1명에게 500만원 상당의 룸살롱 접대를 했다는 김 전 회장의 폭로가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된 것이다. 실체적 진실은 밝혀졌으나 검사 3명 중 2명을 기소하지 않은 검찰의 처분에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술접대 의혹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 사건 수사전담팀(팀장 김락현 형사6부장)은 8일 검사 A와 전관인 이모 변호사, 김봉현 전 회장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나머지 검사 두 명은 접대금액이 김영란법상 금품 수수 기준인 1회 100만원 미만이라며 기소를 피했다.

지난해 7월1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룸살롱 술자리에는 5명이 모였다. 접대자 김봉현 전 회장과 술자리를 주선한 이 변호사, 검사 A, B, C 였다. 검찰이 파악한 접대 시간은 오후 9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경까지다.

약 1시간30분이 지나고 B, C 검사는 자리를 떠났다. 김 전 회장과 이 변호사, 검사 A는 밴드와 유흥접객원을 불러 2시간 더 룸살롱에 머물렀다. 평소 술을 못 마시는 김 전 회장은 그날 술을 입에 대지 않았지만, 술값 536만원을 모두 냈다.

라임자산운용 관련 의혹으로 검찰이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오기 불과 몇개월 전이었다. 이듬해 2월 검사 A는 남부지검 라임 사건 수사팀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도피 생활을 하던 김 전 회장은 검거돼 검찰 조사를 받는다.

검찰은 그날 술값을 두고 조금 복잡한 계산을 한다. 우선 술값을 낸 김봉현 전 회장도 향응 수수 대상자에 포함한다. 참석자는 김 전 회장을 포함해 5명, 이를 전체 술값 536만원에서 '더치페이'하면 1인당 금액은 107만2천원이다. 1인당 향응 금액이 100만원 이상인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다. 김 전 회장까지 포함시키더라도 검사 3명은 모두 기소된다.

그러나 검찰은 일찍 자리를 뜬 검사 B, C는 달리 봐야 한다며 새로운 셈법을 끌어 왔다. 검찰은 밴드와 유흥접객원 추가비용을 55만원이라고 봤다. 밴드와 접객원이 검사 B, C가 떠난 뒤 찾아왔기 때문에 둘에게는 55만원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536만원에서 55만원을 제외한 481만원을 5명으로 나눈다. 1인당 96만2천원. 검사 B, C는 아슬아슬하게 기소를 피했다. 3만8천원이 이들을 구한 셈이다.

다만 김 전 회장과 이 변호사, 검사 A는 각각 96만2천원에 밴드와 접객원 비용을 3명으로 나눈 값 18만3천여원을 더해 114만5천원으로 100만원을 넘어 기소됐다.

검찰의 이같은 결정에 여론은 싸늘했다. 애초부터 불기소를 염두에 두고 끼워 맞춘 것 아니냐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검사 술접대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8일 현직 검사 A와 전관인 이모 변호사, 김봉현 전 회장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임영무 기자
'검사 술접대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8일 현직 검사 A와 전관인 이모 변호사, 김봉현 전 회장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임영무 기자

참여연대는 9일 논평을 내고 검찰의 셈법을 질타했다. 이들은 "검찰에 대한 일부 기소 처분은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심지어 당시 김봉현 전 회장은 비용을 결제한 당사자임에도 향응을 함께 받은 사람으로 간주하고 수수자 수에 포함시켜 1인당 향응액을 낮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향응을 제공한 사람이자 동시에 향응을 받기도 했다는 것"이라며 "검사들을 봐주기 위한 맞춤형 계산법, 맞춤형 불기소다. 상식의 파괴이자 기소권 남용"이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접대 금액을 참석자 수로 쪼개 100만원 미만으로 만들어 불기소 처분한 것에 민심은 '이게 말이 되는가'라는 상식적 의구심을 가진다"며 "그러나 이 의문에 누구도 답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함께 기소된 김봉현 전 회장도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전 회장은 9일 측근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검찰 수사 발표는 매우 황당하다"며 "검찰 계산 방식에 따르더라도 다른 후배들(검사 B, C) 모두 100만원을 초과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같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검찰은 "관련자 판례와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설서 등을 참조했다"고 설명했다. 또 B, C 검사에 대해서는 감찰을 통해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11시를 기점으로 B, C 검사가 떠났고, 이후에 밴드가 들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형법의 기본원칙은 자기책임의 원칙이다. B, C 검사가 11시에 떠났기 때문에 이후에 먹은 것은 책임이 아니고, 검찰이 계산해서 기소한 방향이 법리적 측면에서 부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다른 모든 사건에서 검찰이 그렇게 계산해왔는지는 의문이다. 앞으로의 사건에서도 동일한 계산을 적용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징계 규정상 청탁금지법 위반 자체가 중징계밖에 없다"라면서 "이제 기소, 불기소 문제가 아니라 접대받은 검사들이 정직 3개월 이상이나 해임 처리 등 징계를 받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sejungkim@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