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매에서 경매 집행관이 작성한 현황조사보고서에 나와있지 않았더라도 공사대금채권자의 유치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남용희 기자 |
공사대금 못 받은 채권자 손 들어줘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부동산 경매에서 법원 집행관이 작성한 현황조사보고서로 증명되지 않더라도 채권자의 유치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예금보험공사가 A, B씨를 상대로 낸 유치권 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모 저축은행은 부산의 한 건물임대업체에 대출을 해주면서 업체 소유 건물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이 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는 업체가 대출금을 갚지 못 하자 법원에 건물 경매를 신청했다. 법원이 경매를 결정하자 압류등기도 마쳤다.
그러나 A, B씨는 경매될 건물 일부 층 공사대금 각각 5억여원, 3억여원을 못 받아 유치권을 행사 중이라고 법원에 신고했다. 빌려준 돈을 못 받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부동산 등을 맡아두는 권리를 유치권이라고 한다.
예금보험공사는 유치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민사소송을 걸었다.
1심 법원은 A, B씨의 유치권을 인정하지 않고 예금보험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경매절차 집행관이 작성한 부동산현황조사보고서에는 A, B씨의 주장대로 이 건물에 유치권 행사 공고문을 붙여놓았다는 내용이 없었다. 두 사람이 유치권을 주장하는 건물 층을 점유했다는 증거도 나와있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A, B씨가 압류등기 전부터 이 부동산에 유치권을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두 사람의 유치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예금보험공사에 유치권 포기각서를 제출했는데 이는 유치권이 있었다는 정황으로 봤다. 공사대금을 못 준 건물임대업체 대표도 두사람이 유치권이 가졌다고 증언하는 등 부동산현황조사서를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결론냈다. 이들이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공고문을 건물 곳곳에 붙여놓은 사실도 확인했다.
예금보험공사는 A, B씨가 담보도 없이 유치권만으로 공사대금을 받아내려는 의도를 가졌고 유치권포기각서를 내고도 유치권을 주장하는 등 신의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두 사람이 유치권을 행사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이들이 이 건물 전체에 대한 적법한 유치권자라고 판단한 원심은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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