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9개월 '靑 하명수사', 정식재판 시작 해 넘긴다
입력: 2020.10.30 14:01 / 수정: 2020.10.30 14:23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30일 오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송철호 울산시장과 한병도,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3명에 대한 다섯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사진은 송철호 시장. /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30일 오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송철호 울산시장과 한병도,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3명에 대한 다섯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사진은 송철호 시장. /뉴시스

공판준비기일만 5번 열어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으로 기소된 여권 인사들의 재판이 거듭 지연됐다. 검찰이 기소한 지 9개월이 흘렀지만, 검찰과 피고인 측은 공소사실과 증거목록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정식 재판은 내년이 돼야 열릴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30일 오전 송철호 울산시장과 한병도,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3명에 대한 다섯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송 시장 등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 사건 재판은 지난 4월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으나 아직 정식 재판 절차에 못 들어간 상태다. 검찰은 공범 및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제한해왔고, 송철호 시장 등이 조직적으로 출석을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검찰이 '별건 수사'를 하고 있다며 공방을 벌여왔다.

열람·등사가 된 이후에도 증거목록 분리 여부를 두고 대립이 계속됐다. 피고인이 13명인데 검찰이 이들을 일괄 기소하면서 일부 피고인에게 해당하지 않는 혐의도 공소장에 포함돼 분리를 주장했다. 검찰은 공모관계 입증을 위해 모두 필요하다고 거부했다. 거듭된 지연에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검찰 측에 증거목록을 수정한 의견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재판에서 한병도 의원 측 변호인은 검찰의 새 증거목록이 200쪽 분량이지만 이 중 170쪽이 한병도 의원과는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 측 변호인은 "수정 증거목록에는 여전히 한병도와 관계없는 증거사실이 많다. 송철호 시장 당선을 위한 청와대 하명수사나 공약 개발과 관련된 게 포함됐는데 이는 한병도와 아무 관계가 없다"며 "명확한 기준과 근거를 알려달라"고 했다.

이어 "한병도 피고인에 대한 증거는 한병도와 관련된 증거사실이어야 한다.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는 것은 재판부에서 증거신청을 기각해야 한다"며 "한 사건으로 재판을 받을 사건이 아닌데, 한 사건으로 기소를 하면서 다른 공소사실을 같이 제출했다. 그게 문제의 시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철호 울산시장(왼쪽) 등 13인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송 시장의 당선을 지원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사진 오른쪽은 송병기 울산부시장. /뉴시스
송철호 울산시장(왼쪽) 등 13인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송 시장의 당선을 지원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사진 오른쪽은 송병기 울산부시장. /뉴시스

송철호 시장 측 변호인도 "증거목록 일부는 한병도 외 다른 피고인과는 무관하다"며 "검찰은 제출하고자 하는 증거가 모든 피고인의 공소사실 입증과 관련됐다면서 자세한 의견을 밝히라고 했는데, 최소한 어떤 피고인과 어떤 공소사실, 범죄와 관련된 것인지 밝히는게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한병도 피고인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개인의 행동이라고 볼 수 없는 측면이 많았다. 전체적인 그림 하에서 증거목록이 작성돼 제출된 것"이라며 "변호인이 먼저 이 부분만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전체적인 증거조사 과정을 거쳐 판단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증거의 입증 책임은 검찰에게 있는 것인데 피고인이 미리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고 했다.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측은 공소장에 '청와대에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것'이라는 인상을 주려 한다고 지적했다. 장 전 행정관 측 변호인은 "지금 검찰 공소장의 공모관계 내용에 대해서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다. 공소사실 자체만으로는 하명수사나 산재모병원 등 사건이 별개로 있는 것 같지만 '청와대 윗선에서 개입했다'는 것이 이면에 실려져 있다"고 했다.

검찰은 "다시 검토해서 가능한대로 (증거목록을) 제외하고 제출한 것인데 당황스럽다"며 "1월 29일에 공소를 제기했는데 10월 30일에 와서야 공모관계가 모호하다거나 부적절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고 난색을 보였다.

공방이 계속되자 재판부는 증거목록을 분리해달라는 피고인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검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12월 21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해 이들의 첫 정식 재판은 내년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송 시장 등 13인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송 시장의 당선을 지원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여권 인사들이 송 시장의 경쟁자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위 첩보를 울산경찰청에 전달해 사실상 '하명수사'를 지시했고, 선거에 영향을 줬다고 의심한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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