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표창장 위조 시연에 작명까지…'정경심 유죄' 올인한 검찰
입력: 2020.10.16 00:00 / 수정: 2020.10.16 00:00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15일 자녀 입시 비리 및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사진) 동양대 교수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남용희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15일 자녀 입시 비리 및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사진) 동양대 교수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남용희 기자

막바지 서증조사…"의도 명백하다" 변호인 항의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검찰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표창장을 직접 위조하는 '시연'을 보였다. 공소사실상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한 날을 '위조 데이'라고 수십 차례 일컬어 재판부에 제지 당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15일 자녀 입시 비리 및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 교수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검찰 측 서증조사가 진행됐다. 지난달 24일 마지막 증인신문을 끝으로 막바지 심리에 들어간 만큼, 검찰로서는 법정에서 공소사실 입증에 주력할 마지막 기회였다.

검찰은 정 교수에게 가장 먼저 적용한 혐의인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2013년 2월 정 교수의 딸 조민 씨가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했으나 불합격하자, 다음 해 입시에선 합격하기 위해 동양대 총장 명의와 직인이 새겨진 표창장을 위조하기에 이르렀다고 범행 동기를 설명했다.

이듬해 조 씨는 이 표창장을 서울대·부산대 의전원에 각각 제출했고 이 중 부산대에 최종 합격해 재학 중이다. 검찰은 위조된 표창장을 제출해 이 대학교의 공정한 입시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검찰은 실제 동양대에서 사용하는 상장 용지와 프린터를 법정에 가져와 표창장 위조 상황을 직접 시연했다. 앞서 "정 교수가 위조했다고 주장하는 방식대로 표창장을 만드는 걸 처음부터 보여달라"는 재판부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정 교수는 애초 컴퓨터 사용에 능숙하지 못해 공소사실처럼 이미지 프로그램과 한글 파일을 이용한 표창장 위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컴맹'이라는 정 교수는 MS 워드만을 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MS 워드만으로도 30초 만에 표창장 위조가 가능하다며 상장을 만들어 보였다. 그러면서 "피고인 측은 전문 이미지 프로그램을 써야만 위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제했지만, 실제로는 정 교수가 잘 다룬다는 MS 워드 프로그램으로도 쉽게 표창장을 위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검찰의 시연은 지난해 11월 정 교수를 14개 혐의로 추가 기소할 당시 쓰인 공소장과도 차이가 있다. 당시 공소장에는 이미지 프로그램을 이용해 아들 조모 군의 동양대 상장을 캡처해 워드 문서에 삽입한 다음, 딸 조 씨의 표창 내용을 임의로 적은 한글 파일 하단에 조 군 상장 캡처본에서 오려 낸 총장 직인 이미지를 붙여 넣었다고 돼 있다.

검찰의 시연은 정 교수가 받는 다른 입시 비리 혐의를 뒷받침하는 데에도 쓰였다. 이같은 위조 방식으로 아들 조 군의 변호사 사무실 인턴십 확인서와 딸 조 씨의 KIST 인턴십 확인서를 위조했다는 주장이다.

조 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의 경우 MS 워드로 작성된 확인서 파일이 조 전 장관의 연구실·자택 컴퓨터에서 각각 발견 됐다며 "서울대 인턴십 확인서는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합작품"이라는 주장도 폈다. 단국대·부산 호텔 인턴 확인서를 위조하는 데에도 조 전 장관이 깊이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정점식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소장을 띄워둔 채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0월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정점식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소장을 띄워둔 채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검찰은 정 교수 혐의의 중대함을 강조하려는 듯 다소 극적인 용어를 수십 차례 사용했다. 입시 비리 의혹 중 정 교수 부부가 연루된 혐의는 '부모 찬스 영역'으로, 정 교수의 동창 등 지인들이 연루된 혐의는 '지인 찬스 영역'이라 일컬었다.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보는 날은 '위조 데이'라 일컬어 재판부에 제지 당하기도 했다. 정 교수에게 불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언론에서 쓸 법한 단어를 제시한다는 지적이다.

약 스무 차례 이상 위조 데이라는 단어가 법정에 울리자 정 교수 측 변호인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변호인은 "계속 들어야 되나 하다가 도저히 불편해서 말씀드린다. 범행 날짜를 위조 데이라는, 신문 기사에 나올 문자로 새로운 작명하는 게 적절하냐"며 "너무 (검찰의) 의도가 명백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부 역시 "변호인의 (이의 취지를) 충분히 알겠다"며 "'위조한 날'로 표현 해달라"고 했다.

지난 6월에도 검찰은 사모펀드 의혹 관련 범행 동기를 설명하며 "내 목표는 강남 건물을 사는 것"이라는 정 교수의 문자메시지를 거듭 언급해, 재판부에게 "강남 빌딩 얘기는 그만 하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문자는 지난 2017년 7월 정 교수가 동생 정씨에게 보낸 문자였다.

정 교수의 다음 공판은 29일로, 정 교수 측의 서증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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