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 31년 만에 비상상고심
입력: 2020.10.15 18:43 / 수정: 2020.10.15 18:43
최소 500명이 넘는 수용자가 목숨을 잃은 형제복지원 사건 특수감금 혐의가 무죄 확정된 지 31년 만에 비상 상고심이 열렸다. / SBS 제공
최소 500명이 넘는 수용자가 목숨을 잃은 형제복지원 사건 특수감금 혐의가 무죄 확정된 지 31년 만에 비상 상고심이 열렸다. / SBS 제공

검찰 "무죄 근거 내무부 훈령은 위법"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한국의 아우슈비츠'라고 불리며 최소 500명이 넘는 수용자가 목숨을 잃은 형제복지원 사건 특수감금 혐의가 무죄 확정된 지 31년 만에 비상 상고심이 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5일 전 형제복지원 원장 고 박인근 씨의 특수감금 혐의 비상상고심 변론기일을 열었다.

고경수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이날 과거 특수감금죄 무죄 판결의 근거가 된 내무부 훈령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 훈령은 1975년 박정희 유신정권이 만들었으며 ‘부랑인 신고·단속·수용보호·귀향 및 사후 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 정식 명칭이다. 부랑자 규정이 포괄적이라 자의적 적용이 가능하고 본인의 동의 없이도 시설에 무기한 수용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검찰은 피해자들에 대한 가혹행위와 감금은 내무부 훈령을 적용해도 위법이라고 봤다. 훈령은 부랑자들을 보호하라고 했지 의사에 반해 강제노역을 시키라고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수용자 이탈 방지를 위해 경비·경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규정도 구타와 감금을 정당화하지 못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고경수 부장은 "그동안 이 사건은 지속적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피고인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않고 세상을 떠났다"며 "이번 비상상고를 통해 피고인의 특수감금이 정당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천명해야 한다. 이것이 피해 생존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사회 정의를 세우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형제복지원은 1975~1986년 약 3만8000명이 수용됐던 전국 최대 부랑인 수용시설이다. 수용자 대부분이 부랑인이 아닌데도 강제수용됐으며 구타 등 가혹행위로 최소 513명이 사망하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일어났다

1987년 언론보도로 참상이 처음 전해졌다. 검찰은 박인근 원장 등을 특수감금 혐의 등으로 기소했으나 7번의 판결 끝에 1989년 대법원에서 정당행위로 인정됐다. 피해 생존자들이 2010년부터 진상규명 운동에 돌입했으며 2018년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검찰총장의 사과와 특별법 제정을 권고해 검찰이 이 사건을 비상상고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비상상고 판결은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직접 판결하는 파기자판을 선고하지 않는 한 피고인에게 효력을 미치지 않는 한계가 있다. 판결의 위법사항을 시정한다는 의미에서 이론적 효력을 가질 뿐이다. ‘재판이라는 옷을 입고 있는 학설’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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