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대필' 현직 검사 집행유예…"뉘우치지 않아 엄벌"
입력: 2020.10.14 11:02 / 수정: 2020.10.14 11:02
14일 법원은 논문 대필 의혹 현직 검사에게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이새롬 기자
14일 법원은 '논문 대필 의혹' 현직 검사에게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이새롬 기자

'동생' 교수도 나란히 유죄…공범 교수는 해외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논문 대필 의혹으로 기소된 현직 검사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황여진 판사는 14일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검사와 동생 B 씨에게 징역 8월·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200시간도 명했다.

A 검사는 법학전문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하던 2016년 12월 자신의 지도교수인 C 교수와 공모해 C 교수의 제자에게 박사학위 예비심사용 논문을 작성하도록 한 뒤 자신이 쓴 것처럼 발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논문으로 박사학위 논문 예비심사에 합격해, 공정한 논문 심사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다.

A 검사의 동생 B 씨는 2018년 교수로 재직하면서 C 교수를 통해 대학원생에게 논문 3편을 대필하도록 한 뒤 법학 학술지에 실어 학술지의 논문심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이 사건에 연루된 C 교수는 검사 출신으로, 검찰에 재직할 당시 A 검사 남매의 부친과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해 5월 A 검사와 B 씨 남매를 재판에 넘겼지만, C 교수는 해외로 출국해 조사하지 못했다.

재판 과정에서 A 검사는 무죄를 주장해왔다. A 검사 측은 C 교수와 제자들 사이에 있었던 일을 전혀 알지 못하며, C 교수가 논문 작성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을 수정해 준 것 뿐이라고 변론했다.

동생 B 씨는 문제가 된 논문 3편 중 1편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했다. 나머지 1편에 대해선 B 씨의 핵심 아이디어로 초안이 작성 됐다며 C 교수의 도움을 받았어도 대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이같은 주장을 배척하고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C 교수가 제자에게 여러 차례 (A 검사의) 논문 관련 내용을 알아 보라는 업무 지시를 내리고, 구체적 수정 지시까지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이 직접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초고에 비해 제자들의 서류는 이보다 발전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 점, 자료 중 피고인이 해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점, 어떠한 내용이 제출된 지도 모른 채 심사에 임한 점에 비춰 피고인이 논문을 직접 작성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동생 B 씨가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논문 1편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의 관여 정도는 거의 없거나 미약하다. (핵심 아이디어를 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도 전혀 남아 있지 않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논문 제작 사건에 과한 형이 부과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이 사건 피고인들은 각각 검사, 교수의 지위에 있으면서 본인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의존해 타인이 작성한 논문으로 심사에 합격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위로 얻게 된 친분을 이용해 이 사건 재판에 이르렀고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 사례보다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구형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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