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재임 기간 공들여 추진했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향후 향방이 주목된다. 박 시장이 2019년 9월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관련 긴급 기자화견을 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
오는 16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별세한 지 100일이 된다. 최초 3선 서울시장이자 여권 유력 대선후보로서 추진했던 야심찬 프로젝트들도 동력에 위기를 맞았다. 서울시는 강력한 리더십 부재와 코로나19 사태라는 이중고 속에 '박원순표 정책'을 이어나가고 있다. 수많은 정책이 있지만 그중 우선 4개 정책을 꼽아 최근까지 진척 상황과 과제 등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차도 확대·역사광장 백지화…"시민 뜻 반영이 원칙"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재임 기간 공들여 추진했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향후 향방이 주목된다.
시는 최근 세종문화회관 쪽 도로를 없애 보행광장을 조성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초창기 계획과 비교해 차로는 넓어지고 광화문 역사광장 조성도 백지화돼 규모가 다소 축소됐다.
또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광장의 상징성, 교통수요 대책 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졸속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 새 광장 크기 줄고, 역사광장 조성은 백지화
시는 지난달 말 그동안 시민 소통 결과를 반영해 수정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시민 의견 수렴을 위해 계획 추진을 멈춘 지 약 1년 만이다.
큰 그림은 세종대로 사거리~광화문 구간의 서측(세종문화회관 쪽) 차로를 없애 광장으로 조성하고, 동측차로는 7~9차로로 확장한다는 것이다. 또 사직로를 없애 역사광장으로 만든다는 계획은 백지화했고, 광장 지하공간은 대규모 개발 대신 현재 해치마당 지하공간을 리모델링하는 수준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당초 재구조화 계획과 비교하면 남겨두는 차로 수가 6차로에서 7~9차로로 늘었다. 또 역사광장도 만들지 않기로 하면서 새로운 광장의 전체 규모는 기존 계획보다 다소 줄어들게 됐다.
이에 대해 시는 사업 추진 원칙대로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 총 61회에 걸쳐 1만2115명 시민의 목소리를 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 관계기관 등과 함께 논의해 구체적 계획안을 마련했다. 이어 올 5월에는 시장 공관에서 시민단체, 광화문시민위원회 위원 등을 차례대로 면담하며 사업일정 등을 포함한 종합적 자문을 받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소통 과정에서 인근 주민 등이 교통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 사직로 기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광장 지하 개발은 인근 상인들이 지하공간을 대규모로 개발할 경우 방문객들이 주변 상권으로 퍼지지 않아 지역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부분을 받아들여 편의시설 신설 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광장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교통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교통규제심의를 받으면서 나온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재임 기간 공들여 추진했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향후 향방이 주목된다. 사진은 새 광화문광장 조감도. /서울시 제공 |
◆ 시민사회 "박 시장 사망 후 졸속 추진" 비판
새로운 계획을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통수요 관련 대책이 충분하지 않고, 그간 시민사회와 논의 결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목소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는 이달 초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계획은 박 시장이 지난해 9월 광화문광장 사업을 전면 재논의하겠다고 공개 선언한 이후 진행된 광범위한 사회적 토론의 결과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며 "기존 광장의 문제점을 개선하지도 않았고, 시민과 전문가의 아이디어를 반영하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그간 논의 과정에서 제시된 사대문 안 혼잡통행료 등 구체적인 대책도 없이 박 시장 사망 이후 시에서 급하게 추진한다고 지적하며 "사업을 중단하고 내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될 새 시장에게 맡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광장조성 과정에서 꾸준히 의견을 제시해 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광장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도 문제지만 교통수요 관리를 어떻게 할지도 중요한 문제인데 시에서는 성의 있는 답변이 없었다"며 "또 새 광장 운영방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사람으로 치면 명치 쯤 되는 곳이 광화문광장인데, 그러면 이 곳을 개편하는 것은 서울 도시구조를 재편하겠다는 전망 속에서 문제의식이 담겨야 한다"며 "그러나 사업적인 차원에서만 접근해 광장은 동상을 옮기지 않아도 되는 등 서측 안이 편리하니 그렇게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재임 기간 공들여 추진했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향후 향방이 주목된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17년 4월10일 오후 박 시장과 광화문광장에 도착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임영무 기자 |
◆ 청와대·정부도 소극적…순탄치 않았던 추진과정
그동안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그 상징성과 규모에 걸맞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시와 함께 추진한 사업이다. 계획이 본격화된 것은 대선을 앞둔 2017년 4월 박원순 서울시장을 광화문광장에서 만나 광화문 재구조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문 대통령은 이 만남 이후 보름이 채 지나지 않아 청와대를 이전하고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고, 당선된 뒤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 이를 포함했다. 이어 박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면서 새 광화문광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이후 진행과정에서는 곳곳에서 잡음이 생겼다. 2019년 1월 말 시는 설계공모 당선작을 발표했는데 정부서울청사를 관리하는 행정안전부가 제동을 걸었다. 청사 건물 및 부지 일부를 포함하는 설계안은 합의가 되지 않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앞서 같은 해 1월 초에는 청와대가 새 광화문광장 조성과 연계해 추진하던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 정부 차원 지원이 소극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박 시장은 이같은 논란 속에서도 "광화문광장은 서울과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을 결정하는 중대한 사업"이라며 추진 의지를 이어갔다. 이에 광화문광장이 대선에 도전하기 위한 공약이라는 시각도 많았다. 3선 서울시장임에도 눈에 띄는 대표 사업이 없다는 평가를 뒤집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행정력이 집중되며 우선순위에 둘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됐고, 7월에는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 생전인) 올 5월 회의 때도 이 사업은 흔들림 없이, 계획에 따라 행정역량을 집중해 추진하기로 했었다"며 '시민 의견 반영'이라는 원칙 하에 앞으로도 계획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재임 기간 공들여 추진했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향후 향방이 주목된다. 3월1일 광화문광장 모습. /이선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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