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촬영을 위한 취재진의 요청으로 잠시 마스크를 벗었으며, 촬영 이후엔 마스크를 쓴 채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새롬 기자 |
지난 제21대 총선에서는 법조인이 총 46명 당선됐다. 어느 때보다 검찰개혁, 사법개혁 등 중요한 법조 이슈가 많아 이들의 입법부에서 활동이 주목된다. <더팩트>는 21대 첫 정기국회 개회를 맞아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에게 법조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정부 검찰개혁, '다리 가려운데 팔 긁는' 꼴"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작은 나사못' '생활형 검사' '검찰개혁단장'
지난 1월 20년간 몸 담은 검찰을 떠나 정치에 입문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옛 이름이다. 2000년 인천지검에서 공직을 시작한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처럼 살아가겠다"는 선배의 이야기를 마음에 새긴 채 생활형 검사로 살아왔다. '직장생활'의 경험을 책으로 옮긴 '검사내전'이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2018년부터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 일하며 검찰 조직을 향한 자성의 목소리도 낸 적도 여러번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도맡은 그였지만 지난 1월 수사권 조정안과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을 동시에 비판하며 사표를 던졌다. 그의 사표는 정계는 물론 법조계에도 큰 파란이었다. 이프로스(검찰 내부 통신망)에 정부의 검찰개혁안을 두고 "거대한 사기극"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새로운보수당의 인재영입 1호를 거쳐 이제는 현역 국회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지 반년을 맞은 김 의원은 여전히 검찰개혁안에 아쉬움이 크다. "수사한 사람이 기소하는 것만큼 무섭고 위험한 일이 없다"고 힘주어 말하는 그는 지금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법을 놓고 "팔이 가려운데 다리를 긁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검사 시절부터 일관된 검찰개혁론을 갖고있다. '검찰은 검찰의 일, 경찰은 경찰의 일을 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또 수사는 "강력한 공권력이고 국민에게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이기 때문에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견제'라는 점이다.
이를 복싱 경기에 비유했다. 홍코너가 경찰이고 청코너가 국민이다. 홍코너는 청코너를 각목으로 때릴 수도 있고, 이미 쓰러져서 KO가 된 청코너를 계속 때릴 수도 있다. 이걸 감시하는 게 레프리(심판), 즉 검찰이다. 김 의원은 "지금의 조정안은 레프리가 통제받지 않으니 홍코너도 똑같이 통제받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다. 결국 불이익은 청코너, 즉 국민이 받는다"라며 "이런 수사구조를 가진 건 중국밖에 없다. 그래서 제가 우스갯소리로 '중국이 표절 시비 걸겠다'고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권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지검과 고검이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새롬 기자 |
경찰은 형사소송법·검찰청법 대통령령 제정안 입법예고 기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여전히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와 경찰수사지휘권이 폭넓다는 이유다. 경찰이 이렇듯 반발했다면 수사권조정안에 '견제수단'이 어느정도 갖춰졌다는 반증이 아닐까.
"일종의 엄살 작전이다. 경찰의 속내는 '수사를 통제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제정안에서 검찰의 경찰수사 통제권은 더 없어졌다. 경찰이 종결한 사건에 검찰이 1회 재수사 요청을 하도록 제한한 규정이 있다. 이것만큼 국민의 권리를 어마어마하게 침해하는 규정이 없다. 경찰에게 수사종결권을 주는 대신 검찰이 언제든지 재수사 요청을 할 수 있으니 괜찮다지만 1회로 제한해 무력화시켰다. 재수사 요청 뒤 경찰이 똑같이 종결하면 끝이다. 억울한 국민의 권리를 구제할 방법이 없어졌다."
경찰도 문제지만 검찰도 문제다. 검찰의 수사종결권도 종종 '봐주기'로 비판받기는 마찬가지다. 대안으로 올해 서울고법이 도입한 법원 재정 전담 재판부가 거론된다. 재정신청은 고소·고발인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정당한지 고등법원에 판단을 청구하는 제도다. 김 의원은 재정 전담 재판부에 부정적이다. 재정신청 인용률이 2018년 기준 0.52%에 그치는데다 재정신청이 인용돼도 재판 결과 무죄가 대부분인 것은 "법원이 수사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 의원은 "검찰의 사건 종결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방법은 항고와 재항고를 담당하는 고등검찰청이 지방검찰청에서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라며 "고검과 지검의 인사 교류를 완전히 잘라내면 고검은 별개 기관으로서 지검 수사를 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개혁안 중 논란이 컸던 것 중 하나가 검찰총장의 권한 분산이다. 총장의 권한을 고등검찰청장에게 흩어놓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권고안도 나온 바 있다.
김 의원은 이 역시 "위장병을 호소하는 환자의 다리를 절단한 셈"이라고 혹평했다. 검찰총장은 더 이상 조직에서 올라갈 자리가 없는 지위인 반면 고검장은 되는 순간 검찰총장을 욕심낸다. 총장 인사권은 대통령 몫이다. 고검장이 총장보다 권력 외압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는 "그동안 의심한 검사(고검장)의 공정성을 믿는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한다. 총장도 검사 아닌가"라며 "정작 그동안 문제된 검찰의 특수수사, 직접수사 범위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수사범위를 일부 중대범죄로 제한한다는데 그동안 검찰이 중대범죄 이외에 다룬 사건이 있었나"라고 되물었다.
김웅(사진) 국민의 힘 의원은 "진정 국민을 위한 공수처가 되기 위해선 공수처 역시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새롬 기자 |
검찰개혁의 본질은 간명하다. '직접수사 최소화'라는 게 김 의원의 시각이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세계적 교집합'인 권력형 비리 사건과 금융 범죄로 하되 수사 검사와 영장 청구 및 기소 검사는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직접수사 축소로 남은 검찰 인력은 사법경찰의 수사를 통제하는데 투입하면 된다.
그런 면에서 현 정부의 검찰개혁안은 "팔이 가려운데 다리를 긁는 꼴"이다. 검찰개혁의 과제인 직접수사권은 별 변화없이 검찰의 강점인 경찰수사 통제 권한을 형해화시키고 직접수사 범위는 그대로 뒀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사를 통제할 수단도 강조한다. 이를 위해 법조비리수사처, 또는 원래 의미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필요하다고 본다.
검사 출신이자 야당 소속인 김 의원조차 검찰을 통제할 수사기관 설치에 공감하는데 국회에서는 왜 공수처법이 표류하고 있을까. 그는 여당이 발의한 공수처법은 대통령이 공수처 수사인력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 '정권 보위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수사 범위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 직무 관련 범죄까지 넓어져 정권에 불리한 수사나 판결을 한 판검사 압박이 우려된다. 또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수사를 개시하면 이를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는데 사건을 공수처가 강제로 가져갈 수도 있다. 공수처가 무혐의 종결한 사건은 의혹이 있어도 검찰 재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검찰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자는 마당에 공수처는 둘다 갖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김 의원은 "공수처는 왜 수사·기소권을 다 갖느냐고 물으면 중립성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방법이 있으면 진작 검찰 조직에 쓰지 그랬냐고 되물으면 아무 말도 못 한다"며 "국민의 열망은 정권 보위처가 아니다. 야당에게 이 안을 따라오라는 건 말도 안된다"고 잘라말했다.
공수처법 합의의 핵심은 수사·기소권 분리와 인사권 독립이라는 게 김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그 어떤 사건도 수사한 사람이 기소하면 안된다"며 "수사를 시작한 사람이 기소까지 하는 것은 가장 무섭고 위험한 힘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심한 경우 극단적 선택까지 했다"고 역설했다. 공수처 인사권은 독립된 위원회가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이루고 싶은 일은 검·경, 법원 등 형사사법기관 개혁이다. 특히 경찰 조직의 선진화에 의지가 강하다. 그가 보기에 한국 경찰처럼 비대하고 중앙집권화된 조직이 없다.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정보 경찰은 없애야 한다. 경찰은 치안 유지, 검찰은 사법 통제, 법원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기관이 되는 삼각 구도가 이상적이다. 핵심 수사 기능을 갖춘 한국형 FBI 출범도 그의 오랜 꿈이다.
당선된 지 반년 동안 검사와 국회의원의 차이는 뚜렷하게 다가왔다. 검찰은 과거의 일을 찾아가는 일이니 사건 하나를 끝내면 완결된다. 국회는 반대다. 현재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예측하고 쫓아가기 때문에 사건이 끝나지 않는다. 법조계는 법과 규정이라는 합의된 규칙에 승복한다. 하지만 정치는 분명 불법이고 정리해야 할 문제인데도 진영 논리나 정치적인 힘이 앞서는 경우가 생긴다. 김 의원은 "정치가 이런 식으로 활용되면 국민들에게 갈등과 분란을 주는 요소가 되겠다는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김웅 의원은 검사내전에 이어 '의원내전'도 볼 수 있겠냐는 물음에 "국회도 검찰처럼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모습이 많이 다르더라"며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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