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독감' 사망 근로자…법원 "업무상 재해"
  • 김세정 기자
  • 입력: 2020.09.28 06:00 / 수정: 2020.09.28 06:00
2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캄보디아 특유의 인플루엔자 유형에 감염돼 사망한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남용희 기자
2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캄보디아 특유의 인플루엔자 유형에 감염돼 사망한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남용희 기자

귀국 후 폐렴 사망…"국내 있었다면 치료됐을 것"[더팩트ㅣ김세정 기자] 해외 근무 중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한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캄보디아 특유의 인플루엔자 유형에 감염돼 사망한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한 인형 제조 업체에 2017년 11월 입사했다.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에 있는 회사의 공장에 자재관리자로 근무하는 조건으로 채용됐다. A씨는 입사 5일 후 캄보디아에 입국했고, 다음날부터 공장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약 두 달이 안 돼 A씨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 당일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A씨는 한 달 넘게 치료를 받았지만, 2018년 2월 사망했다. 사망원인은 급성호흡곤란증후군에 따른 폐렴과 저산소 혈증이었다.

의료진에 따르면 A씨는 캄보디아 현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캄보디아에서는 다양한 인플루엔자가 1년 내내 유행하고 있는데, 현지 근로자들은 이같은 인플루엔자에 평소 노출돼 면역력이 있지만, A씨는 면역이 없는 상태였다.

A씨의 아내는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업무환경이 인플루엔자 또는 폐렴을 유발할만한 상황이 아니므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내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초기에 제대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해 증상 악화로 사망에 이르렀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법원은 A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A씨의 증상이 나타난 시점과 잠복기를 고려했을때 공장 내에서 인플루엔자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플루엔자는 비말 등 접촉으로 전파된다. 공장에는 600명이 넘는 현지인 근로자가 근무했고, 면적을 고려하면 밀집도가 높았을 것"이라며 "밀집된 환경 속에서 현지인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단시설의 업무환경에서는 인플루엔자와 같은 공기전파성 질병이 발생하기 쉽다. A씨가 감염된 것은 업무환경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측면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증상 발현 후 1개월간 병원 진료를 못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프놈펜의 병원에 두 차례 내원해 진료를 받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A씨가 국내에 근무했다면 조기에 진단을 받아 치료제를 투약할 수 있었다"며 "캄보디아에서 적절한 치료기회를 갖지 못하고 1개월 후 귀국해서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은 사정이 악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A씨가 기저 질환이 없었고, 사망 당시 만 61세로 인플루엔자 고위험군에 속하는 고령자도 아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국내에 있었을 경우 합병증이 동반돼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은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sejungkim@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