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없다" 공무원 말만 믿은 업체, 불이익 처분은 정당
입력: 2020.09.27 09:00 / 수정: 2020.09.27 09:00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CCTV 제조 업체인 A사가 직접생산 확인취소를 취소해달라며 중소기업중앙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새롬 기자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CCTV 제조 업체인 A사가 직접생산 확인취소를 취소해달라며 중소기업중앙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새롬 기자

타사 제품 납품해 '직접생산확인' 취소…법원 "조달청에 고지했어야"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정부 조달 계약을 맺은 중소기업이 담당 공무원이 요구했더라도 조달청 승인없이 다른 회사의 제품을 납품했다면 '직접생산확인 취소 처분'이 가능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CCTV 제조 업체인 A사가 직접생산 확인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중소기업중앙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016년 충북 증평군은 한국CCTV산업협동조합에 지역 내 놀이터에 CCTV를 설치할 수의시담(수의계약을 위한 가격협의) 대상자 선정을 요청했다. 협동조합은 A사를 포함한 5개 업체 목록을 조달청에 보냈고, 경쟁입찰을 통해 A사가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A사는 직접 생산한 제품을 납품하기로 했지만, 증평군 공무원 B씨는 계약 내용 변경을 요구했다. B씨는 기존 CCTV 시스템과 호환돼야 한다며 A사에 관내 특정 업체로부터 완제품을 구매해 납품하라고 요청했다.

A사는 직접 생산해 납품할 것을 원했지만 B씨의 요구대로 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예상돼 요청을 받아들였다. A사는 완제품 CCTV를 구매해 증평군에 납품했다.

이같은 사실은 감사원 감사로 발각됐다. 감사원은 B씨에 대한 정직처분을 요구했고,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A사의 위반 사실을 중소벤처기업부에도 통보했다.

A사는 중소기업중앙회로부터 직접생산 확인증명을 받은 업체였다. 직접생산확인제도는 판로지원법에 따라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자 간 경쟁 방식으로 제품조달계약을 체결할 때 해당 기업의 직접생산 여부 확인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사건으로 A사는 2019년 7월 직접생산 확인이 취소됐다. 이에 A사는 중소기업중앙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A사는 "담당 공무원 B씨가 완제품 납품을 지시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신뢰하게 했다"며 "조달청 역시 시방서나 계약 문서를 받았지만, 이의 없이 계약을 진행해 신뢰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해당 계약건은 조달청과 A사 사이에 계약이라며 증평군은 수익자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담당 공무원 B씨의 요구로 계약 내용이 변경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계약 체결 이후 수요기관이 타 업체 제품 납품을 요구했더라도 A사는 조달청과의 계약 내용대로 이행할 것을 제안해야 했다"며 "수요기관이 강요했다면 이를 조달청에 고지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자가 직접 생산하지 않은 경쟁제품을 납품한 경우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과 경영안정에 이바지하려는 판로지원법의 입법 목적이 달성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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