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의심해 남친 살인…'부천 링거 사건' 2심도 징역 30년
  • 김세정 기자
  • 입력: 2020.09.11 15:30 / 수정: 2020.09.11 15:30
모텔에서 남자친구에게 치사량 이상의 마취제를 투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간호조무사가 항소심서도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이새롬 기자
모텔에서 남자친구에게 치사량 이상의 마취제를 투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간호조무사가 항소심서도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이새롬 기자

"같이 죽으려다 실패" 주장 불인정…피고인·검찰 항소 기각[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모텔에서 남자친구에게 치사량 이상의 마취제를 투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간호조무사가 항소심서도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11일 오후 살인 등의 혐의를 받는 박모(33) 씨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0년형을 선고했다.

박 씨는 지난 2018년 10월 경기도 부천의 한 모텔에서 링거로 프로포폴 등의 마취제를 투약해 남자친구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치사량 이상의 약물을 투여받고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박 씨는 재판과정에서 "동반 자살을 하려다가 실패한 것"이라며 살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왔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박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박 씨가 A씨에게 약물을 투약하고 자신의 몸에서는 약물을 빼내는 방법으로 동반 자살을 위장한 것으로 판단하고 중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한 달 뒤 친구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한다'거나 '서로를 닮은 자식을 낳자'는 말을 했다"며 "A씨의 행동은 자살을 계획한 사람에게서 보이는 일반적인 행동과 다르고 징후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 씨는 A씨가 범행 이전부터 '어떻게 죽을까'라고 물어보며 약물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 외에는 A씨가 죽고싶다고 의사를 표시한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판시했다.

극단적 선택에 실패했다는 박 씨의 진술도 "자살을 시도했다면 팔이나 목 등에 주저흔이 발견됐을 건데 박 씨에게는 주저흔으로 보이는 외상이 없다"며 납득이 어렵다고 했다.

A씨가 경제적 상황이나 업무로 괴로워했다는 박 씨의 주장도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A씨가 범행 직전 학원을 등록하고, 건설기계조종사 면허를 취득한 점, 작업을 위해 수십만원에 달하는 연장을 구매한 점 등을 근거로 극단적 선택의 징후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살인에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DNA 검사 결과에 따르면 수액팩, 주사기, 링거 속도조절기에서는 A씨의 유전자가 검출 안 됐다"며 "A씨가 약물 투약에 기여를 했다면 유전자가 링거 바늘 외에 다른 증거물에서 발견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간호조무사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A씨와 A씨 가족에게 여러 명목으로 주사를 놨고, 약물 등을 관리해 주도적으로 시행했다"며 "사망을 예견하고 범행을 주도적으로 시행했으므로 살인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박 씨가 A씨에게 약물을 투약하고 자신의 몸에서는 약물을 빼내는 방법으로 동반 자살을 위장한 것으로 판단하고 중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남용희 기자
1심 재판부는 박 씨가 A씨에게 약물을 투약하고 자신의 몸에서는 약물을 빼내는 방법으로 동반 자살을 위장한 것으로 판단하고 중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남용희 기자

재판부는 반성 없는 태도 역시 지적했다. 오 부장판사는 "사람의 생명은 존엄한 근원이다. 살인행위는 절대적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라며 "함께 죽기로 결의해 죽음을 시도했으나 자신만 살아남았다고 주장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1심 이후 박 씨는 형이 무겁다며, 반면 검찰은 형이 가볍다고 항소를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원심과 형량을 달리할 사정 없는 점을 고려하면 원심의 징역 30년형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 보긴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30년형을 내렸다.

박 씨는 A씨가 성매매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범행 이전 인터넷으로 범행 방법, 약물 등을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씨는 A씨와 평소 경제적 문제와 육체노동으로 힘들어했기 때문에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며 살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왔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당시 최후진술 기회를 얻은 박 씨는 "1심에서의 결과로 큰 충격과 고통을 받은 채 후회하고, 뉘우친다"며 "동반 자살 시도 후 저만 혼자 살아남았다고 살인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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