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 장례는 휴가 안 준다?'…인권위 "성차별"
입력: 2020.09.08 16:42 / 수정: 2020.09.08 20:49
친조부모 사망 때와 달리 외조부모 장례에는 유급 경조사 휴가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장남에게만 가족수당을 주는 것도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뉴시스
친조부모 사망 때와 달리 외조부모 장례에는 유급 경조사 휴가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장남에게만 가족수당을 주는 것도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뉴시스

장남에게만 가족수당 지급 관행에 "가부장제 고정관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1. 한 여객회사에서 일하는 A 씨는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경조사 휴가 2일을 받았다. 이후 외할아버지 장례에 휴가를 신청했지만 "별도의 유급휴가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조부모를 외조부모로 확대 해석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2. 한 국가공단에 재직 중인 B 씨는 집안의 차남으로 수년간 부모를 부양해왔다. 부모는 사망 이후 고향 땅에 묻히길 희망했지만, 공설묘지 안장 자격은 '관할 지역 안에 주소를 가진 자'로 제한됐다. B 씨는 부모의 의견을 존중해 세대 분리 후 고향 지역으로 전입 신고해줬다.

전입신고 후에도 B 씨는 부모를 부양했다. 그러나 회사는 B 씨에게 지급한 가족수당 일부를 환수조치 했다. 가족수당 지급 시 직원과 직계 존속이 분리 세대인 경우에는 장남만을 지급대상으로 한다는 이유에서다. B 씨는 차별행위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으나 공단은 "부양에 대한 책임과 부담이 장남에게 치중됐던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며 "당장 개선이 어렵다"고 회신했다.

친조부모 사망 때와 달리 외조부모 장례에는 유급 경조사 휴가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차남이나 딸과 달리 장남에게만 가족수당을 주는 것도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8일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들은 부모와 같이 살고 있지 않아도 장남이라는 이유로 가족수당을 지급하면서 외조부모 사망 시에는 유급 경조사 휴가를 주지 않는다면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외조부모 장례 차별에 대해 "민법상 조부모는 외조부모와 친조부모 둘 다를 의미하고, 둘은 동등한 지위에 있다"며 "부계 혈통주의의 관행에 따른 잘못된 해석으로 볼 수 있어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성 역할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인권위는 "호주제도가 폐지되고 가족 기능이나 역할분담에 대한 의식이 달라졌음에도 여전히 부계혈통의 남성 중심으로 장례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념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해당 회사에 관행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장남에게만 가족수당을 지급하는 모 공단에 대해서도 관련 규정 및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직계존속의 부양은 장남이 책임져야 한다는 전통적 가부장제에 따른 고정관념을 반영한 것"이라며 "사회 변화에 따라 가족의 형태가 다양하게 변화한다. 가족수당 지급 시 차남, 딸 등의 직원을 달리 대우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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