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사용자를 무더기 고소·고발한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더라도 합리적 근거가 있었다면 징계사유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 남용희 기자 |
대법, 해고 인정한 원심 파기환송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노동자가 사용자를 무더기 고소·고발한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더라도 합리적 근거가 있었다면 징계사유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울산과학기술원이 전 노조위원장 A씨 등의 부당해고를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A씨 해고를 정당하다고 본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15년 울산과학기술원(옛 울산과학기술대학교) 노조위원장으로서 학교를 무분별하게 고소·고발했다는 등의 이유로 해고됐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징계사유는 인정되지만 양정이 지나쳐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A씨 등과 대학 측은 모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돼 지방노동위 판정이 유지됐다.
결국 소송에 이르러 1심 재판부는 A씨가 고소·고발을 학교에 항의하기 위한 수단으로 반복적으로 제기해 조직의 단합을 해쳤다고 보고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허위 사실에 기초한 악의적 무고행위는 아니며 행위에 비해 징계가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부당해고라는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인정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대학 측의 A씨 해고가 정당하다고 봤다. A씨의 고소·고발은 총 17건에 이르며 무혐의 처분돼도 항고·재항고·재정신청을 이어가는 등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대학 측과 신뢰가 깨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1심을 깨고 대학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A씨의 고소·고발이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파기환송했다. 일부 고발 사건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하기는 했지만 국무총리실이 감사 결과 수사의뢰했고,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기도 하는 등 합리적 근거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밖에 고소·고발도 노조위원장으로서 정당한 조합활동에 해당하거나 단결권을 침해하는 대학 측의 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성격도 있다고 결론냈다. 개인 자격이 아닌 노조 대표자로서 고발했다는 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A씨가 고발하거나 진정한 행위가 모두 징계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징계사유 정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끼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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