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증언 없는 증인신문' 4시간…조국 부부 재판 파행
입력: 2020.09.04 00:00 / 수정: 2020.09.04 00:00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속행 공판에 출석해 모든 질문에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는 조 전 장관의 모습. /남윤호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속행 공판에 출석해 모든 질문에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는 조 전 장관의 모습. /남윤호 기자

신문 실효성 의문 속 질문 수백개…'호텔 인턴' 쟁점으로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습니다."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이 약 4시간 동안 던진 수백여개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이 사건 피고인의 남편이자 관련 사건 피고인이기도 한 조 전 장관은 증언을 거부할 권리가 있었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 전 장관은 검찰의 모든 질문에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날 조 전 장관은 선서를 한 뒤 "이 법정 피고인은 제 배우자이며 제 자식 이름도 공소장에 올라가 있다"며 "이 법정은 아니지만 저는 배우자의 공범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이 법정에서 진행되는 검찰의 신문에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도 조 전 장관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실체적 진실 입증을 위해 조 전 장관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사 당시 조 전 장관이 "법정에서 소명하겠다"고 진술 거부 이유를 댄 것도 언급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소명하겠다는 건 자신이 피고인인 재판에서 방어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라며 "형사소송법이 정한 사유를 밝히며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증인을 검찰이 비난하는 것은 (검찰의) 권리 남용"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증인신문을 진행하되 증언거부권 역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시작된 검찰 주신문에서 조 전 장관은 모든 증언을 거부했다.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속행 공판에는 배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새롬 기자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속행 공판에는 배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새롬 기자

이처럼 조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만 4시간이 걸린 이날 재판이 사실상 헛바퀴를 돌린 건 예견된 일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 6월 검찰 측 증인으로 채택 됐다. 정 교수 측 변호인단은 "형사소송법 위반"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형사소송법 148조는 친족 또는 친족 관계가 있었던 자가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우려가 있으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아내가 피고인인 재판에 나온 조 전 장관으로선 증언을 거부할 권리가 있었고, 이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았다. 또 피고인인 아내 앞에서 자녀가 포함된 공소사실 관련 증언을 해야하는 상황 역시 인권침해적이라고 변호인은 지적했다.

증언거부권이 무력화 될 거란 지적도 있었다. 공소유지를 해야하는 검찰로선 신문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증언거부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검찰이 던지는 질문마다 증언을 거부하는 상황이 재판부 심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었다.

종합하면 실효성 없는 증인신문을 인권침해 우려까지 감내하며 진행할 필요가 있냐는 이의였다.

하지만 검찰은 "증언거부와 증인 출석은 별개의 문제"라며 증인 채택을 철회하지 않았다. 재판부 역시 "부부가 공동으로 기소됐을 때 서로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선 안된다고 규정한 법은 없다"며 검찰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날 재판에선 이 모든 우려가 현실이 됐다.

조 전 장관은 검찰의 모든 질문에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4시간 가량의 증인신문에서 실체적 진실 입증에 쓰일 만한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사모펀드부터 자녀 입시비리 의혹에 이르기까지 300여개의 질문을 던졌지만 조 전 장관의 입에선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습니다"는 답만 나왔다.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데 압박도 있었다. 조 전 장관이 증언 거부 사유를 소명한 직후 검찰은 "증언 거부하지 말고 어떤 것이 진실인지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할 시기에 법률상 보장된 권리라고 증언을 거부한다니 납득하기 어렵다"며 촉구했다.

신문 도중 정 교수에게 적용된 혐의내용이 아니거나, 조 전 장관에게 묻기 적절치 않다는 변호인의 이의도 수차례 있었다. 재판부는 이같은 이의를 일부 받아들여 검찰은 몇몇 신문사항을 생략했다.

점심시간 뒤 속개된 오후 재판에서 변호인은 "증인의 전면적 증언 거부에도 검찰이 질문을 하나하나 읽는 건 (증언거부권 규정의) 취지에 반한다"고 거듭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잠시 휴정해 검찰, 변호인과 논의 했으나 조 전 장관에 대한 전면 증언거부권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증언 없는 증인신문' 시간은 4시간 동안 이어졌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참석한 가운데 점심시간 휴정에 맞춰 법원을 나서고 있다. /임세준 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참석한 가운데 점심시간 휴정에 맞춰 법원을 나서고 있다. /임세준 기자

다만 그동안 단국대 논문 제1저자 의혹과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 등에 가려졌던 새로운 쟁점이 대두되기도 했다.

조 전 장관 부부의 딸 조민 씨가 서울 한영외고에 재학하던 시절 3년간 부산의 아쿠아펠리스 호텔에서 인턴을 했다는 내용의 증명서였다.

이날 검찰은 2009년 7월29일 조 전 장관과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가 주고 받은 이메일을 제시했다. 이메일상 조 전 장관은 한 교수에게 "제 딸이 호텔경영학과에 지원할 건데, 주1회 회당 3시간 활동할 호텔을 찾는다"며 인턴으로 일할 호텔 추천을 부탁했다.

함께 제시된 조 전 장관의 당시 수첩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전날인 2009년 7월28일 오후 7시경 한영외고 유학반 디렉터 김모 씨와 저녁 식사를 했다.

검찰은 김 씨와 저녁식사를 한 뒤 딸의 입시에 호텔 인턴 경력이 필요하다고 판단, 한 교수에게 이같은 부탁을 했다고 의심했다. 아울러 실제로 아쿠아펠리스 호텔에서 3년간 인턴 활동을 했다면 한 교수에게 호텔 추천을 부탁할리 없다며, 조씨의 호텔 인턴 활동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이 증명서와 관련해 조씨는 "우편으로 증명서를 받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반면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서울대 교수실 컴퓨터에서 해명 증명서 파일이 확보됐다며, 한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낸 2009년 7월29일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디렉터 김 씨와 식사를 한 뒤 호텔 인턴의 중요성을 느껴 다음날 허위 증명서를 만든 것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조 전 장관은 증언을 거부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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