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일 오후 2시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이 처분에 위법성이 있어 무효라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제공 |
"시행령 조항,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 없어 무효"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법외노조라고 통보한 정부 처분이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해당 시행령 조항을 무효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전교조가 정부의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낸 지 7년여 만에 합법화 길이 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일 오후 2시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이 처분에 위법성이 있어 무효라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은 "적법한 절차로 설립된 노동조합에 결격사유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행정기관이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노동3권의 행사를 본질적으로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해 위법하다"고 밝혔다.
노동3권의 실질적 행사야말로 법상 노동조합으로 인정받는 전제조건인데, '법외노조 통보' 시행령 조항은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어 무효라는 판단이다.
대법은 "헌법상 노동3권은 노동조합을 통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데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조차 사용할 수 없는 단체가 노동3권을 실효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이어 "교원은 교원노조법에 의해 노동3권을 보장받는데, 전교조에 법외노조를 통보하는 것은 단순히 '법상 노동조합'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으로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봤다.
대법은 "법외노조 통보는 법률에 의해 법외노조가 된 것에 대한 고지·확인이 아니라 통보로써 법외노조가 되도록 하는 행정처분으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와 실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고 판단했다.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법외노조 통보 위법 판결 후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소수의견으로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은 적법하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 사건의 진정한 쟁점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이 사건 법률 규정에 있다는 소수의견도 나왔다. 노동3권의 실질적인 행사를 위한 근본적 토대를 허물어버리는 것으로서 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고용노동부는 2013년 3월부터 3차례에 걸쳐 전교조에 '해직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허용하는 정관을 개정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전교조가 이에 응하지 않자 같은해 10월 '전교조는 교원노조법상 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법외노조를 통보했다. 1999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14년 만의 일이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가처분과 위헌법률심판 신청을 냈다. 가처분 신청은 1, 2심에서 인용됐으나 이어진 본안 소송에서는 1, 2심 모두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처분이 적합하다'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방침에 따라 해직자의 노조활동을 허용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한 노조법 등 관련법 개정안에는 실업자 뿐 아니라 해직 교조원의 노조 가입과 활동까지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전교조 합법화의 길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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