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압수수색부터 이재용 기소까지…'우여곡절' 삼성 수사 2년
입력: 2020.09.02 00:00 / 수정: 2020.09.02 00:17
경영권 승계를 위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소됐다. 사진은 지난 5월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이동률 기자
경영권 승계를 위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소됐다. 사진은 지난 5월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이동률 기자

대법원 전합 판결로 전환점…장고 끝에 11명 재판 넘겨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2018년 11월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지 1년 9개월 만이다.

검찰은 당시 증선위의 고발 20여일 만인 12월13일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가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삼성바이오 본사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물론 모회사인 삼성물산, 관련 회계법인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압수수색이었다.

이미 검찰은 같은해 7월 참여연대, 금융위원회가 삼성바이오를 거짓 공시 혐의 등으로 고발하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삼성 의혹을 훑어 올라왔다.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농단 수사 때부터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파악했다. 특수2부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 수수 사건을 파헤친 송경호 부장검사(현 여주지청장)가 있었다. 박영수특검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대면조사한 김영철 대검 반부패부 연구관도 데려왔다.

이듬해 초에는 삼성바이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 조사와 압수수색을 병행했다. 4월 삼성바이오에피스 양모 상무 등을 수사 후 처음 구속했다. 검찰 수사에 대비해 각종 증거 자료를 위조하고 인멸한 혐의였다. 이어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백모 상무, 보안선진화 TF 서모 상무 등도 줄줄이 구속했다.

그러나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구속영장은 두차례 청구에도 내리 기각됐다. 수사에 중대 고비였다. 김태한 대표는 수사가 증거인멸 혐의에서 분식회계 혐의로 확장되는 비등점이자 이재용 부회장으로 올라가는 사다리였기 때문이다.

돌파구가 필요했던 검찰 수사의 새 국면은 대법원이 마련해줬다.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정농단 사건 선고 공판에서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처음으로 정의했다. 이 부회장의 제3자뇌물 혐의 배경에 원활한 경영권 승계 목적이 있었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래전략실이 주도해 불법 행위를 했다는 점도 명시했다.

대법원 판결 직전 서울중앙지검장에서 파격 승진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 사건을 특수2부에서 4부로 넘겼다. 4부장에는 이복현 부장검사를 발탁해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 부장검사는 회계사 출신의 '재계 저승사자'인데다 특수2부 부부장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 의혹을 수사하면서 삼성을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대법 파기환송 이후 수사는 검찰이 분식회계의 범행 동기라고 본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파고들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연초 인사 태풍에서도 살아남은 이복현 부장검사는 신설된 경제범죄형사부에서 수사를 이어갔다. 코로나19 사태로 출석 조사도 여의치 않았지만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등 삼성 전현직 고위 임원들이 검찰에 불려왔다. 이재용 부회장 턱밑까지 올라온 것이다. 이 부회장 역시 지난 5월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때 이 부회장이 꺼내든 카드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이었다. 검찰이 과도한 수사를 벌인다고 호소해온 이 부회장 측으로서는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의 수사 지속, 기소 여부 등을 권고하는 수사심의위의 객관적 판단을 받아보자는 뜻이었다.

이 부회장 측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이틀 뒤인 지난 6월 4일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맞불을 놓았으나 기각됐다. 같은 달 수사심의위도 이 부회장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검찰로서는 또 한 번의 고비였다.

수사심의위 권고 후 장고에 들어간 검찰 안팎에서는 불기소, 기소유예를 비롯한 다양한 선택지가 입에 오르내렸다. 검찰이 스스로 도입한 수사심의위를 직접 부정하기는 부담이 적지않았다. 결국 수사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기소 결론을 보고했다.

검찰은 1일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등 10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권고 취지를 존중해 지난 두달 동안 수사내용과 법리를 심층 재검토했다"면서 "전문가 대상과 범위를 대폭 확대해 다양한 고견을 듣고 수사전문가로 구성된 부장검사 회의도 개최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친 결과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한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소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이날 21개월에 걸친 수사 결과 브리핑을 진행한 이복현 부장검사는 3일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떠난다. 2년 전 윤석열 총장이 특수2부 삼성바이오 수사에 투입했던 김영철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이 같은 날 이 사건 공소유지를 맡을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2팀장으로 돌아온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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