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당일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이 11월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한 정 교수의 모습. /이덕인 기자 |
내달 변론종결 예정…논란은 '점입가경' 진실은 '오리무중'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지난해 9월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당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표창장 의혹'으로 전격 기소됐다. 이제 기소 1년을 바라보는 시점이지만 '정치적 기소' 논란이 일었던 동양대 표창장 의혹 관련 혐의는 핵심 증인들의 증언 신빙성까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입시비리 혐의들 역시 '진실게임'은 현재진행형이다.
◆'정치적 기소' 논란 속 완성되지 않은 공소장
검찰은 국회에서 조 전 장관의 청문회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9월6일 늦은 밤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딸 조민 씨의 입시를 위해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다.
당일 자정 공소시효 만료 예정이라 검찰로선 선택지가 좁았겠지만, 피의자를 조사도 하지 않고 기소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검찰개혁을 강조한 조 전 장관을 압박하기 위한 '졸속 기소'라는 비판이 나왔다.
반드시 피의자 조사를 거친 뒤 기소해야한다는 법이 따로 정해진 건 아니다. 공소시효 임박 등 특별한 사정이 있고 혐의가 확실하면 피의자 조사 없이 기소가 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하지만 법정에서 베일을 벗은 검찰의 공소장은 혐의를 특정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검찰은 재판과정에서 조 전 장관의 청문회 당일 기소한 동양대 표창장 관련 공소사실에 대해 △공범 △범행 일시 △장소·방법 △행사 목적을 전부 변경하는 취지로 공소장변경 신청을 냈다. 바꿔 말하면 첫 공소장은 범행 일시와 장소처럼 기본적 사실관계도 불확실한 상태였던 것이다.
재판부는 "중대한 변경사항이 많아 공소사실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허 결정을 내리자, 검찰은 같은 사안을 변경된 공소사실로 또 기소했다. 이중기소 논란에 휘말렸지만 공소 철회는 없었다.
◆'끝' 보이는 정경심 재판…진실 공방의 끝은 안 보인다
정 교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다음달 24일을 마지막 증인신문 기일로 잡았다. 이후에는 피고인신문을 거쳐 변론을 종결하고 결론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1심 재판은 저물어 가지만 실체적 진실이 윤곽을 드러낼지는 미지수다. 법원에 따르면 마지막 증인 5명 역시 모두 입시비리 혐의 관련 증인들이다. 최초 기소된 사안인 표창장 의혹과 관련해 동양대 교수 역시 포함돼 있다.
사건마다 차이는 있지만 1년이라는 시간은 재판에서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마지막 증인 명단이 확보된 지금까지도 입시비리 혐의 관련 증인신문은 "정 교수의 딸이 출근했는가", "출근했다면 얼마나 열심히 했는가"에서 진도를 빼지 못하고 있다.
조씨가 고교시절 제1저자로 등재된 단국대 의학 논문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 인턴 증명서 관련 의혹이 대표적이다. 논문 책임저자인 장영표 단국대 교수는 "조씨의 실험 결과물이 논문에 쓰이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모아야하는 의학 논문에 도움이 컸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다만 장영표 교수는 고등학생을 제1저자로 올리는 건 적절치 않을 것 같아 조씨의 신분을 모호하게 기록했다고 증언했다. 이 논문이 투고된 대한병리학회는 지난해 9월 연구부정이 있었다고 판단해 논문 자격을 박탈했다. 정 교수 측은 논문 저자 부분은 공소제기된 사안이 아니라 다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국정감사에서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병권 키스트 원장에 키스트 내 조형물에 새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이름을 삭제하라며 질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
키스트 허위 인턴 의혹과 관련해선 조씨의 근태와 함께 출석일수가 쟁점이다. 조씨가 일한 연구실 담당 교수였던 정모 박사는 "조씨는 잠깐 왔다 간 아이다. 책상에 엎드려 잠만 잔다고 들어서 충격 받았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어진 반대신문에선 "조씨를 볼 때마다 논문을 읽고 있길래 성실하다고 생각했다"고 말을 바꿨다.
정 박사는 무단결근한 조씨에 화가 난 채 연수종료를 신청했다고도 증언했다. 정 박사가 연수종료를 신청한 날짜는 2011년 7월22일이다. 당일 조씨의 방문기록이 남아 있다는 변호인의 질문에 정 박사는 "제가 알기론 그 아이가 안 나왔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조씨가 8일간 케냐 의료봉사를 가기 위해 양해를 구한 이메일도 제시됐지만, 정 박사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8일 간의 봉사는 검찰이 키스트 인턴 증명서가 허위라고 보는 근거 중 하나다.
서울대 세미나 허위 인턴 의혹 역시 행사장에 조씨가 왔는지에 대한 공방이 대부분이다. 관련 증인들의 증언은 제각각이다. 이 행사에는 장영표 교수의 아들 장모 씨도 참석해 '인턴 품앗이' 의혹을 받기도 했는데, 증인으로 출석한 장씨는 "행사에서 조씨를 본 기억이 없다"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언했다.
반면 또 다른 행사 참석자로 조씨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박모 씨는 "펜을 쥔 모습이 조씨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당시 행사를 주최한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은 "행사 뒤 저녁식사에서 조국 교수님의 딸이라고 소개한 여학생이 있었다"고 기억했다. 서울대 재학 시절 행사장 입구에서 안내 업무를 맡았던 김원영 변호사는 "교복 입은 여학생이 왔기에 어떻게 왔냐고 물어보니 아버지 소개로 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묻자 여학생은 "조국 교수"라 대답해 기억에 남는다고도 했다.
27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 나온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조카가 "최 전 총장이 윤 총장과 식사를 했다"는 증언을 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대검찰청에서 포착된 윤 총장의 모습. /이새롬 기자 |
◆기소 1년, '핵심 증인' 최성해 증언 신빙성 도마에
최초 기소된 사안인 동양대 표창장 의혹의 '진실게임'은 더욱 치열하다. 조씨의 근무 여부와 더불어 동양대 직인 사용 결재 라인과 위임 여부, 일련변호 형식까지 다투고 있다. 검찰은 조씨가 동양대에서 인턴 활동을 한 사실 자체가 없으며, 정 교수가 임의로 위조된 표창장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직인대장에 조씨의 기록이 없고, 일련번호 형식이 다른 상장과 다른 점을 들었다. 하지만 대장 관리가 소홀했고 다른 상장 일련번호도 형식이 제각기였다는 증거가 재판 과정에서 나왔다. 혐의들 중 가장 해묵은 의혹인 동양대 표창장 의혹은 그 진위가 제일 모호한 혐의다.
그럼에도 검찰의 주장에 힘이 실렸던 이유는 직인의 주인인 최 전 총장의 증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 전 총장은 지난해 의혹 제기 시점부터 조씨에게 표창장을 발급해준 적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3월 재판에 나와선 "(날인 권한을) 위임한 적도 없는데 위임했다고 보도자료를 써달라는 회유를 당했다"며 불리한 증언을 했다. 정 교수 측은 최 전 총장의 증언 신빙성을 의심했다. 최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취임하자 최 전 총장이 청탁을 시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증언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 전 총장의 증언 신빙성이 도마에 오른 건 그의 조카가 증인으로 나오면서다. 27일 재판 증인으로 나온 그의 조카 이모 씨는 지난해 최 전 총장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윤 총장과 식사를 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조카인 자신에게 "윤 총장과 더불어 조국, 문재인과 싸우고 있다"며 "너도 깝치지마라. 잘못하면 구속시키겠다"고까지 말했다는 것이다. 대검은 윤 총장은 최 전 총장과 일면식도 없다는 입장이다.
'정치적 기소'라는 논란 속에 시작된 정 교수 재판은 1년 내내 사실상 답보 상태다. 기소된 지 1년이 다 된 지금은 핵심 증인인 최 전 총장의 증언 신빙성까지 위협을 받게 됐다.
정 교수 측 변호인단은 "최 전 총장이 다른 의도를 갖고 정 교수에 불리한 증언을 하고 있다는 것이 조카 이 씨 증언의 핵심"이라며 "재판은 11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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