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사모펀드 의혹에 '조국 후보자'도 깜짝 놀랐다
입력: 2020.08.28 00:00 / 수정: 2020.08.28 00:00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내용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해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후보자 시절의 조 전 장관. /배정한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내용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해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후보자 시절의 조 전 장관. /배정한 기자

인청준비단 팀장 증언…"처남 출자 사실에 특히 놀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 사모펀드에 대해 잘 몰랐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펀드 투자는 물론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관련 증거를 위조하는데도 가담했다는 검찰 주장에 반하는 내용이다.

김미경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김 비서관은 지난해 조 전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준비단에서 신상팀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사모펀드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조 전 장관이 준비단 관계자들만큼 놀라고 당황스러워 했다고 기억했다. 경제적 문제는 대부분 배우자인 정 교수에게 맡겼기 때문에 펀드 투자에 관한 내용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이유다.

김 비서관 역시 준비단 초기엔 펀드 투자가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조 전 장관의) 동생과 이혼한 동서의 매매 계약 문제가 있길래 위장 이혼 의혹이 제기될 거란 생각은 들었지만 사모펀드에 대해선 따로 생각하지 않았다. 담당 팀도 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비서관에 따르면 후보자 내정 발표 전 조 전 장관은 준비단과 주식 등 경제적 문제에 관해 논의하던 중 "주식 처분하면서 펀드 투자한 게 있다는데 문제될 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비서관은 "민정수석 취임 직전 관련 기관에 물어봤더니 사모펀드라 상관 없다는 답이 왔다고 (조 전 장관이) 말씀하셨다. 그래서 사모펀드 담당팀을 따로 만들지도 않은 것"이라고 증언했다.

정 교수가 조 전 장관과의 협의를 거쳐 펀드에 투자했다는 검찰 주장에 배치되는 증언이다. 검찰은 정 교수와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의 문자내역을 그 근거로 삼는다. 2017년 5월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취임한 뒤, 공직자 배우자로서 거래할 수 있는 투자처를 김 씨에게 물어보던 정 교수가 "남편에게 물어보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나아가 검찰은 조 전 장관 역시 사모펀드 의혹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 해명을 하고, 정 교수의 증거위조 범행에 가담했다고 의심한다.

하지만 김 비서관의 증언은 달랐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조 전 장관은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존재도 모르고 있었다. 김 비서관은 "제 앞에서 사모님(정 교수)께 전화해 '코링크가 무슨 회사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사모펀드 의혹에 처남인 정 교수의 동생이 연루된 사실 역시 조 전 장관은 모르고 있었다. 김 비서관은 "처남이 출자자라는 사실을 알고 너무 놀라서 보고하자 조 전 장관 역시 저와 똑같이 놀라고 당황스러워 했다"고 기억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처남이 출자자라는 사실에 특히 충격을 받은 조 전 장관은 "정말이냐"며 수차례 되묻기도 했다.

김 비서관은 "사모님께 사실관계를 묻자 '동생도, 회사도 (출자 사실을) 말하지 말라해서 말을 못했다. 말 안해서 미안하다'고 저와 조 전 장관에 사과했다"고 밝혔다.

해당 펀드가 '블라인드펀드'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을 때도 조 전 장관은 준비단 관계자들과 함께 당황스러워 했다고 증언했다. 김 비서관은 "펀드가 투자자들에게 수시보고를 했다는 의혹 내용은 저도, 조 전 장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둘 다 난처했다. 새로운 의혹이 나올 때마다 난처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2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허위 해명을 했다고 의심한다. 사진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자료를 보고 있는 조 전 장관의 모습. /이새롬 기자
검찰은 지난해 9월2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허위 해명을 했다고 의심한다. 사진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자료를 보고 있는 조 전 장관의 모습. /이새롬 기자

검찰은 이같은 조 전 장관의 반응이 "의혹이 들통나서 놀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비서관은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일관된 증언을 했다.

또 검찰은 모든 의혹을 알고 있었음에도 조 전 장관이 허위 해명을 했다는 입장이다. 언론 취재요청에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며 허위 해명을 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김 비서관은 "저희가 답변하기 어려운 점은 언론에 사실대로 설명하지 않긴 했다"면서도 "조 전 장관의 적극적 지시에 따른 건 아니었다"고 답했다.

지난해 9월2일 조 전 장관의 긴급 기자간담회 속기록도 등장했다. 속기록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저는 물론 저희 가족도 펀드 투자가 가족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김 비서관이 "조 전 장관 역시 처남 출자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증언한 내용은 같은 해 8월의 일이었다.

검찰이 이같은 정황을 제시하며 기자간담회에서의 해명은 명백한 허위가 아니냐고 묻자 김 비서관은 "속기록상 표현도 과거형이고, 과거에 몰랐다는 취지의 해명으로 이해했다"고 답변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김 비서관은 애초 지난 6월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관계 부처 회의가 있고 이미 검찰에서 다 진술했다"며 소환에 불응해 과태로 500만 원을 부과받았다. 이후 과태료 처분 결정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던 김 비서관은 이날 공판에서 "당시 통일부 장관 사의로 하루종일 급한 회의가 있어 도저히 나갈 여건이 안 됐다"며 불출석 사유를 소명했다.

약 3시간에 걸친 증인신문 말미 발언 기회를 얻은 김 비서관은 울먹이며 "여러 의혹이 많은 상황에서 답을 보완하는 과정이었지, 거짓 답변하거나 보고서를 위조한 적 없다"고 말했다.

기소된 1년을 바라보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이 올 가을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한 정 교수의 모습. /이동률 기자
기소된 1년을 바라보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이 올 가을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한 정 교수의 모습. /이동률 기자

정 교수의 재판은 빠르면 올 가을 무렵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다음달 24일을 마지막 증인신문 기일로 잡고 10월8일과 10월15일 서증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10월15일 정 교수 측 서증조사를 마친 뒤 피고인신문을 거쳐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정 교수의 다음 공판은 내달 3일 오전 10시다. 이날 증인은 조 전 장관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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