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고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관련 방조 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피해자 측 지원단체는 메시지 일부를 공개하며 전면 반박했다. 7월 15일 서울특별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 /이덕인 기자 |
피해자 측, 지속적 전보 요청 메시지 일부 공개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측근이 전직 비서 성추행 방조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서울시 관계자들이 조직적 은폐했다는 주장은 정치적 음해"라고 주장했다. 이에 피해자 측은 메시지 등 증거를 공개하며 반박에 나섰다.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17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하며 밝힌 입장문에서 "고소인으로부터 이 사건과 관련된 피해 호소나 인사이동을 요청받거나, 제3자로부터 그러한 피해호소 사실을 전달받은 바가 전혀 없다. 최근까지 경찰에 참고인 조사를 받은 20명에 달하는 비서실 직원들 누구도 이러한 피해호소를 전달받은 사례가 있다는 것을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성추행 피해호소를 전달받지 않았기에 방조 혐의도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첫 피고발인 조사를 받은 김주명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 역시 성추행 방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오 전 실장은 또 "2018년 연말 비서실장 근무 당시 피해자가 비서실에 오래 근무해 (내가) 먼저 전보를 기획했다"며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고 보고 받아 남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고소인 측이나 고발인들이 이렇게 무리한 주장을 하는 이유가 '고소인 측의 주장을 다툴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상황'과 '비서실 직원들로서는 실체를 모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오 전 실장은 또 "지금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고소인 측의 주장만 제시됐을 뿐, 객관적 근거를 통해 확인된 바는 없다"며 "서울시 관계자들이 방조했다거나, 조직적 은폐를 했다는 주장 또한 근거 없는 정치적 음해이고 공세"라고 했다. 이어 "고소인 진술 하나만 있으면 아무런 근거가 없어도, 같이 근무한 사람들까지 주변에서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압박에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은 어디에서 구할 수 있나? 너무도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피해자 측 지원단체는 "서울시 관계자 일부가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의 전화 제공 |
서울시 관계자들이 인사이동 요청 사실을 부인하자 피해자 측 지원단체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는 이날 비서실 재직 당시 피해자가 상사에게 전보를 요청한 메시지 일부를 공개하며 전면 반박했다.
이들 단체는 "피해자는 4년 동안 20여명의 관계자에게 고충을 호소했다"며 "서울시청 6층의 시장실 관계자 일부가 피해자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내용 전체를 삭제하거나 텔레그램에서 탈퇴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피해자는 2017년 6월 "2018년 1월까지는 있게 될 것 같다" "시장님 설득 시켜주고 꼭 인력개발과 보내주신다고 한다" 등 담당 과장과의 면담 내용을 상사에게 전했다. 이에 상사는 "1월에는 원하는 곳에 꼭 보내주겠다" "이번엔 꼭 탈출하실 수 있기를" 등으로 답변했다.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인사이동을 원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 단체는 "수많은 비서실 근무자들이 피해자의 성고충 관련 호소와 전보 요청 관련 대화에 연결돼 있음에도 역대 비서실장이 나서서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