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차여성병원 신생아 낙상 사건의 피의자 문모(오른쪽) 씨와 이모 씨가 지난해 4월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
2심 재판부 "용서 대신 책임 회피…엄한 처벌 피하기 어렵다"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신생아를 떨어뜨려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을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분당차병원 의사들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부(최한돈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증거인멸,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산부인과 주치의 문모 씨와 소아청소년과 주치의 이모 씨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문 씨와 이 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과 벌금 300만원을 나란히 선고했다.
증거인멸을 공모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병원 부원장 장모 씨는 징역 2년을, 아기를 떨어뜨린 레지던트 의사 이모 씨는 금고 1년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 의사 4명은 모두 1심과 동일한 형량을 받았다.
다만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성광의료재단에는 무죄 판단을 내렸던 1심과 달리 주의 의무 위반으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료인이 의술을 베푸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불행한 결과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의료인이 정보를 독점하거나 편중된 정보를 이용해 사실관계를 은폐, 왜곡하는 경우에는 온정을 베풀기가 어렵다고 판단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이 사건 사고 원인을 숨기고, 그 결과 오랜 시간이 흘러서 개시된 수사 절차에 따라 사실관계를 밝혔고, 용서를 구하는 대신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으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며 "아기 보호자와 합의했더라도 엄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범죄 전력이 없고, 의료인으로 성실하게 의료 업무에 종사했던 점 등을 고려해서 전반적인 형은 1심의 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아기 몸무게가 1.13kg으로 저체중아로 태어났지만, 낙상사고가 아기의 사망에 대한 위험을 증대시킨 것은 명백하다"며 "취약한 상황에 있던 아기의 사망 결과에 (사고가) 더 치명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이새롬 기자 |
이들 의사는 1·2심 재판과정에서 아기를 떨어뜨린 사고와 사망 간에 인과관계가 없고 증거인멸 공모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아기 몸무게가 1.13kg으로 저체중아로 태어났지만, 낙상사고가 아기의 사망에 대한 위험을 증대시킨 것은 명백하다"며 "취약한 상황에 있던 아기의 사망 결과에 (사고가) 더 치명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공모관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산부인과 의사 문 씨, 치료과정 책임자인 소아청소년과 이 씨는 낙상사고를 알면서 의무기록 어디에도 기재하지 않았다"며 "중대한 사실을 아무도 아기 보호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다. 이런 점을 비춰보면 피고인들은 사고 발생 사실 자체를 은폐해서 단순 병사로 처리하고자 하는 암묵적 의사 합의를 했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2016년 8월 11일 분당차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를 옮기다 떨어뜨려 아기가 사망하자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사고를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신생아는 오전 8시 30분경 태어났으나 6시간이 채 못 돼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시 아기는 두개골이 골절돼 소아청소년과 주치의 이 씨에게 치료를 받았지만 사망했다. 의료진을 아이의 뇌 초음파 사진 등을 삭제하고, 이를 진료기록에도 기재하지 않았다. 또한 사망진단서도 단순 '병사'로 허위 작성했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