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조계 "정당한 제지" vs "물리적 공격"[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제1부 부장검사와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몸싸움을 벌였다. 한 검사장은 "공권력을 이용한 독직폭행"이라며 정 부장검사를 고발했고, 정 부장검사 측은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고 맞서며 양 측의 '법적 책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검과 한 검사장 측에 따르면 29일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 압수수색 과정에서 정 부장검사와 한 검사장 간에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한 검사장이 정 부장검사의 허락을 받고 변호인 입회를 요청하기 위해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하던 중, 정 부장검사가 몸을 날려 한 검사장을 밀쳐 넘어 뜨리고 얼굴과 어깨 등을 눌렀다는 것이다.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는 사실은 양 측의 공통된 주장이다. 정 부장검사는 "휴대전화 내 압수물을 삭제할 것으로 판단해 제지했음에도 한 검사장이 주지 않았다"며 "이에 휴대전화를 압수하려고 팔을 뻗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함께 넘어졌다"고 주장했다. 압수수색 현장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피의자를 막던 중 함께 넘어졌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 검사장 측은 수사팀 허락을 받고 변호인을 부르는 과정에서 정 부장검사가 일방적으로 폭행했다는 입장이다. 한 검사장은 당시 수사팀 일부가 미안하다는 뜻을 표시하기도 했고, 이 장면이 녹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한 검사장은 정 부장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서울고검에 고소했다.

독직폭행이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에 규정돼 있는 혐의로, 검찰과 경찰처럼 인신구속 직무를 행하는 자가 그 권한을 남용해 피의자 등에게 폭행이나 가혹 행위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피의자를 다치게 했을 때는 1년 이상,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는 무기징역까지 선고되는 중범죄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권력 남용이 만발했던 1970~1980년대 체포한 피의자를 구타하거나,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경찰에게 주로 적용됐다. 고문기술자 이근안 역시 이 혐의 등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최근 판례로는 2010년 경찰이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우는 과정에서 어깨에 상해를 가할 정도로 제압해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정 부장검사의 행동 역시 '독직폭행'일까.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필우 변호사는 "판례상 적법한 절차를 거친 정당한 공무집행 현장이었다면, 수색 중이라는 상황 특성상 어느 정도의 물리적 충돌은 독직폭행으로 보지 않는다"며 "정 부장검사의 행동 역시 한 검사장이 실제로 증거인멸을 시도했는지와 별개로 압수물 내 정보 유실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있을 만한 일이다. 독직폭행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폭행할 고의가 없었기 때문에 혐의 성립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하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상 정 부장검사에게는 미필적 고의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공권력을 남용해 사람을 때렸다기 보다는, 피압수자가 증거를 인멸하려는 줄 오해하고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생긴 해프닝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했다.
반면 변호인 입회 요청이라는 피의자로서 권한 행사를 위해 압수물 잠금을 푸는 피압수자를 밀쳐 넘어지게 했다면 독직폭행에 해당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직폭행이란 수사권한을 가진 사람이 피의자를 폭행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로 피의자인 한 검사장이 증거인멸 시도 등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물리적 공격을 했다면 독직폭행 혐의가 성립된다"고 봤다.
다만 "함께 넘어졌다", "밀쳐서 넘어 뜨렸다"로 당사자간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정 부장검사가 일방적으로 공격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뒷받침 돼야 한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CCTV 영상 같은 물증이나, 주변 목격자들의 일관되고 신빙성 있는 진술로서 폭행 행위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고 내다 봤다.

사태 당일 수사팀 역시 한 검사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 검사장이 부장검사가 넘어질 정도로 수사를 방해한 책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독직폭행과 마찬가지로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를 달라는 수사팀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함께 넘어져서도 휴대전화를 빼앗기지 않으려 한 정황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
아직 변호인이 입회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공무집행 중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 강태근 변호사(법률사무소 신록)는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만 한 상태였고 한 검사장이 변호인 입회를 요청해 전화를 걸려는 중이었기 때문에 아직 영장집행이 개시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정 부장검사의 행위가 독직폭행에 해당한다면 이는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니 때문에, 그에 대응해 한 검사장이 물리적 저항을 했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수사팀 역시 한 검사장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고발은 보류하되, 무고 및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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