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3부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상 음란물제작·배포, 음란물 소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 9일 확정했다. 사진은 대법원. /남용희 기자 |
대법 "아청법 규정, 죄형법정주의 어긋나지 않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나오는 촬영물로 규정한 법률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6월 개정으로 관련 법률의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은 그 명칭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로 바뀌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노태악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상 음란물제작·배포, 음란물 소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10살 초등학생으로 위장해 8세 아동 등에게 특정 신체 부위를 찍어 보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아동, 청소년이 등장하는 약 2500건의 애니메이션 음란물을 다운로드해 소지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초등학생인 것처럼 행세해 피해자들을 유인해 다수 음란물을 제작한 죄질이 중하고 음란물 수도 적지 않다"며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5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항소심에서 A씨 측은 음란물을 다운로드해 소지하기는 했지만, 해당 음란물을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 음란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 청소년성보호법 제2조 5호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해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필름·비디오물, 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으로 규정한다.
2심 재판부는 A씨 측의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교복과 유사한 형태의 복장을 입은 표현물이 등장해 성적 행위를 하고, 표현물의 외모가 상당히 어려 보이게 묘사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표현물의 특징들을 통해 사회평균인의 시각에서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A씨가 미성년자일 때 범행을 저지른 점을 참작해 원심보다 감경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피고인의 나이는 17세, 18세의 소년으로 성인이 된 후 그 성품과 행실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며 "부모를 비롯한 피고인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피고인에 깊은 관심을 갖고 선처를 탄원하면서 피고인이 앞으로 올바르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취업 제한 명령은 유지했다.
A씨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규정한 조항이 추상적이라, 처벌 조항인 구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5호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죄형법정주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 등에 반한다며 상고했다. 죄형법정주의란 어떤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를 금지한 명확한 법률이 존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논리에 반하거나, 위헌적인 조항을 적용해 처벌한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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