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관련 수사심의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차를 타고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이선화 기자 |
추 장관 "심의위 경청하되 수사 결대로 처리해야"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 수사중단·불기소를 권고했지만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수사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는 모습이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애초 수사심의위가 기소 판단은 유보하더라도 '수사계속' 권고를 해주길 기대했다.
아직 수사가 미진했기 때문이다. 수사팀이 압수한 한 검사장의 휴대폰은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포렌식 작업에 착수하지 못 했다. 출석 조사는 일정 조율이 안 되다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구속된 뒤인 21일 처음 이뤄졌다. 피의자로 전환된 지 한달을 훌쩍 넘긴 시점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 열린 수사심의위에서 '수사 계속' 권고를 목표로 현안위원 15명을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수사팀은 심의위 권고가 나온지 40여분 후 신속히 입장을 밝혔다. 수사계속 의견을 개진한 배경을 설명한 뒤 "심의위 권고를 납득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수사내용과 법원의 이동재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취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앞으로 수사 및 처리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검찰 수사심의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사중단·불기소를 권고했을 때 수사팀이 짤막한 입장을 낸 것과 비교된다. 사실상 정면 돌파 의지를 비춘 것으로 분석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수사팀을 지원사격했다. 추 장관은 27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수사심의위 권고를 놓고 "경청하되 법리와 증거에 따라 수사의 결대로 처리해야한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계속 수사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검찰 수사심의위의 제도적 한계를 거론하며 권고의 무게감도 반감시켰다. 추 장관은 수사심의위가 검찰총장의 입김에 좌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총장이 심의위원을 일방적으로 위촉하고 비공개하도록 하는 예규를 꼬집었다. 추 장관은 "명실상부하게 검찰 수사를 민주적으로 통제한다는 취지가 반영되도록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다.
검찰청법상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서 검찰총장만을 지휘할 수 있다. 일선 수사팀에는 지휘권을 행사하지 못 한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독립수사권을 부여한 신임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수사팀은 법원의 이동재 전 기자 휴대전화·노트북 압수수색 취소 결정에도 굽히지 않는 모습을 나타냈다.
법원이 압수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휴대전화와 노트북 즉각 반환을 요구하는 이 전 기자 측에 "논란이 된 이 전 기자 휴대폰과 노트북은 검찰 압수 전 이미 초기화된 자료로서 증거가치가 없다"며 "이 전 기자 구속영장 심사의 주요 자료로 쓰이지 않았고 이미 채널A 측에 반환했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압수수색이 정당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법원에 재항고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이새롬 기자 |
이에 따라 수사팀은 당분간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기자를 계속 조사하면서 공모관계를 입증할 추가 증거 확보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사심의위의 수사중단·불기소 권고를 정면으로 거스르기에는 부담이 크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다면 예상되는 역풍이 예사롭지 않다. 이 때문에 한 검사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지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팀이 강행 의지를 확인하고는 있지만 변수는 남았다. 대표적으로 '검언유착'의 역공으로 등장한 또다른 '검언유착'이 꼽힌다.
특히 한동훈 검사장과 이 전 기자 대화 녹취록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신라젠 사건에 엮기 위해 공모한 정황이 담겼다고 보도한 KBS 오보가 불을 질렀다.
한동훈 검사장은 이를 보도한 KBS 기자와 앵커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취재원을 밝히지 않으면 억대 민사소송도 제기하겠다고 압박했다. 사실상 허위사실을 제보한 당사자로 서울중앙지검 지휘부 등을 의심하는 심증을 드러낸 셈이다.
애초 강요미수죄 공모관계를 밝혀내기 쉽지않은데다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인 지모 씨와 MBC에 대한 수사 형평성 주장도 거세지면서 수사팀의 부담은 적지않을 전망이다.
lesli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