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여성 불법촬영' 자전거 도둑은 어떻게 무죄를 받았나
입력: 2020.07.28 12:00 / 수정: 2020.07.28 12:00
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는 지난 9일 절도와 주거침입,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혐의 중 불법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이새롬 기자
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는 지난 9일 절도와 주거침입,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혐의 중 불법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이새롬 기자

대법원 "동의 없는 전화 압수는 위법 수집"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자전거 절도범이 수사 중 여성을 불법촬영한 사실이 들통 났으나 경찰의 적법하지 않은 증거물 압수로 무죄가 확정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9일 절도와 주거침입,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혐의 중 불법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18년 고가의 자전거를 훔쳐 중고 사이트에 판매하기 위해 아파트에 침입해 수십~수백만 원 상당의 자전거를 25회에 걸쳐 절도한 혐의(주거침입·절도)로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A씨를 호송하는 차 안에서 추가 절도 범행을 추궁하다가 그의 휴대전화를 건네 받았다. 경찰은 절도 범행 관련 사진을 찾다가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41회 촬영한 영상 등을 발견했다. 경찰이 이를 캐묻자 A씨는 "성범죄 관련은 제발 빼달라"고 부탁했다.

체포 5일 뒤 경찰은 A씨에게 휴대전화 임의제출확인서를 받아 불법촬영 혐의를 본격 조사한 뒤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역시 A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자료를 토대로 형법상 주거침입과 절도,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 이르러 A씨 측은 "임의제출 형식만 갖췄을 뿐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로 확보된 휴대 전화에 저장물은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피의자 동의 없이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확보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이유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호송 차량에서 스스로 사진의 존재를 밝혔고, 경찰관이 요구하자 비밀번호까지 알려주며 휴대전화를 건넨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이 제출에 동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자전거 절도와 불법촬영 혐의를 모두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또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 장애인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 제한을 명했다.

A씨의 불복으로 진행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긴급체포 당시 적법한 압수 절차를 취하지 않고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으면서 추출한 증거는 위법 수집 증거로서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또 A씨가 긴급체포돼 경찰서로 호송되는 등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찰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웠을 뿐, 동의한 적 없다고 봤다.

임의제출확인서를 경찰에 내기 전 A씨가 "불법 촬영은 사건화 시키지 않는다고 하셨지 않느냐. 성관계 동영상은 빼달라"고 말하고 경찰 조사에 응한 정황 역시 A씨의 동의 없이 증거를 수집한 배경으로 풀이했다.

이처럼 위법하게 수집된 압수물을 포렌식한 결과 역시 유죄를 위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관련 증거들이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며 불법촬영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A씨의 형량은 징역 1년으로 줄어 들었다.

대법원 역시 항소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불법촬영 혐의에 무죄를 확정했다.

한편 A씨 역시 절도 등 혐의로 선고 받은 징역 1년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상고했다. 형사소송법상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상고가 허용된다. 대법원은 이같은 이유로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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