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탈북민 김씨 월북, 막을 수 있었다
입력: 2020.07.27 08:59 / 수정: 2020.07.27 10:20
북한 측에서 코로나19 환자로 의심되는 탈북민이 최근 군사분계선을 넘어 개성으로 돌아왔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사진은 지난 2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상확대회의 소집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북한 측에서 코로나19 환자로 의심되는 탈북민이 최근 군사분계선을 넘어 개성으로 돌아왔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사진은 지난 2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상확대회의 소집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김씨 지인 "18일 마지막 문자…경찰에 월북 알렸는데 무시"주장

[더팩트ㅣ김포= 김명승기자] 지난 19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 탈북민 김모(24) 씨는 지난달 지인 여성을 자택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사전 구속영장도 발부된 상태였으나 경찰이 ‘연락이 안된다’는 이유로 집행을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또 김씨와 알고 지내던 탈북민이 지난 18일 경찰서를 찾아 와 "이날 새벽 김씨와 마지막 연락을 했으며 월북 가능성이 있다"고 알렸으나 이를 무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경기 김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탈북민 김모(24) 씨는 지난달 중순 김포시 자택에서 알고 지내던 탈북민 여성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한 차례 피의자 조사를 받은 뒤 경찰에 입건됐다.

김씨는 사건 당일 남자친구와 싸우고 전화로 하소연을 하던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함께 술을 마신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7년 탈북한 김씨는 김포시의 한 아파트에 살면서 직장에 다녔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현장에서 곧바로 112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체포 등 강제 수사를 하지 않았다"며 "사건 발생 당일 몇 시간 뒤 피해자 측이 신고해 불구속 상태에서 피의자를 조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달 중순 피해자 A씨로부터 "김씨가 협박을 했다"는 신고를 받고, 법원에 김씨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려고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 지인인 한 탈북민 유튜버는 26일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7월 18일 새벽 2시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김씨의) 문자가 떴다"며 "'누나 같은 분을 잃고 싶지 않았는데 죄송하다. 살아서 어디에 있든 간에 꼭 갚겠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 괜찮아. 그럴 수 있다. 누나는 이해해 줄게'라고 답장을 했는데 아직 읽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평소 이 탈북민 유튜버의 승용차를 자주 빌려 이용했고, 이달 17일 오후 4시 55분쯤이 차량이 일산대교를 통과한 하이패스 기록도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

김씨는 또 최근 살던 김포 아파트의 보증금도 찾고, 탈북민 유튜버의 승용차를 팔아 3천만원 가량을 모아 달러로 환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유튜버는 김씨의 지인으로부터 그가 "월북하겠다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18일 오후 경찰서에 찾아가 해당 사실을 알렸으나 경찰관이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유튜버는 "형사가 자기네 부서가 (관할이) 아니라고 했다"며 "'진짜로 넘어가면 보라'는 마음으로 경찰서 입구에 있는 (경찰관) 얼굴 사진도 찍었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이 휴대폰이나 연고지 추적을 통해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에 적극적으로 나섰거나 지인의 ‘월북 의사’ 신고에 대해 신속한 대응을 했다면 이번 월북 사태는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6일 오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가 열린 사실을 밝히며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군 당국도 북한 보도가 나온 지 약 8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월북자 발생'을 사실상 공식화하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관계 당국은 탈북 시기를 2017년으로 압축했으며 이 시기 탈북민 중 연락이 닿지 않는 김씨를 유력한 월북자로 특정해 조사 중이다.

김씨가 월북한 경로로 추정되는 강화 교동도 등 한강 하구 일대는 북한과의 최단 거리가 1.2~3.5km에 불과해 탈북민들이 물때에 맞춰 수영으로 귀순하는 사례가 잦은 곳으로 김씨도 이 경로로 탈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newswo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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