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표소 안에서 후보 홍보…서울시의회 의장단 선거 논란
입력: 2020.07.24 17:16 / 수정: 2020.07.24 17:16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296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296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권수정 의원, 의장단 선거행태 폭로…"지방의회 기본 무너뜨려"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서울시의회 10대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자유투표 원칙에서 벗어난 선거가 치러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수정 서울시의회 의원(정의당)은 24일 오전 시의회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 개개인이 자유의지로 투표해야하는 기표소 안에 더불어민주당 의총에서 결정한 의원의 이름이 굵게 표시된 용지가 정면에 부착돼 있었다"며 "시의회의 이번 의장단 선거과정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지방의회 기본을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의회 의장단 선거는 따로 후보가 출마의사를 밝히고, 이 후보들을 두고 선거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원 모두 후보인 상태에서 의원들이 각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의원 이름을 적어 투표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권 의원에 따르면 이날 기표소 안에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결정된 의장 및 부의장 후보의 이름이 적힌 용지가 붙어 있었다.

현재 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110석 중 102석, 미래통합당이 6석, 민생당과 정의당이 각 1석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민주당 의총에서 결정된 후보가 의장단으로 뽑히는 구조다. 이날 선거를 통해 민주당 김인호 의원과 김기덕·김광수 의원이 각각 의장과 부의장으로 당선됐다.

권 의원은 "대한민국 그 어디에 기표소 안에 당당히 '누구를 찍어라' 표시를 하고 선거를 하는 곳이 있단 말인가"라며 "내부 결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다른 당과 함께 의회를 구성하는 곳에서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의원들이 명패와 투표용지를 수령해 기표소로 향하는 곳에 민주당 의총에서 당선된 후보가 본인의 이름을 걸고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도 이뤄졌다"며 "투표가 진행되는 중임에도 그 거리낌 없고 당당함에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행위는 이번만이 아니다. 이미 전반기 원구성을 진행한 2018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의장단이 선출됐다"며 "이런 행위에 대해 의회 안에서 문제제기를 했고, 개선하겠따는 약속까지 받았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민주적 선거의 본질은 선택의 자유에 있고, 누구나 알고 있듯 보통·평등·비밀·자유 선거의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며 "독점 권력이 오래되면 무엇이 기본인지조차 고민하지 않게 되는 너무나 부끄러운 민낯을 이제 국민들께 두려운 마음으로 고백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의회 사무처는 관련 규정이 없어 불법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사무처는 "현행 지방자치법 등 관련 규정은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 후보자에 대해서는 후보자 검증 방법이나 그 선거운동방식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어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과정도 국회법상 국회의장 선출과 마찬가지로 교황투표 방식으로 진행되며 따로 후보자를 등록하지 아니하고 진행한다"며 "당일 기표소 내 전체의원 명단 중 후보자를 표시한 것은 후보자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진행되는 점에서 투표자가 후보자 검증을 위해 후보자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투·개표 과정도 별도의 이의제기나 중단 요청 없이 평온하게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향후 지방자치법 등 관련 규정이 정비되면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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