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한동훈 "유시민 겁이 많아, 이사람"…'검언유착' 파일 들어보니
입력: 2020.07.23 00:00 / 수정: 2020.07.23 00:00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측이 한동훈 검사장과의 녹음파일 원본을 공개했다. /김세정 기자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측이 한동훈 검사장과의 녹음파일 원본을 공개했다. /김세정 기자

"이철 와이프만 걸려도"도 빠져…변호인 "중요한 내용 아니다"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측이 한동훈 검사장과 대화를 담은 녹음파일 원본을 공개했다. 일각에서 녹취록이 편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원본파일 공개로 전면 반박에 나선 것이다. 24일 예정된 검찰수사심의위를 앞두고 신경전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이 전 기자의 법률대리인 주진우 변호사는 22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서울중앙지검은 녹취록 공개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화가 축약됐거나 언급이 누락됐다'고 공보했다"며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마치 이동재 측에서 의도적으로 불리한 부분을 편집한 것이 아닌지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언유착 사건을 수사 중인 중앙지검은 전날(21일) 이 전 기자 측이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자 "일부 대화가 축약되거나 기자들의 취재 계획에 동조하는 취지의 언급이 일부 누락됐다"며 "그 표현과 맥락이 정확하게 녹취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의문을 나타낸 바 있다.

녹취록 전문 공개에 이어 이 전 기자 측은 녹음 원본파일 공개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실제 주 변호사는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실명과 비속어를 묵음 처리한 26분가량의 파일을 전달했다.

실제 녹음파일을 분석해본 결과 녹취록 전문과 큰 차이는 없으나 누락되거나 오기된 부분이 몇 군데 발견됐다.

녹취록에서는 이 전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강연을 먼저 언급하자 한 검사장이 바로 "하여튼 금융 범죄를 정확하게 규명하는 게 중요해. 그게 우선이야"라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녹음파일에서는 실제 이같은 대화가 이어졌다.

한동훈 : 진짜로 그렇게 많이 하면 거기 있는 사람들한테 강연을, 지식을 전달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런 사람이 와서 강연했다는 것을 밖에 홍보하는 효과가 있어서 어떤 주가조작 차원이잖아 그것도.

이동재 : 옛날에 VIK 영상을 보니까 한국당의 A모 의원이라고, 그다음에 누구 몇 분 계시더라고요. 그리고 여기까지 가겠나 싶겠지만 유시민은 좀…

다만 이 내용은 앞서 19일 이 전 기자 측이 공개한 녹취록 일부에 있던 내용이다.

큰 논란이 된 한 검사장의 "그건 해볼 만하지" 발언 부분에서는 "(유 이사장이) 겁이 많아. 이 사람이"라는 표현이 빠졌다.

이동재 전 기자의 변호인은 한동훈 검사장과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을 전달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한 한동훈 검사장(오른쪽)의 모습. /배정한 기자
이동재 전 기자의 변호인은 한동훈 검사장과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을 전달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한 한동훈 검사장(오른쪽)의 모습. /배정한 기자

면담 자리에 함께했던 후배 기자와 이 전 기자의 표현에도 세세하게 다른 부분이 발견됐다.

22일 공개한 전문에서 이 전 기자는 "사실 저희가 요즘 P(후배기자)를 시키는 게 성공률이 낮긴 하지만 그때도 말씀드렸다시피 신라젠 수사는 수사대로 따라가되 너는 유시민만 좀 찾아라"면서 "이철 아파트 찾아다니고 그러는데"라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녹음파일 원본에서는 해당 부분이 "이철 '와이프' 찾아댕기고 그러는데"라고 나왔다.

후배기자가 "와이프만 찾아도 될 텐데"라고 전문 녹취록에 공개된 부분에서도 실제 "와이프만 걸려도 될 텐데"라고 했다.

이에 대해 주 변호사는 "변호사가 직접 푼 내용이다 보니 한두 단어 내지 문장이 잘못 들린 게 있을 수 있으나 전체 녹음파일을 들으면 의도성도 없고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 변호사는 '한동훈과 한통속'이라는 등 자신을 향한 의혹 제기에도 유감을 나타냈다. 이번 사건의 제보자 지모 씨의 변호를 맡은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변호사)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동재의 변호인이 아마 윤석열, 한동훈과 한통속이던 주진우 전직 검사라 알고 있다"고 글을 썼다.

이에 대해 주 변호사는 "이동재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변론하는 것이지 특정 검사장 입장에서 변론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그런 논리라면 (황 최고위원이) 최근 법무부 인권국장을 지냈기 때문에 법무부 관계자들과 한통속이라는 논리도 성립하는 것인지"라고 반문했다.

황 최고위원이 "녹취록을 검찰이 후배 기자의 휴대폰에서 복구한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며 지적한 것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주 변호사는 "소문을 어디서 들은 것인지 알고 싶다"면서 "사건 피의자는 모르는 정보를 제보자는 어떻게 아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동재 전 기자의 변호인은 한동훈과 한통속이라는 등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자신을 향해 의혹을 제기한 것에도 유감을 나타냈다. 사진은 지난 총선을 하루 앞두고 황 최고위원이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이동재 전 기자의 변호인은 '한동훈과 한통속'이라는 등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자신을 향해 의혹을 제기한 것에도 유감을 나타냈다. 사진은 지난 총선을 하루 앞두고 황 최고위원이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주 변호사는 '함정취재' 주장을 놓고 황 최고위원에게 몇 가지 공개 질의를 하기도 했다. 이 전 기자 측은 제보자 지 씨와 사건을 처음 보도한 MBC가 같이 '함정을 판 것이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주 변호사는 황 최고위원에게 "3월 13일 지 씨와 이동재 만남 당시 MBC 기자를 대동하고 몰카를 찍었는데 지 씨가 그때도 겁을 먹었는지, 취재를 즉시 중단시킬 수 있었는데 왜 같은달 22일까지 만남을 이어갔는지, 지 씨가 SNS에 올린 '작전'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를 밝혀달라고 질문했다.

이 사건 수사심의위는 24일 대검찰청에서 열린다. 이날 심의위에는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이철 전 대표 모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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