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서울시가 '박원순 의혹' 자체조사를 포기한 이유
입력: 2020.07.23 05:00 / 수정: 2020.07.23 05:00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이덕인 기자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이덕인 기자

"조사과정 '말 맞추기' 원천 차단"…인권위 조사 협조하기로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서울시가 고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두고 자체조사 없이 향후 국가 인권위원회 조사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체조사 과정에서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이른바 '말 맞추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22일 오전 열린 피해자 측 기자회견에 이어 오후 4시에 긴급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피해자 지원단체가 서울시 진상규명 조사단 불참의사를 밝힘에 따라 합동조사단 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 조사를 의뢰할 경우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피해자 측이 1차 기자회견에서 "서울시는 본 사건의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를 입었던 직장으로, 규정에 의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한다"고 요구한 데 따라 전원 외부 전문가로 합동조사단을 꾸린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를 위해 피해자 보호단체 측에 위원을 추천해 줄 것을 직접 방문, 공문 등 방법으로 지속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또 피해자 보호단체 측은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 합동조사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와 피해자 A 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이 사안에서 책임의 주체일 뿐 조사의 주체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서울시 소속 공무원이 조사단에 명명백백히 진실을 말하기 어렵다"며 "국가인권위가 긴급조치와 진정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와 지원단체, 피해자 법률대리인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조사를 위한 준비를 거쳐 다음 주 경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이 22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열린 가운데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와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왼쪽부터)이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남용희 기자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이 22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열린 가운데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와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왼쪽부터)이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남용희 기자

서울시는 합동조사단 구성을 중지할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자체 조사도 진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자체 조사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말 맞추기' 의혹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황인식 대변인은 "우리가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말 맞추기'가 일어난다든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 그런 과정에서 직원들 간에 불협화음도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점들이 인권위 조사에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이날 피해자 측이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의 고충 토로, 전보 요청 등이 시 내부에서 묵살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피해자 보호단체에서 (피해자가 누구에게 말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아직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그런 (자체)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된 또다른 질문에도 "인권위 조사에서 그런 부분을 충분히 다룰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이번 입장 발표 전에도 서울시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고 합동조사단 구성을 추진한 대응방식을 두고 자체 조사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또 강제력 없는 조사로 의혹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시는 수사와 조사라는 방식은 목적과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합동조사단이라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황 대변인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법을 위반한 사람을 찾아내 형사적 처벌을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합동조사단이 하고자 한 조사의 목적은 이런 성추행·성희롱이 왜 이 조직에서 일어났고,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는 어느정도 바로 신고되고 처리됐는데 왜 비서실에서는 되지 않았는가 이런 문제들, 조직구조·문화 상 문제를 함께 규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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