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이재명·은수미 기사회생…'닭갈비 영수증' 김경수는?
입력: 2020.07.19 00:00 / 수정: 2020.07.19 14:16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보석으로 풀려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1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동률 기자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보석으로 풀려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1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동률 기자

'킹크랩 시연회날' 동선 구체적 증명…반전 이어갈까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지난해 3월 19일 시작돼 1년 4개월 동안 진행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이 '닭갈비집 영수증'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근 당선무효 위기에 놓였던 이재명 경기도지사, 은수미 성남시장이 대법원에서 기사회생하면서 김 지사 재판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22일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항소심 18차 공판에서 닭갈비집 사장 홍모 씨는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가 경기도 파주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 '산채'에 직접 방문해 드루킹 김동원 씨의 '킹크랩(댓글 조작 프로그램)' 시연을 본 뒤 개발을 승인했다고 본다. 1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받아들이고, 김 지사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 지사 측이 항소심에서 꺼낸 카드는 '구글 타임라인'이다. 특검이 '킹크랩 시연'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그날 김 지사의 동선을 시간대별로 파악했다. 그 과정에서 반격의 카드로 '닭갈비 영수증'을 꺼내 든다.

2016년 11월 9일, 구글 타임라인 들여다보니

김경수 지사는 산채에 총 3회 방문했다. 2016년 9월 28일과 11월 9일, 이듬해 1월 10일이다. 특검은 두번째 간 2016년 11월 9일에 문제의 킹크랩 시연이 있었다고 본다.

그날 '경공모 브리핑'(1시간)과 킹크랩 시연(16분)이 이뤄졌다. 브리핑은 문제가 없지만, 킹크랩 시연을 본 김 지사가 개발을 승인해 공모관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킹크랩 개발자 '둘리' 우모 씨의 로그 기록을 토대로 그날 오후 8시 7분 15초부터 8시 23분 53초까지 킹크랩 시연 시간을 특정했다.

반면 김 지사 측은 브리핑은 들었지만, 킹크랩 시연은 본 적 없다는 입장이다. 산채에 도착해 먼저 식사를 했고, 이후 브리핑을 듣고 바로 떠났다고 주장한다.

특검과 김동원 씨의 주장에 따르면 김 지사는 그날 오후 6시 50분쯤 산채에 도착했다. 김 지사 측 역시 그날 오후 7시께 도착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 있었던 경공모 회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6시 50분에서 7시경 김 지사의 방문은 대체로 일치한다.

문제는 바로 7시 이후다. 특검과 김 씨에 따르면 김 지사는 7시쯤부터 바로 한 시간의 '경공모 브리핑'을 들었다. 브리핑을 마친 후 김동원 씨는 김 지사를 제외한 참석자들을 강연장에서 다 내보냈고, '둘리' 우 씨를 불러 김 지사가 보는 앞에서 킹크랩 시연을 시켰다. 우 씨는 8시 7분부터 약 5~10분 가량 킹크랩 시연을 보인다. 시연 후 김동원 씨는 김 지사와 약 10여 분간 독대했다. 김 지사는 5분 정도 경공모 회원들과 인사를 한 뒤 산채를 떠났다. 종합하면 김 지사는 오후 8시 30~40분 사이에 산채를 떠난 셈이 된다.

김 지사 측은 7시부터 경공모 회원들과 함께 한 시간 동안 저녁 식사를 했고, 이후 8시부터 '경공모 브리핑'을 들은 뒤 늦게 온 경공모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다 9시 14분 산채를 떠났다는 입장이다. 특검이 특정한 시연 시간에는 브리핑을 들었기 때문에 시연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지사 측 주장대로 식사를 했다면 킹크랩 시연회를 볼 물리적 시간은 없다. 특검의 동선과 김 지사 측 동선을 비교하면 시차가 약 30~40분이 난다.

김경수 지사 측은 드루킹 김동원 씨의 브리핑을 들은 것에 동의하지만, 킹크랩 시연은 본 적 없다는 입장이다. 산채에 도착해 먼저 식사를 했고, 이후 브리핑을 듣고 바로 떠났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지난해 2월 1심 선고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호송차에 오르는 김동원 씨의 모습. /이새롬 기자
김경수 지사 측은 드루킹 김동원 씨의 브리핑을 들은 것에 동의하지만, 킹크랩 시연은 본 적 없다는 입장이다. 산채에 도착해 먼저 식사를 했고, 이후 브리핑을 듣고 바로 떠났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지난해 2월 1심 선고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호송차에 오르는 김동원 씨의 모습. /이새롬 기자

◆ 반전 부른 '스모킹 건' 닭갈비 영수증

김 지사 측은 항소심에서 시간대를 증명하기 위해 '구글 타임라인'을 증거로 냈다. 수행비서 김모 씨의 타임라인에 따르면 김 지사와 수행비서는 11월 9일 오후 5시 43분 여의도 국회를 출발해, 오후 7시 산채에 도착했고, 김 지사가 산채에서 식사를 한다고 해서 수행비서는 근처 식당에서 따로 식사한 후 7시 23분 결제했다. 이후 9시 14분 산채를 출발했고, 10시 8분 판교 톨게이트를 통과한다.

여기서 닭갈비 음식점 영수증이 쟁점으로 등장했다. 이 영수증은 애초 특검이 증거물로 제출했으나 김 지사 측에 요긴하게 쓰였다. 김 지사 측은 그날 오후 5시 50분쯤 경공모 회원들이 산채 인근 식당에서 닭갈비 15인분을 사 왔고, 자신이 산채에 도착한 7시부터 '닭갈비 식사'를 한 시간 동안 했다며 재발행 영수증을 제시했다. 영수증에는 '정통 닭갈비 15인분'과 '테이블 25번'이 찍혀있다.

특검 측은 김동원 씨와 경공모 회원들이 김 지사와 식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포장할 경우 영수증엔 포장이라고 찍힌다며 산채에서 '닭갈비 식사'는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김 지사 측은 25번 테이블은 포장용 주문 영수증에 찍히는 번호라고 반박해왔다.

'키맨'으로 지목된 닭갈비집 사장 홍 씨는 법정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저희 가게 테이블 2~19번은 정통 닭갈비고요, 20~25번은 가상의 테이블입니다. 1번은 서빙할 때 위치가 불편해서 없앴습니다. 25번은 포장하거나 예약할 때처럼 기타 계산을 위한 것입니다. 닭갈비 15인분만 식사할 수 없고요. 코스 메뉴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코스가 가격이 더 저렴합니다. 그리고 공깃밥, 볶음밥 안 먹고 닭갈비만 먹을 순 없어요. 결국 25번은 포장이 맞고요. 저희 가게에 오셨던 이분들(경공모 회원들)은 자주 오시는 분들이라 VIP입니다. 예약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25번 데이터는 포장이 맞고, 총 23인분 정도를 포장해 드린 겁니다. '2+1'이라서 20~25명이 식사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25번 테이블은 가상의 테이블이 맞고, 포장이나 예약 시 편의를 위해 이용한다는 것이다. 닭갈비를 포장해서 먹었다는 김 지사 측 주장에 힘이 실렸다. 실제 드루킹 김동원 씨와 전처 최모 씨 사이에 '닭갈비 20인분을 사 와서 저녁 식사로 대접한다'는 내용의 텔레그램 대화 내역이 지난해 6월 재판에서 나오기도 했다.

닭갈비집 사장 홍 씨는 25번 테이블은 포장용으로 쓰는 가상의 테이블이 맞다며 김경수 지사 측에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 /이새롬 기자
닭갈비집 사장 홍 씨는 "25번 테이블은 포장용으로 쓰는 가상의 테이블이 맞다"며 김경수 지사 측에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 /이새롬 기자

특검의 수사보고서도 도마…더 뜨거워진 항소심

김 지사의 타임라인으로 특검의 킹크랩 시연 시간대에는 모순이 생겼다. 특검과 드루킹 김 씨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닭갈비 식사'가 없어야 한다. 특검은 닭갈비 영수증을 두고 '25번 테이블'은 실존하고, '경공모 회원들이 따로 식당에 가서 먹은 것'이라 주장해왔다. 닭갈비를 산채에서 먹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김 지사의 타임라인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특검 수사보고서도 도마에 올랐다. 실제 특검은 홍 씨와 통화한 내용을 바탕으로 수사보고서에 '4~5개 테이블에서 닭갈비 15인분을 식사하고, 대표 테이블 번호인 25번으로 계산한 것 같다'고 적었다.

홍 씨는 "식사하고 간 영수증이라고 대답한 적 없다. (특검 수사관에게) 영수증 재발행해주며 '포장한 것이 맞다'고 말씀드린 거로 기억이 난다"며 "당시 자세히 말은 안 했으나 25번 테이블은 포장이라 이야기했다"고 증언했다.

사장 홍 씨의 증언에 당황한 특검은 변호인이 증거로 제출한 닭갈비집 내부 사진을 제시하며 홍 씨와 변호인단이 사전에 입을 맞추기 위해 접촉한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지사 측은 '닭갈비 영수증'이 반전의 기회가 됐다고 보고 다음 공판부터는 더욱 특검 수사의 허점을 파고들 전망이다. 특검 측도 타임라인 외에 김 지사와 김동원 씨의 텔레그램 대화 내역 등 다른 증거물로 논리를 보강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1심에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된 바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업무방해 혐의로는 금고 이상의 실형, 선거법 혐의로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지사직을 잃는다.

19차 공판은 20일 오후 2시 열린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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