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너무 사랑해서"…노모·아들 이어 동거녀도 죽이려 한 40대
입력: 2020.07.18 00:00 / 수정: 2020.07.18 00:00
어머니와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장롱 속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과 남성의 도주를 도운 혐의를 받는 여성의 재판이 열렸다. 사진은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 폴리스라인 테이프가 붙어 있는 모습. /뉴시스
어머니와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장롱 속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과 남성의 도주를 도운 혐의를 받는 여성의 재판이 열렸다. 사진은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 폴리스라인 테이프가 붙어 있는 모습. /뉴시스

"평생 못 볼까 봐 같이 죽으려고…바보 같은 사랑" 증언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노모와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40대 남성이 법정에 섰다. 범행 후 시신을 장롱 속에 유기한 이른바 '상도동 장롱 시신 유기' 사건의 피고인 허모(42) 씨다.

허 씨는 동거녀 한모 씨 역시 살해하려 했다. 그가 댄 이유는 이랬다.

"한 씨가 너무 예뻤고, (한 씨를) 평생 다신 못 볼 것 같아서 죽이려고 했습니다. 너무 사랑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손동환)는 17일 오후 존속살해, 사체은닉,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허 씨와 범인도피 혐의를 받는 한 씨의 3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허 씨는 한 씨의 증인으로 출석했다.

허 씨는 지난 1월 25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한 빌라에서 모친과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설날을 맞아 집에 간 허 씨는 금전 문제로 어머니와 다투다 살해하고 잠든 아들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허 씨는 시신 2구를 비닐에 싸고 작은방 장롱 속에 은닉했다.

허 씨는 장롱 속에 시신을 숨겨둔 채 연인 한 씨를 빌라로 데려와 함께 지냈다. 시신이 있는 방에 들어가 담배도 폈다. 이후 시신이 부패해 집에 냄새가 나자 살충제와 향초로 냄새를 덮으려 했다. 3월 초 냄새를 감당할 수 없게 된 허 씨는 관악구 신림동의 한 씨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검찰은 한 씨가 허 씨의 범행 사실을 알았고, 한 씨가 허 씨의 도피를 도왔다고 의심한다. 이날 재판에서도 경찰에 검거되기 전 한 씨가 살해 사실을 알았는지 허 씨를 집중 신문했다.

허 씨는 경찰 조사에서 연인 한 씨가 자신의 범행 사실을 알았다고 진술했으나 이날 법정에선 거짓말을 했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남용희 기자
허 씨는 경찰 조사에서 연인 한 씨가 자신의 범행 사실을 알았다고 진술했으나 이날 법정에선 "거짓말을 했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남용희 기자

허 씨는 수사 과정에서 '한 씨가 시신을 장롱에 보관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신림동의 한 잡화점에서 향초를 함께 구매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증인석에 앉은 허 씨는 "한 씨는 죄가 하나도 없다. 너무 사랑하는 마음에 (거짓말로 경찰에 진술했다)…한 씨는 오히려 피해자"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 조사에서 한 씨가 시신 유기를 알았다고 진술한 이유를 놓고 검찰 측과 재판부는 의문을 나타냈다. 허 씨는 "한 씨를 너무 사랑했다"며 "검찰에 한 번이라도, 재판에 나오게 해서라도 한 씨를 보고 싶었다"고 증언했다. 한 씨에게 범인도피 혐의가 적용되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한 씨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거짓말을 했다는 말이다.

허 씨는 "사랑해서 그랬다. 너무 좋으니까 어떻게든 한번 보고 싶은 마음에 거짓말했는데 지나고 나니까 어리석었다"며 "내 사랑이 좀 틀리고, 바보 같은 사랑이었다"고 고백했다. 허 씨의 증언을 듣던 한 씨는 눈물을 흘렸다. 이내 허 씨도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훔쳤다.

검찰 측은 시신 부패 냄새를 집에 있던 한 씨가 어떻게 모를 수 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허 씨는 "한 씨가 평소 술을 많이 마셨기에 몰랐을 것"이라며 "한 씨는 나 때문에 모든 것을 다 버린 여자다. 너무 착해서 내 말을 다 믿었기 때문에 절대 몰랐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허 씨는 한 씨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검찰은 한 씨가 모친과 아들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의심한다. 허 씨는 한 씨를 살해할 목적으로 흉기도 미리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왜 사랑하던 연인을 죽이려고 했냐"고 물었다. 허 씨는 "평생 못 보게 될까봐 같이 죽으려고 했다"며 "너무 한 씨가 예뻐서 죽일 마음이었는데 못 죽이겠더라"고 대답했다. '사랑해서 살해하려 했다'는 것이다

허 씨는 형수가 경찰에 신고한 사실을 알고 한 씨와 서울 한 모텔로 거처를 옮겼다. 경찰은 4월 30일 이 곳에서 허 씨를 검거했다. 이날 허 씨는 모텔방 컴퓨터로 '상도동 살인' 등 자신의 키워드가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오른 것을 봤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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