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일련번호 '제멋대로' 동양대 표창장 …위조 맞나?
입력: 2020.07.17 00:00 / 수정: 2020.07.17 00:00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정경심 22차 공판…'표창장 위조 의혹' 집중 심리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상장대장 비교할게요…일련번호가 엉망입니다."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측 변호인단이 법정에 제시된 동양대 상장대장을 보고 한 말이다. 표창장 일련번호는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의 주된 근거였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22차 공판에는 전·현직 동양대 직원 9명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들은 정 교수가 딸 조민 씨의 동양대 총장 직인을 이용해 표창장을 위조하고,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사용했다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부른 증인들이다.

조씨의 동양대 표창장이 위조 됐다고 보는 근거 중 하나는 일련번호다. 정상 발급된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의 일련번호는 '수여 연도-발급 순번' 형태를 띄는 반면, 조씨의 표창장은 '어학교육원 제2012-2-01호'로 가지번호가 이중으로 붙는다는 이유다.

이날 재판에 선 증인들은 대부분 총장 직인을 관리하는 동양대 총무복지팀에 근무한 경험이 있었다. 이들은 "표창장을 수여하는 연도와 발급 순번으로 일련번호를 매기는 것이 정상적이다. 조씨의 표창장처럼 관할 부서명과 가지번호가 이중으로 붙는 일련번호는 처음 본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하지만 이날 변호인단이 제시한 동양대 상장대장에는 수여 연도가 맞지 않거나, 특정 날짜를 기준으로 발급 순번이 뒤바뀌는 양상을 보였다. 변호인은 일련번호를 매기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일련번호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표창장이 위조됐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길게는 10여년간 동양대에서 근무했던 직원들 역시 이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

변호인: 2014년 상장대장 최초 일련번호가 '2014-627'인데 동양대 개교 이래 2014년까지 발급한 상장이 627부가 전부입니까?

임모 씨(전 동양대 총무복지팀 직원): 일련번호가 1번부터 왔는지… 담당자가 바뀌면서 일련번호 변화가 있었는지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변호인: 상장대장 증거기록상 순번 640번과 641번을 비교하겠습니다. 일련대장 기재가 엉망이에요. 첫 장부터 순서가 바뀌어 있습니다. 발급할 때마다 기재한 것 맞습니까?

임모 씨: 네.

변호인: 2015년 상장대장은 1쪽부터 갑자기 번호가 뛰는 등 오류가 있습니다. 왜 안 맞습니까?

임모 씨: 네… 잘 모르겠습니다.

상장 수여 인원이 많으면 발급 일자와 일련번호, 수여 대상자 등을 기재하는 상장대장을 담당 직원이 아닌 행정 조교들이 썼다는 증언도 나왔다.

변호인: 증인은 상장대장을 총무복지팀 직원이 쓰는 것이 아니라, 각 부서의 행정 조교들이 기재한다고 진술했는데 맞습니까?

권모 씨(전 동양대 총무복지팀 직원): (수상자) 인원이 몇 명 안될 때는 담당자가 기본적으로 작성합니다만, 인원이 많을 때는 해당 부서 (조교들이) 와서 적기도 합니다.

변호인: 해당 부서에서 (상장대장을) 적으러 오면 총무복지팀 직원이 꼼꼼하게 내용 확인하고 적으라고 합니까?

권모 씨: 글쎄요. 저는 이 업무 담당한 적이 없어서…보통 그렇게 하죠.

지난해 9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전 법제사법위원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조국 딸의 동양대학교 표창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9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전 법제사법위원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조국 딸의 동양대학교 표창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검찰은 정 교수가 아들 조모 군의 동양대 표창장을 스캔한 뒤, 한글 파일로 제작한 딸 조씨의 표창장에 총장 명의와 직인을 붙여 넣는 방식으로 위조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는 정 교수가 한글 프로그램을 이용한 문서 작성에 능숙하지 못해 직원과 마찰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정 교수가 어학교육원장으로 있을 당시 직원으로 함께 근무했던 오모 씨는 "정 교수는 한글 파일과 스캐너를 다룰 줄 몰랐다"고 증언했다. 오씨는 "정 교수가 'HWP'를 사용하지 않고 MS 워드만 사용해서 저와 트러블이 있기도 했다"며 "팩스도 사용할 줄 모른다는 정 교수였기 때문에, 스캐너나 복합기를 사용하는 걸 본 적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다만 오씨를 포함한 전·현직 어학교육원 직원들은 정 교수의 자녀들이 동양대 어학교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은 본 적 없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1998년부터 동양대에서 일한 오씨는 어학교육원 내에서도 세부적인 운영계획과 예산안 수립, 원어민 대상 한국어 교육과 커리큘럼 구성 등 전반적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오씨는 동양대 어학교육원에 근무하던 중 정 교수의 자녀를 본 적 있냐는 검찰의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어학교육원 행정직원을 지낸 김모 씨 역시 "정 교수의 딸이 어학교육원 수업에 참여하거나 활동하는 걸 본 적 없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김씨의 업무를 보조한 조모 씨 역시 "정 교수 아들을 학교에서 본 적은 없고, 정 교수의 가족이 상을 당했을 때 장례식에서 본 적은 있다"고 말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교수의 22차 공판에는 전·현직 동양대 직원 9명이 증인으로 나왔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남용희 기자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교수의 22차 공판에는 전·현직 동양대 직원 9명이 증인으로 나왔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남용희 기자

한편 이날 재판에는 정 교수의 딸 조씨가 재학한 한영외국어고등학교 유학실장(디렉터) 김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됐다. 검찰은 조씨가 같은 반 학생이었던 장영표 단국대학교 교수의 아들 장모 씨와 이른바 '스펙 품앗이'를 했다고 보고 있다. 조씨는 단국대에서 2주간 인턴 활동을 한 뒤 장 교수가 책임 저자인 의학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됐다. 장 교수의 아들인 장씨 역시 조씨의 아버지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교수로 있던 서울대학교에서 인턴 증명서를 발급 받았다.

김 실장은 학부모들의 지원을 받아 체험학습 기회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단국대 체험학습 등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외국대학은 논문 작성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유학반 학생들에게 논문을 2개는 쓰라고 권장했다"면서도 "대부분 유학반 학생들이 논문 저자가 됐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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