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롯데홈쇼핑 등으로부터 수억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 /남용희 기자 |
1심 징역 6년형 뒤집고 집행유예 선고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롯데홈쇼핑 등에서 수억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1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주요 혐의가 무죄로 뒤집혔다. 선고 후 전 전 수석은 "검찰이 어거지 수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5일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전 수석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업무상 횡령 혐의에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80시간과 벌금 2000만원, 추징금 2500만원도 명령했다.
전 전 수석은 1심에서 뇌물수수 혐의는 징역 5년과 벌금 3억5000만 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금품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이 아니고 공여자들이 먼저 피고인에게 제공하려 했고 피고인이 업무상 횡령으로 발생한 비용을 협회에 공탁했다"며 "한국e스포츠협회의 위상 제고를 위해 노력했고,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전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에서 방송 재승인 관련 청탁을 받고 3억 원을 한국e스포츠협회에 전달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전 전 수석의 의원 시절 보좌관 윤모 씨가 롯데홈쇼핑 측에 후원 요구를 했고, 전 전 수석으로서는 내막을 알기 어려웠다고 봤다.
재판부는 "전병헌은 3선 의원으로서 당시 당 최고위원이었는데, 당시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해 수습책 마련에 여념이 없었다"며 "(롯데홈쇼핑 관련) 문제 제기 중단과 후원금 사이에 대가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보기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징역 6년의 1심 판단을 뒤집고 전 전 수석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남용희 기자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역시 무죄로 봤다. 1심 재판부는 전 전 수석이 기획재정부를 압박해 e스포츠협회에 약 20억 원의 예산 편성을 요구한 것을 유죄로 판단한 바 있다.
정 부장판사는 "기재부 공무원들로서는 전 전 수석 요청을 강압적이라 믿지 않았고, 문체부 공무원도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피고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게임 산업 육성 정책과 연계됐기 때문에 새 정부 정책 차원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재부 공무원이 필요한 예산이라고 판단해 예산 편성안에 반영한 것 까지 범죄로 본다면 공직 사회에서 상급자의 정당한 의견 지시가 어렵고, 공무원 사이 상호 불신을 조장한다"며 "행정에 대한 사법의 과도한 간섭은 비효율을 야기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롯데홈쇼핑으로부터 500만 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받은 것과 e스포츠협회 횡령,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와 관련 정치자금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가 인정됐다.
법정을 나온 전 전 수석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검찰의 어거지 수사 일부가 그나마 밝혀진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하지만, 저로서는 몇 가지 아쉬운 판단이 있어서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비서관 윤 씨에게는 "롯데홈쇼핑을 강하게 압박해 한국e스포츠협회에 거액 후원금을 내게 하고, 협회 자금을 횡령하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윤 씨는 1심에서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는 "e스포츠협회 후원이 윤 씨의 요구에 따른 것이지만 후원으로 롯데홈쇼핑의 홍보 효과를 판단했다"며 "공개적 후원이었고, 은밀한 방법으로 하지 않았다"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전 전 수석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검찰의 어거지 수사 일부가 그나마 밝혀진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하지만, 저로서는 몇 가지 아쉬운 판단이 있어서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입장을 밝혔다. /남용희 기자 |
전 전 수석은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의원이던 지난 2013~2016년 롯데홈쇼핑과 GS홈쇼핑, KT 등에서 각각 3억 원, 1억5000만 원, 1억 원 등 모두 5억 5000만 원을 e스포츠협회에 기부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롯데홈쇼핑 관련 3억 원 기부와 정치자금 2000만 원 수수 등은 유죄로 봤다. 다만 GS홈쇼핑으로부터 국정감사 증인 신청 철회 대가로 1억 5000만 원, KT를 잘 봐달라는 청탁을 받고 1억 원을 e스포츠협회에 기부받은 것은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전 전 수석에게 뇌물수수 혐의에 징역 5년과 벌금 3억5천만 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2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전 전 수석에게 징역 8년 6월을 선고하고 추징금 6억 5천여만 원을 부과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