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성추행 의혹' 박원순 없어도 수사는 가능하다
입력: 2020.07.14 05:00 / 수정: 2020.07.14 05:00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임세준 기자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임세준 기자

법조계 "피의자 사망해도 진행 가능…입증은 미지수"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진행된 13일 각계에서 비서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공소제기와 달리 수사의 경우 피의자가 사망해도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피의자 수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얼마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고 박 시장의 전직 비서였던 고소인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소인은 시장 비서직을 수행하는 4년간 강제추행과 음란한 문자를 보내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날 "성폭력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형법상 강제추행 죄명을 적시해 7월8일 오후 4시30분께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다음날 오전 2시30분까지 고소인에 대한 1차 진술조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피고소인이 부재한 상황이라서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이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날 한국여성변호사회(여변·회장 윤석희) 역시 입장문을 내고 "제2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의 재발 방지와, 아직도 용기내지 못할 수많은 피해자들을 돕는 측면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혁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혁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피고소인인 고 박 시장이 세상을 떠났어도 그를 둘러싼 성추행 의혹 수사가 가능할까. 법조계에서는 기소는 불가능하지만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는 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공소제기를 할 수 없지만, 기소를 못한다고 수사를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할 필요성이 큰 경우, 피해자에 대한 무고 의혹이나 2차가해를 방지하기 위해 수사가 필요한 측면도 있다"면서도 "수사기관 특성상 공소제기가 불가능한 사건을 놓고 얼마나 (수사) 의지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인 역시 "공소권 없어도 수사는 할 수 있다. 다만 무엇을 어디까지 수사할 수 있을지가 문제"라며 "당사자가 사망한 이상 휴대전화 메시지 내역 등 남은 물증에 대한 조사, 그리고 고소인이 피해를 호소했다는 서울시 관계자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 정도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피고소인의 사망이 수사를 막을 수는 없지만, 당사자 진술 등 증거 확보가 어려워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필우 변호사(입법발전소)는 "성범죄 수사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을 경우 거짓말 탐지기 등을 동원해 당사자들의 진술을 대비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는데,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수사기법상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매우 어렵다"며 "지금 피해자가 주장하고 있는 피해사실 중 메신저를 이용한 음란물 전송 등이 있는데, 해당 메시지 내역을 물증으로 제시할 경우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 혐의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피의자의 사망으로 공소제기는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이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운데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추모공원으로 향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이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운데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추모공원으로 향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운영자인 강용석 변호사(법무법인 넥스트로) 등은 지난 10일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 김우영 정무부시장, 문미란 전 정무부시장과 비서실 소속 직원 3명 등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고소인의 피해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조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며 '본안'인 고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 수사도 맞물려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제가 되는 강제추행 피의자 기소가 불가능해도 고소인의 피해를 방조한 사실만 입증된다면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다만 강제추행 등 행위가 실제로 일어났고 이를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강태근 변호사(법률사무소 신록)는 "고 박 시장에 대한 기소는 불가능하지만 방조범에 대한 수사 및 기소, 형사처벌은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고소인이 피해사실을 알린 뒤 '별 일 아니다'라고 여긴 것만으로는 방조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변호사는 "방조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고발 당한 이들이 이같은 상황을 감독할 지위에 있거나 책무가 있어야 한다. 또 피의자를 돕기 위해 망을 봐준다던가, 범행이 일어날 걸 인식하고도 피해자를 현장으로 유도하는 등 구체적으로 범행에 관여한 사실이 입증되면 방조죄가 성립이 가능하다"며 "사건을 알고도 공론화를 하지 않았다는 점, 사건의 심각성을 몰랐다는 점에 대한 법적 책임은 묻기 어렵다"고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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