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고법 형사6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열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선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직권으로 직권남용 재심리' 일부 혐의 무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기환송심에서 원심보다 10년 줄어든 징역 20년형을 선고 받았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직권으로 심리한 직권남용죄 일부가 무죄 판단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이정환·정수진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2시40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열고 '국정농단' 관련 혐의로 징역 15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국가정보원 특별활동비(국정원 특활비)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5년·추징금 27억원을 선고했다. 만약 벌금을 기한 내 납부하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통령은 노역장에 유치된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국정에 커다란 혼란을 연출했다"며 "그 결과 국민 전체에 걸쳐 여러 균열과 갈등, 대립이 격화됐고 그로 인한 상처가 지금도 회복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결과에 대해 피고인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점에 비춰 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득액은 별로 없다고 보여진다"는 점을 박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건으로 정치적 파면 선고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6년 11월 한 시민이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한 취재진이 휴대전화로 박 전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를 보고 있는 모습.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저는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징역25년·벌금 200억 원을, 국정원 특활비 사건으로 징역5년·추징금 27억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직선거법상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분리해 선고해야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같은 해 11월에는 원심에서 27억원만 인정한 국고손실죄 혐의액을 34억5000만원으로 늘리고, 2억원은 뇌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고법은 두 사건을 합쳐 지난 1월부터 파기환송심 재판 절차를 밟아 왔다.
뇌물 혐의를 각각 분리해 형량을 정해야 하고, 국고손실죄 혐의액도 늘어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은 원심의 징역32년형보다 무거워질 거란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직권으로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를 다시 심리하면서 일부 혐의가 무죄로 판단돼 10년 감형됐다. 검찰은 애초 박 전 대통령에게 미르·K스포츠재단을 위한 돈을 모금하도록 한 혐의 등 11개의 직권남용·강요죄를 적용했지만, 이날 재판부는 이 중 KT 플레이그라운드 광고대행사 선정 강요 혐의 등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5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두 사건을 합쳐 총 징역35년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2017년 10월부터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선고 공판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상 구속된 피고인이 자신의 의사로 불출석하고, 교도관이 강제로 데려올 수 없을 경우 피고인 없이도 형사재판이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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