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생전 업적을 언급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사진은 조 교육감(왼쪽)과 박 시장. /더팩트 DB |
"자신에 가혹하고 엄격했던 그대 원망"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0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생전 업적을 언급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한 친구를 잃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나는 삶을 포기할 정도로 자신에 대해 가혹하고 엄격한 그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며 "고매하게 지켜온 삶의 무게에 짓눌려 고통스럽고 두려웠을 마음의 한 자락도 나누지 못하고 이렇게 비통하게 떠나보내 버렸다"고 적었다.
조 교육감은 "시장 박원순이 있었기에 세월호와 촛불항쟁의 광장이 열렸다고 감히 생각한다"며 "역사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를 오늘까지 진척시킨 주역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고 박 시장을 치켜세웠다.
이어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보도지침 사건, 서울대 신 교수 사건 등 우리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에서 늘 반짝반짝 빛났던 변호사 박원순을 기억한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노회찬 의원이 떠날 때 허하게 뚫려버린 가슴이 다시 아파 온다"며 "남은 생의 기간, 나 역시 가슴에 블랙홀 세 개를 간직하고 살게 될 듯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친구 박원순, 아직은 차마 잘 가시라고 말을 못하겠다"며 "우리 인생의 목적은 삶인데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마저도 삶과는 비견될 수 없는 것인데 때론 조금 비루하더라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라고 했다.
조 교육감은 "같은 행정가의 길을 걸으며 우리가 꾸었던 꿈을 서울에서 실현해보자며 참 많은 일을 함께했다"며 "앞으로도 시장 박원순과 할 일이 수없이 많은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서울대 75학번 동기인 두 사람은 40여 년 동안 같은 길을 걸어왔다. 1994년 함께 참여연대를 만든 박 시장과 조 교육감은 각각 사무처장과 집행위원을 맡아 대한민국 시민단체를 사실상 이끌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밤 비극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박 시장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
박 시장은 이날 0시 1분께 서울 성북구 삼청각 인근 북악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지 약 7시간 만이다. 발견 당시 박 시장은 공관을 나설 때 입고 있던 검은 점퍼에 회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고 한다. 주변에서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를 설립한 박 시장은 지난 2011년 10월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장에 처음 당선됐다. 2014년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잇따라 당선돼 서울시 최초의 민선 3선 시장이 됐다.
박 시장의 장례는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간 치러지며 발인은 13일이다. 서울시는 곧 청사 앞 별도 분향소를 마련해 시민들이 조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정치권도 충격에 휩싸였다. 여야는 일단 정치 일정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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