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김태우 "'백'있는 유재수, 감찰 태도 불량했다"
입력: 2020.07.04 00:00 / 수정: 2020.07.04 00:00
감찰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감찰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감찰 무마 의혹' 조국 등 4차 공판…최초 폭로자 증언대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른바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의 최초 폭로자인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법정에 나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중단에 이른바 '백'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전 수사관은 당시 유 전 부시장 감찰 업무에 관여도가 비교적 적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의 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김 전 수사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김 전 수사관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한 2017년 대통령비서실 특별감찰반(특감반) 반원으로 근무하다 2018년 1월 개인 비위로 해임됐다. 이후 이 사건과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폭로했다.

김 전 수사관은 검찰 측 신문에서 "여권 인사인 유 전 부시장의 '백' 때문에 감찰이 석연찮게 중단됐고 특감반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검찰이 '유 전 부시장의 감찰 중단 지시 경위를 알고 있느냐'고 묻자 "당시 '백'을 써서, 특감반장이나 반부패비서관도 못 이겨 (감찰을 중단하자고) 말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대답했다.

감찰 중단 전 유 전 부시장이 특감반 차원의 조사 태도도 불량했다고 주장했다. 유 전 부시장이 소명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으면서도 끝내 제출하지 않아 (특감반원들이) 불만이 많았다고 했다. 이날 검찰이 밝힌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수사관은 검찰에서 "이○○(유 전 부시정 첩보 최초 보고자) 반원 이야기로는, 당시 저희끼리 정권 실세라 버티면서 탈출구를 찾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했다. 언론이나 주위에 소문내 압박하면 감찰 받으러 나오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까지 냈다"고 진술했다.

또 김 전 수사관은 "비위를 저지른 공직자는 특감반의 감찰이 시작되면 속어로 말해 '쫀다'"며 "(유 전 부시장 같은) 태도는 이전 정부에서 본 적 없다.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고 밝혔다. 김 전 수사관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감찰 중단 뒤 특감반 분위기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는 "아주 분노했다. 우리 업무가 고위 공직자 감찰인데 '백'없는 X은 일 열심히 해도 오히려 혼나고, 친 정권에 가까운 감찰을 자주한 저와 이○○은 투서받고 복귀(특감반 해임)하기까지 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해서도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민정수석이라면 이런 '백'이 오더라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중단된 뒤 특감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주장은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을 비롯해 앞서 증인석에 앉았던 반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지난해 1월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지난해 1월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조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사관이 유 전 부시장 감찰 업무에 관여한 정도가 적고, 감찰 중단 등 최종 결정권은 민정수석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실제로 이날 김 전 수사관은 검찰 측 신문에서도 "회의실에서 조사 받는 유 전 부시장을 본 적 있다", "(유 전 부시장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가 방대해 거의 전 직원이 달라 붙었는데 저도 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등의 발언을 했다.

반대신문 내용을 종합하면, 조 전 장관 등이 유 전 부시장의 감찰을 위법하게 중단했다는 근거 중 하나였던 '자료 폐기'도 김 전 수사관은 직접 목격하거나 관여한 적이 없었다. 변호인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자료가 폐기된 경위를 아느냐"고 묻자 김 전 수사관은 "감찰 무마 뒤 특감반장이 '지워라 그런 것 좀' 이런 지시를 내렸던 적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진 '증인에게 지시했느냐. 유재수 자료를 지우라고 하던가'라는 질문에는 "유재수란 말은 안 하고 다 지우라 했는데, 감찰 중단 이후라 유재수 관련을 지우라는 의미로 알아 들었다"고 답했다. 또 "각자 알아서 지우는 사람도 있고 안 지우는 사람도 있고 그럴 텐데, 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감찰 중단은 민정수석으로서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이 '특감반원은 특감반장이나 민정수석 결정없이 수사를 의뢰하거나 이첩할 수 없지 않느냐'고 묻자 김 전 수사관은 "민정수석이 최종 결재를 하고 승인권을 가진 것도 맞지만, 반원들도 실무적 권한이 있다. 대통령비서실 직제상 반원이 수사 의뢰 등을 할 수 있는 특감반의 주체"라고 답했다. 김 전 수사관이 근거로 삼은 조항은 대통령비서실 직제 제7조 3항 "감찰반의 감찰업무는 법령에 위반되거나 강제처분에 의하지 않는 방법으로 비리 첩보를 수집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에 한정하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이첩한다"는 내용이다.

백원우 전 비서관 측은 특감반 재직 당시 유 전 부시장 관련 업무를 맡지 않았는데도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는 어떻게 구체적 감찰 내용과 중간 보고서 등을 첨부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품었다. 중간 보고서는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최초로 입수한 특감반원 이모 씨가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김 전 수사관은 취재한 내용을 '팩트 체크'하려는 한 언론사 기자에게 이같은 내용과 자료를 받게 됐다고 밝혔다.

변호인: 증인을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기자는 취재원을 보호할 수 있죠?

김 전 수사관: 네.

변호인: 기자에게 정보를 입수했다고 증언하셨는데요. 거꾸로 증인이 기자에게 정보를 제공했다면, 취재원 보호를 해야하는 기자로서는 증인이 자료를 줬다는 걸 밝힐 수 없겠네요?

김 전 수사관: 거기에 대해서 별다른 거 모르겠어요. 별다른 의미 없습니다.

변호인: 그 기자가 보고서를 입수한 경위를 얘기하지 않았나요?

김 전 수사관: 우연히 만난 다른 특감반원 통해서 (기자가)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변호인: 특감반원 몇 명 안돼요.

김 전 수사관: 불이익 받을까봐 누군지 말씀 못 드립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의 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새롬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의 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새롬 기자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휴정 중 한 방청객이 조 전 장관을 향해 "국민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느냐"고 소리를 지르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조 전 장관도 "귀하의 자리로 돌아가십시오"라고 외쳤다. 세 피고인들의 변호인단도 수군거렸다. 이 방청객은 변호인단이 자신을 놓고 비속어를 읊조렸다며 "변호사가 나한테 ○○○란다"고 소란을 피워 경위에 의해 퇴장 당했다.

조 전 장관 등의 다음 재판은 1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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