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고검장·검사장 회의를 소집했다. 15년 만의 장관 지휘권 행사라는 직격탄을 맞은 윤 총장의 반전카드가 될지 주목된다./더팩트 DB |
법무부 장관 지휘 수용 놓고 의견수렴 예정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고검장·검사장 회의를 소집했다. 15년 만의 장관 지휘권 행사라는 직격탄을 맞은 윤 총장의 반전카드가 될지 주목된다.
2일 하루는 급박했다. 오전 만해도 3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심의할 전문수사자문단 회의는 예정대로 열리는 분위기였다.
법무부는 정오를 앞두고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 원문을 공개했다. 수사자문단의 심의 절차를 중단할 것을 지휘하고 검언유착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에 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적 수사권을 준다는 게 뼈대다.
곧 부장회의를 소집한 대검찰청은 5시간 여만에 '내일 수사자문단은 소집하지 않는다' '현재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에 있다'는 소식을 기자들에게 보내왔다.
방점은 '소집하지 않는다'가 아닌 '내일'에 찍혔다. 내일(3일)은 자문단을 소집하지 않지만 추미애 장관의 지휘대로 자문단 절차를 완전히 중단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사팀 독립 수사권 부여를 놓고는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대검은 3일 오전·오후에 걸쳐 고검장·지검장 회의를 열어 추미애 장관의 지휘를 놓고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널리 다양한 의견을 구하는 방법의 하나로 간부들을 여러 차례 나눠 간담회를 개최한다는 설명이다. 검사장 회의는 올해 처음 열린다. 추 장관이 지난 2월 수사·기소 분리 문제를 놓고 개최를 추진했으나 일선 검사들의 반발 속에 코로나19 사태로 전격 연기됐다.
대검은 3일 오전·오후에 걸쳐 고검장·지검장 회의를 열어 추미애 장관의 지휘를 놓고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새롬 기자 |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윤 총장은 고검·검사장 회의에서 지지를 모아준다면 추 장관의 지휘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고검장·검사장 회의 대상자 중에는 윤석열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도 많다. 강남일 대전고검장, 이원석 수원고검 차장,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박찬호 제주지검장 등 지난 1월 인사로 좌천됐던 '윤석열 사단' 고위 간부가 한 자리에 모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지검장 회의에서 윤 총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질타했던 문찬석 광주지검장도 있다.
이럴 경우 추 장관이 지휘 불복종으로 보고 윤 총장을 징계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수순이다. 법조계에서는 최소한 윤 총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검찰 내에도 윤 총장의 수사자문단 소집 강행을 아쉬워하는 여론도 있어 회의가 일방적으로 흐르지 않을 수도 있다. 윤 총장으로서는 자신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사건이니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lesli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