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검사가 불러주는 대로 진술" 조교 다시 법정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의 컴퓨터 본체를 임의제출한 조교가 다시 법정에 나와 "검사가 징계를 받아야겠다고 하는 등 강압적 수사를 벌였다"고 증언했다. 반면 함께 나온 행정지원처장은 "분위기가 좋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2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교수의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지난 3월 이 재판에 나와 "검사가 불러주는대로 진술서를 썼다"고 증언한 동양대 조교 A씨가 다시 증언대에 섰다. A씨는 지난해 9월10일 검찰이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과 관련해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정 교수 컴퓨터 본체 두 대를 가져갈 때 현장에 있었던 인물이다. A씨는 지난 3월 증인신문이 끝난 뒤 유튜브 채널 '빨간 아재'를 통해 "검사가 '관리자가 관리도 못하고 징계해야겠네'라고 강압적 태도를 취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날 재판에서도 '징계해야겠다는 검사의 말에 겁먹고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징계해야겠다고 하셔서 '아, 나 이러다 징계 맞겠구나' 싶어서 불러주시는 대로 진술서를 썼다"고 대답했다. '진술서 작성 과정이 무섭고 강압적이었느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이날 A씨가 밝힌 바에 따르면, 컴퓨터를 임의제출하겠다는 동의서에 서명을 한 뒤 진술서를 쓰는 과정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 당시 A씨는 "전임자에게서 구두로 설명을 들었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은 "인수인계 받았다고 써라"고 요구했다. 당시 30명의 교수를 담당했던 A씨가 "바빠서 (컴퓨터를) 반납 못했다"고 말했으나 검찰은 "즉시 반납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고 적어라"고 했다고 한다.
'컴퓨터의 존재만 알고 거기(강사휴게실)에 뒀다'는 A씨의 말 역시 진술서에는 "가지고 있었다"로 옮겨졌다. 이 말을 할 당시 A씨는 검사와 수사관에게 "말이 '어' 다르고 '아' 다른데 문제되지 않겠느냐"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고 밝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A씨가 "키가 작았던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이 징계 얘기를 해서 무서웠다"고 하니, 조사실에 있던 검찰 관계자는 "에이, 그거 장난이었잖아요"라고 의미를 축소했다고 한다.
반대신문에 이르러 검찰은 당시 진술서를 실물화상기에 띄운 뒤, A씨가 본래 진술과 다르다고 한 부분을 빨간 펜으로 수정했다. 검찰이 수정한 진술서를 내보이며 "증인의 증언 그대로 반영했는데 이와 같은가"리고 묻자 A씨는 "네"라고 말했다.
검찰은 진술서를 작성할 당시 A씨가 다과를 내오는 등 강압적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A씨는 검찰 측 신문에서도 "차와 다과를 드린 건 진술서를 쓴 뒤였다"며 "당시 함께 있었던 정○○ 처장님도 '애한테 왜 그러냐'고 하셨다"고 증언했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의 재판에는 조교 A씨와 행정지원처장 정모 씨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은 경북 영주 동양대 전경. /더팩트DB |
이어 증인석에 앉은 이는 A씨와 함께 조사를 받았던 동양대 행정지원처장 정모 씨였다. 정씨는 A씨와 결이 다른 증언을 내놨다. '검찰이 A씨에게 징계줘야겠다고 하자 증인이 옆에서 그러지 말라고 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정씨는 "솔직히 기억이 잘 없다. 헷갈린다"고 말했다. '증인이 느끼기에 검찰이 강압적이었느냐'는 질문에도 정씨는 "저는 그렇게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개인적으로 감정을 느끼는게 다를 수 있지만 검사님들한테 커피도 타드리고 굉장히 분위기는 좋았다"고 했다.
변호인 측 신문에서도 '당시 A씨가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말했느냐'고 묻자 "전혀 기억이 없다.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검찰이 진술서를 불러주고 받아 썼느냐'는 질문에는 "잘 몰라서 '이거 어떤 식으로 써야 하느냐'고 물어봤다. A 조교도 제 것을 보고 같이 쓴 기억이 난다"고 했다.
A씨는 신문 말미 지난 3월 재판에서는 검찰의 징계 발언 등을 왜 밝히지 않았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눈물을 흘리며 "불러주는 대로 진술서를 썼다고 증언할 때 법정 분위기가 위압적이었고, 직접적으로 물어보지도 않으셨는데 이 말까지 하면 정말 큰 소리가 날 것 같았다. 학교에 누가 됐으니 잘릴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해명했다.
정씨는 마지막 발언 기회를 얻어 "정 교수가 왜자꾸 분란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표창장만 내놓으면 될 일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재판부가 판단할 일이니 소회만 말하라"며 제지했다.
김선희 부장판사는 A씨에게 "사람마다 특별하다고 인식하지 않은 건 기억이 안날 수 있다. 증인이 그 부분에 대해 상심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타일렀다. 재판장인 임정엽 부장판사 역시 "증인이 뭘 잘못해서 두 번이나 증언하게 된 게 아니라, 검찰과 변호인이 뭘 더 확인하고 싶다고 해 불렀다. 이 일은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시라"고 말했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의 공판에서 검찰의 강압 수사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남용희 기자 |
이날 재판에는 정 교수의 딸 조민 씨의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를 허위 발급해 줬다는 의혹을 받는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증인채택이 철회돼 귀가했다. 한 교수는 이날 재판부에 "검찰은 제 피의자 지위를 방치한 채 법정 증언을 모아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통상의 증인보다 훨씬 취약한 피의자 증인에게 진술거부권과 상응하는 증언거부권을 인정하는 법정 관행이 생기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재판이 끝난 뒤 정 교수의 법률 대리를 맡은 김칠준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는 "조교와 처장 사이 '진실게임'이 있었지만 중요한 건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징계하겠다는 말을 하며 강압적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원장의 증인채택 철회에 대해서도 "한 교수의 의견은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변호인이 숙지할 필요가 있는 내용으로, 주요 재판의 증인이 나올 때마다 의미있는 논리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5촌 시조카 조범동 씨의 1심 재판부가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놓고 정 교수와의 공모 관계를 인정한 것에는 "당사자가 다투지 않은 재판이라 저희로서는 그 판결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정 교수의 다음 공판은 16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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